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보다 중요한 건 에너지 관리
공공기관 계약직을 거친 후,
처음으로 사기업에 입사했을 때는 운 좋게도 저녁 회식이 없었다.
그 생활에 익숙해지니, 그게 얼마나 편한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회식을 정말 싫어한다는 것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사기업으로 옮겼을 때,
출근 첫날 점심시간에 팀장이 “회식 좋아하냐?”라고 묻자
0.1초 만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팀장은 당황한 눈치였지만,
회사에서도 할 말은 하고 살자는 마인드였기에 솔직하게 말했다.
덕분인지 환영회식 같은 건 바로 열리진 않았다.
한 달쯤 지나, 같은 프로젝트를 하는 직원들과 상급자가 함께하는 회식이 있을 거라고 했다.
시간 되냐는 질문에 나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그날 필라테스 수업 있는데요. 시간을 바꿀까요?”
필라테스는 1:1 수업이라 직전에 취소하면 수업 한 회가 통째로 날아가 손해였다.
물론 정말 중요한 회식이라면 일정을 조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친목 자리라면 내 생활을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팀장은 그때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결국 그 회식은 무산되었다. (아니면 나만 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몇 번 거절하다 보니, 그다음부터는 쉬워졌다.
나는 나만의 회식 참가 원칙을 세웠다.
1. 같은 팀에 누군가 새로 오거나(환영회), 퇴사할 때(송별회)
2. 회사 대표 혹은 상급자가 전원 참석을 못 박았을 때
3. 점심 회식일 때
이 외에 친목을 위한 회식이라거나,
'저녁 다 같이 먹은 지 오래됐으니 모이자'는 식의 자리는 일절 가지 않았다.
의무 아닌 선택이라면 언제나 불참했다.
팀장이 여러 번 따로 불러 말할 정도였다.
“직무가 마케팅인데, 영업팀과 회식하면서 친목 다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그럼에도 나는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
회사는 친목하러 다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바뀌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렇게 경계를 명확히 나누는 게 회사 생활을 오래 버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특히 나 같은 HSP들은 그렇게 해야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을 수 있다.
결국 회식도 ‘선택’이다.
몇 번만 솔직하게 거절하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