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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ㅡ별꽃 Mar 15. 2020

봄을 향한 연민

지극히 소소함이 그리운..

잦은 여행은 아니지만 훌 떠나고플 때 항공권을 뒤적이며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상상만으로 행복했었다. 전 세계를 강타 중인 우한 폐렴, 코로나바이러스 19는 지구의 심장을 옥죄고 놓아주지 않는 것 같다.  해외여행 자체가 쉽지 않을뿐더러 로에게 입국 제한이란 슬픈 운명에 처한 이 시대는 빼앗긴 봄을 기다리는 기약 없는 우울증 같다.



천변 산책을 나가다 문득 아파트 내 상가에 눈을 돌렸고, 미용실을 제외한 모든 상점에 불이 꺼음을 알았다.  사나운 바람에 몸을 맡긴 불 꺼진 간판 서러움  눈치챘다.


이른 시각 승용차로 출근해, 지는 해를 등으로 넘기며 생활하는 쳇바퀴 직장인이다 보니, 우리 동네 상가를 눈여겨볼 일이 사실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북적이던 카페  흰색 커튼이 길게 드리워져있다.  커튼 사이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손세정제.


사무실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점심시간엔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음식점 가기를 기피하고, 각자 반찬을 가져와 밥을 해 먹는다. 소상공인들의 하루는 물론이고 멈춰버린 혈관처럼 도심의 유려함도 사라졌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신분증을 들고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 천진한 아이는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는다.  그림자 사이로 회색 한숨이 인다.


삼월 바람이 제법 차갑고 사납다.  화장기 없는 얼굴 절반은 마스크로 가려지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날린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서성이는 내게 작은 소리로 경적을 울리며 먼저 가라 양보하는 운전자의 가슴에 자그마한 태극기가 보인다.  꼬리를 물고 달리는 자전거 행렬 뒤에도 태극기가 나부낀다.


천변 버드나무 끝에 물이 오르고 개나리는 꽃망울을 부풀린다. 햇살은빛으로 물결을 부수고 그 물결을 타고 노는 한쌍의 청둥오리,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소녀, 둘기를 쫓는 소년, 쑥 캐는 할아버지, 두의 얼굴을 가린 마스크 속 표정을 읽기가 어렵다,

인터넷 사진 캡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의 걸음을 동시에 멈추게 한 장엄한 애국가, 개천을 건너는 다리 아래에서 누군가 색소폰을 불고 있다.


봄이 오는 줄도 모르고 깊이 잠 봄의 전령을 밟으며 지나가는 사람들, 어일어나요! 일어나서 모두에게 우리의 봄을 알려요!


새는 노래 부르고  꽃망울을 터트려요. 벌과 나비는 훨훨 날아 분가루를 나르고 산천초목은 새싹을 틔워요. 모두 희망에 찬 노래를 불러요. 몹쓸 벌레들이 우리의 봄을  갉아먹기 전에 모두 일어나요!


어쩐지 다가오는 봄은 여느  봄과 사뭇 다 느낌이다.



힘든 시기지만 모두 잘 이겨내시고 눈부신 봄을 다시 맞이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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