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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편지

by stellaㅡ별꽃 Dec 1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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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치즈빵과 민트 티

는 당신을 모릅니다

하지만

문득 당신께 지를 쓰고 싶어 졌습니다


저는 지금 한 뼘 정도 되는 공간에

나의 사랑하는 반려견 별과 함께 있습니다


 앉으면 딱 좋을 간이의자와

다란 테이블,

 그리고 작은 난로가 전부입니다


소금빵과 커피

논두렁 밭두렁 들러 온 햇살

동창으로 운 빛을 쏟아내고

소금 빵과 쓰디쓴 커피 만나 세상 더없는

다정 을 냅니다


안나 게르만의 

'The Letther to Chopin'흘러요

내가 당신에게 편지를 쓰듯 말이죠


저는 문득 이 작은 공간을

오페라하우스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로' 시작했어요.

차이콥, 쇼팽, 슈만, 시벨리우스....


어머나! 밖에서  사람들이 웃거려요



작은 공간ㅡ무척 아늑하다

'똑똑!'


"네에~~."


"창문으로 비치는 모습이

얼마나 위기 있어 보이는지 아세요?

그리고 가 좋아하는 음악이

계속 들려서 저절로 왔어요

늙은이가 주책이죠?"


"어머 별말씀을요

집이 좁아 들어오시라고도 못해 죄송해요."


두 손을 꼭 잡은 노부부 모습이

찌나 다정해 보이던지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습니다

별이는 피곤했는지 잠이 들었네요.

잠꼬대도 하고 까지 아요


젯밤 터넷을 뒤적이다

 '시골 편지'  카페 이름을 발견

 바로 여행지로 정해버렸

혹시 알아요

군가에게 편지라도 쓰고 싶어 질지


'분명 마당엔 장작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바지랑대에 걸쳐진 빨랫줄 

빨래가 춤을 추고 있을 거야

엉성하게 걸어 둔 가마솥에선 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겠지

상상 대신  카페는 하얀 자작나무를 닮았어요

그런데 별이 덕분에 실내 출입이 안 되어

 작은 공간을 차지하는  행운을 게 된 거예요.


작정 첫새벽에 스며들

한 치 앞도 분간이 안 되는 안갯속을 헤집어

달려오길 잘했어요


달리는 내내 인생이야말로 한 치 앞을

모르는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주엔 별이를 하늘나라로

보내는 줄 알았습니다.

핫팩을 뜯어먹고 토사 광란에 염증 수치가

급격히 올라 5일을 입원했었거든요.


지금은 제 곁에서 꼬물꼬물 잠꼬대도 하고

코도 골고 있으니 생도 견생도

참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뭐가 그리 장황하고 두서가

없냐고 나무라진 마세요.

저는 그저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예전처럼 다음으로 미루는 버릇 대신,

바로 실행을 합니다

특히 여행은 더 그래요


 리 생이 다음이란 게 있을까요?

가끔 의문이 듭니다

그래서

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 대해서만큼은  스스로

무척 관대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잘해주며 챙겨주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 행복이 싶어요.


횡성 호수길

의사는 제게 그럽니다

"잠 좀 제발 많이 주무세요. 면역력이 너무

없어요. 미래의 에너지를 다 가불 해서

 쓰다 보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아낄 걸 아끼셔야죠"


저는 대답해요

"그럼 그땐 지금 못 잔 잠, 아니 안 잔 잠  잘 수 있겠네요."


모로코에서 만난 어느 프랑스 노부부처럼

먼 훗날 그토록 좋아하는  여행을 하다 죽는다면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어요

횡성 호수길

 안드레아 보첼리가 부르는 '베사메무초'가

고혹적으로 들립니다

동창의 햇살은 서편으로 쏠리기 시작했어요

붉어진 작은 방 창가 나뭇가지에서

까치가 '깍깍' 거립니다


내가 쓴 편지를 읽는 당신은 어쩌면

초저녁 어스름일지도 모르겠어요


어머! 서둘러야겠어요

어두운 시골길을 달리며

공포에 떨고 싶진 않거든요


당신께 드릴 것이 없군요

식은 커피 한 모금과 빵 한 조각, 그리고  편지 밖에요

그리고 지금 이 공간을 내어드릴게요

2021. 12. 11 토요일 오후에

photo by 별꽃

#여행 #쉼 #행복 #일상  #클래식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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