투명 유리로 된 작은 병실에 널 가둬두고 온 것만 같아 너무 미안하고 아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네 생각에 일하다가도 순간순간 목이 메이곤 해.
너의 작고 야윈 몸에 매달린 링거줄! 먹은 것도 없이 토하고 설사만 했던 넌 일어날 기력조차 없어 보였어. 첫 번째 면회를 갔을 때 눈동자엔 초점을 잃고 널브러져 있는데....참....
그러다 엄마를 알아본 넌 남은 기력을 다 모아 바들바들 떨며 일어섰지. 미친 듯 유리벽을 긁으며 제발 꺼내 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어. 콩자반처럼 까만 너의 눈동자가 너무 슬퍼 보여서 미치겠더라. 울부짖는 너를 한 번만 안아보게 해 달라며 결국 엄마도 펑펑 울고 말았어.
손톱만큼 작은 구멍에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었더니, 만지고 핥으며 우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무력감이 느껴지더라. 오래 있으면 흥분해서 기력이 다 쇠해진다기에 면회를 끝내야 했어. 문을 열고 나가는 엄마랑 작은오빠 뒷모습을 보고 넌 얼마나 두려웠을까.
입원 하던날 진료를 기다리는 여울이
중증 디스크에 말기신부전증에 고혈압에 장염에... 널 예뻐만 했지 정작 무지해서 제대로 케어하지 못한 것만 같아 죄책감이 크구나.
조금만 이상해도 수시로 병원 다니며 케어를 했는데도 오는 노화와 질병을 막지 못했어. 17년 전 12월 31일 우리 집 거실에서 꼬물꼬물 태어난 네 아이 중 가장 작고, 가장 영리하고,세상 무서울 게 없는 너무나 예쁜 아이였어.
자존심도 강하고 도도하기도 해서 산책을 나가면 사람들이 웃으며
"차도녀 산책 나왔구나."
그랬었는데.
운전을 좋아했던 여울이
현관문이 조금이라도 열리면 번개처럼 뛰쳐나가 몇 시간을 놀다가도 꼭 집을 찾아오곤 했었어.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꼬드겨도 가족 외엔 눈길도 안 줬었지.
언젠가 인천에 사는 작은 고모가 너를 이유 없이 발로 걷어찼을 때, 수십 켤레 신발 중 고모신발을 찾아내 신발 깊숙이 변을 봐놓고 엄마 무릎에 달려와서 앉는데 그날 솔직히 통쾌하더라.
여울이 똥을 밟고 펄펄 뛰던 모습이 지금 생각해도 속이 다 시원해.^^
병원인걸 눈치채고 안절부절 하는 여울이
알람보다 더 정확했던 우리 여울이! 몸이 아픈 중에도 단 한 번 놓치지 않고 매번 엄마 방문을 두드리며 깨워줬는데......
병원에 가던 날 새벽에 그렇게 많은 설사를 하고도 힘없이 비척이며 엄마를 깨워줬어.
여울이가 없는 새벽이 너무 허전하다. 엄마는 늦잠 잘 까 봐 몇 번씩 깨곤 해. 사람도 반려견도 아니 어쩌면 모든 것들은 언젠가는 헤어지는 게 섭리겠지. 네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의사 선생님 말에 그냥 다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야.
이별이란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이별 후의 상실감과 보내야 하는 시간은 또 어떻고. 여울이를 통해서 한결 같음과 믿음, 따뜻함 그리고 사랑을 배웠어. 아직도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사람이던 반려견이던 진심이란 건 통하는 법이니까.
퇴근 후 여울이랑 산책했던 공원을 걸으며
유리벽 너머로 엄마를 바라보던 너의 눈망울엔 슬픔이 주렁주렁. 행여 버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이래저래 신경이 쓰여. 금방 면회 갈 거야 여울아.
너에게 가기 전에 시간이 좀 남아서 같이 산책했던 천변을 걸으며 엄마는 이렇게 편지를 쓴단다.
이제 산책하는 아이들만 봐도 부럽구나. 얼른 염증 수치도 떨어트리고 기력도 회복해서 집에 와야지.
여울아! 넌 우리에게 가족 그 이상이야. 네가 우리 곁에 와줘서 얻은 행복이 얼만데. 그러니까 기적처럼 툭툭 털고 일어나 줘. 곧 보자. 오빠랑 갈게. 사랑해 여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