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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골 편지 03화

시골 편지

by stellaㅡ별꽃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치즈빵과 민트 티

저는 당신을 모릅니다

하지만

문득 당신께 지를 쓰고 싶어 졌습니다


저는 지금 한 뼘 정도 되는 공간에

나의 사랑하는 반려견 별과 함께 있습니다


둘이 앉으면 딱 좋을 간이의자와

기다란 테이블,

그리고 작은 난로가 전부입니다


소금빵과 커피

논두렁 밭두렁 들러 온 햇살

동창으로 운 빛을 쏟아내고

소금 빵과 쓰디쓴 커피 만나 세상 더없는

다정한 을 냅니다


안나 게르만의

'The Letther to Chopin'이 흘러요

내가 당신에게 편지를 쓰듯 말이죠


저는 문득 이 작은 공간을

오페라하우스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로' 시작했어요.

차이콥, 쇼팽, 슈만, 시벨리우스....


어머나! 밖에서 사람들이 웃거려요



작은 공간ㅡ무척 아늑하다

'똑똑!'


"네에~~."


"창문으로 비치는 모습이

얼마나 위기 있어 보이는지 아세요?

그리고 가 좋아하는 음악이

계속 들려서 저절로 왔어요

늙은이가 주책이죠?"


"어머 별말씀을요

집이 좁아 들어오시라고도 못해 죄송해요."


두 손을 꼭 잡은 노부부 모습이

어찌나 다정해 보이던지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습니다

별이는 피곤했는지 잠이 들었네요.

잠꼬대도 하고 코까지 골아요


어젯밤에 터넷을 뒤적이다

'시골 편지' 란 카페 이름을 발견

바로 여행지로 정해버렸

혹시 알아요

군가에게 편지라도 쓰고 싶어 질지


'분명 마당엔 장작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바지랑대에 걸쳐진 빨랫줄

빨래가 춤을 추고 있을 거야

엉성하게 걸어 둔 가마솥에선 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겠지

상상 대신 카페는 하얀 자작나무를 닮았어요

그런데 별이 덕분에 실내 출입이 안 되어

이 작은 공간을 차지하는 행운을 얻게 된 거예요.


무작정 첫새벽에 스며들

한 치 앞도 분간이 안 되는 안갯속을 헤집어

달려오길 잘했어요


달리는 내내 인생이야말로 한 치 앞을

모르는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주엔 별이를 하늘나라로

보내는 줄 알았습니다.

핫팩을 뜯어먹고 토사 광란에 염증 수치가

급격히 올라 5일을 입원했었거든요.


지금은 제 곁에서 꼬물꼬물 잠꼬대도 하고

코도 골고 있으니 인생도 견생도

참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뭐가 그리 장황하고 두서가

없냐고 나무라진 마세요.

저는 그저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예전처럼 다음으로 미루는 버릇 대신,

바로 실행을 합니다

특히 여행은 더 그래요


리 생이 다음이란 게 있을까요?

가끔 의문이 듭니다

그래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 대해서만큼은 스스로

무척 관대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테 잘해주며 챙겨주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행복이지 싶어요.


횡성 호수길

의사는 제게 그럽니다

"잠 좀 제발 많이 주무세요. 면역력이 너무

없어요. 미래의 에너지를 다 가불 해서

쓰다 보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아낄 걸 아끼셔야죠"


저는 대답해요

"그럼 그땐 지금 못 잔 잠, 아니 안 잔 잠 실컷 잘 수 있겠네요."


모로코에서 만난 어느 프랑스 노부부처럼

먼 훗날 그토록 좋아하는 여행을 하다 죽는다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어요

횡성 호수길

안드레아 보첼리가 부르는 '베사메무초'가

고혹적으로 들립니다

동창의 햇살은 서편으로 쏠리기 시작했어요

붉어진 작은 방 창가 나뭇가지에서

까치가 '깍깍' 거립니다


내가 쓴 편지를 읽는 당신은 어쩌면

초저녁 어스름일지도 모르겠어요


어머! 서둘러야겠어요

어두운 시골길을 달리며

공포에 떨고 싶진 않거든요


당신께 드릴 것이 없군요

식은 커피 한 모금과 빵 한 조각, 그리고 골 편지 밖에요

그리고 지금 이 공간을 내어드릴게요

2021. 12. 11 토요일 오후에

ㆍphoto by 별꽃

#여행 #쉼 #행복 #일상 #클래식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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