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즐겨봤던 판타지 소설에서는, 가상 현실 게임에 들어가기 위해 캡슐에 들어가 홍채와 혈관을 인식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설 내용에서는 가상 현실에 접속하면 단순히 시/청각뿐만 아니라 냄새, 맛, 촉각까지 모두 느낄 수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일반인에게 증강 현실이나 가상 현실과 같은 메타버스는, 영화 속이나 테마파크에 놀러가야만 가끔씩 접할 수 있었고, 소설 속 내용은 먼 미래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메타버스 산업은 극한의 즐거움을 요구하는 게이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게임 산업을 필두로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이번 코로나 펜데믹 이후, 게임 산업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메타버스 연구 개발 및 투자가 집중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일상과 융합되고 있는 메타버스
올해 순천향대학교는 SK텔레콤과 협력해 점프VR을 이용해 입학식을 치뤘다. SK텔레콤은 순천향대학교의 대운동장을 실제와 거의 흡사한 메타버스 맵으로 구현했고, 실제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대형 전광판도 설치하여, 이를 통해 입학식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출처:순천향대학교 유튜브
또한 페이스북코리아는 오큘러스 퀘스트와 스페이셜을 이용해 기자 간담회를 열어 '미래에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메타버스에 대한 다양한 비전을 제시했다.
출처: Oculus 유튜브 이와 같이 코로나로 인해 성큼 우리 일상에 들어온 메타버스와 관해, 앞의 포스팅에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의 툴을 소개했던 것처럼 이번엔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몇가지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기능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게더타운
게더 타운 게더 타운을 처음 보면 마치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기자기한 캐릭터에 어릴 적 많이하던 2D그래픽 RPG의 감성이 느껴진다.
하지만 테이블에 앉아 마이크를 이용해 상대방과 이야기해보면, 구글 미트와 같은 화상회의 툴처럼 회의를 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칠판이나 화이트보드에서 원하는 노트와 그림을 그려 동료에게 보여줄 수도 있고,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함께 게임이나 사무실 꾸미기도 가능하다.)
게더 타운 칠판(노트, 캔버스)
타운 내의 오피스를 여러 개로 분리하여 구성할 수 있고, 각 오피스의 정해진 구역(게더 타운 내 Private Space Tile의 ID가 동일한 구역)에 있는 사람 외에는 외부와 마이크 소리 등의 통신이 연결되지 않도록 맵을 구성 할 수도 있어, 중요한 내용들을 다루며 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다.
기능적인 부분들을 벗어나면, 업무를 하다 마치 회사에 있는 것처럼 친한 사람에게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인사도 할 수 있어, 단순히 자리에 앉아있을 때보다 훨씬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는게 게더타운의 큰 장점이다.
스페이셜
스페이셜의 느낌이 궁금하다면 영화 킹스맨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빈 회의실에 앉아 증강현실이 적용된 안경을 쓰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세계 각 지부의 지부장들이 보이던 바로 그 장면.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中 스페이셜에 처음 접속하게 되면 본인의 사진을 바탕으로 본인과 비슷하게 생긴(?) 아바타를 생성하게 된다. 미묘하게 비슷하긴 하지만, 아직 모델링이 조금 부족해 약간 무서운 느낌이 든다. 이 부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셜에 접속하게 되면 원하는 이미지나 MS Office 파일, PDF 와 같은 2D데이터나 아래 사진의 가방처럼 3D모델 데이터(.fbx, .gltf, .glb, .obj, .dae)를 업로드해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 또한 화면 공유를 이용해 프레젠테이션도 가능해 사실상 협업에 필요한 툴은 모두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스페이셜 화면 (앞의 게더 타운을 캡쳐해 올려보았다) 사실 스페이셜은 단순한 협업툴이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3D모델링이 가능하기때문에 예술작품을 위한 전시장이나 NFT(대체 불가능 토큰)거래를 위한 디지털 작품 전시와 같은 방면에 자주 활용되고 있다. 조금만 더 확장되면 마치 영화 매트릭스같은 세계가 스페이셜의 세계 안에 갖춰질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인피니트 오피스
인피니트 오피스는 페이스북에서 제시한 가상 사무실 환경 개념이다.
기존 가상환경에서는 VR을 착용하면 키보드 등의 기존 입력 장치를 볼 수 없어, 현실의 다양한 입력 장치 사용이 힘들었다. 때문에 페이스북(오큘러스)에서는 VR 내의 다중 디스플레이를 보면서도, 외부 카메라를 이용해 현실 세계와 동일한 너비, 크기 및 레이아웃을 가진 키보드를, 정확히 맞는 위치에 VR상에 띄워 현실과 가상을 융합한 기술을 선보였다.
인피니트 오피스 아직은 출시 초기단계로, 사실상 지원되는 기기는 로지텍k830 키보드 한 종류이며, 오큘러스 브라우저 상에서 웹 서핑이나 구글 독스 등을 이용한 업무 외에는 굉장히 제한적이라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앞에서 소개했던 스페이셜과 적절히 연동되거나 비슷한 가상 오피스 환경으로 확장된다면, 이제 정말 아침마다 자기 책상에 앉아 키보드 하나와 VR기기를 장착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현재 소개한 것 외에도 게임 산업에서는 하루 평균 접속자가 4000만명이 넘는다고 하는 로블록스나 유튜버들이 자주 소재로 활용하는 Steam의 VRChat 등 굉장히 발전한 서비스들이 많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정말 몇 년만 지나도 영화 속 내용처럼, 가상 현실에서 출/퇴근도 하고 영화도 보고 카페도 가는, 그런 시대가 올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