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내 편이 되어준 건 결국 나 자신이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혹시 나와 비슷한 성장 환경을 거쳐온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무언가를 잘해도 당연하다는 말만 듣고, 못하면 금세 지적받는 환경.
토익 920점을 받았다고 하면, "왜 지난번보다 못했냐", "뭐가 문제냐"는 말만 돌아왔다.
늘 언니와 비교당하면서 '나는 언니보다 못하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런 환경에서 자존감을 지킨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스무 살 이후, 집 밖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었다.
아르바이트, 첫 직장, 대학원에서
“일머리 있다”, “시키면 척척 해내니 믿음이 간다”는 말을 의외로 자주 들었다.
집에서는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말들이었다.
나는 왜 집 안에서는 늘 부족한 사람이고, 집 밖에서는 괜찮다는 말을 들을까?
이 모순이 한동안 나를 괴롭혔다.
그러다 깨달았다. 내가 부족한 게 아니라, 늘 비교 속에 있었을 뿐이라는 걸.
부모님의 말이 진리인 것도 아니라는 걸.
하지만 이 깨달음이 내 삶을 완전히 바꾸진 않았다.
여전히 내면 깊은 곳에 심어진 엄격한 기준은 나를 옥죄었고,
회사에서도 상사의 말 한마디에 쉽게 흔들렸다.
회의실로 불려 가서 팀장에게
“본인 패싱하고 본부장에게 직접 보고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치 부모님께 꾸중 듣던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했다.
협조가 필요한데 상대가 비협조적이면 '내가 무능한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곤 했다.
예전 같으면 그대로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라며 거리를 둔다.
억지로 자존감을 지키려 애쓰던 시절엔 더 지쳤다.
그러다 문득 '좀 무너지면 어떠냐' 생각하니, 다시 일어설 힘이 생겼다.
자존감은 지켜내는 게 아니라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결국 내 안에서 나온다.
지금도 상처는 받지만, 그럴 때마다 회복할 수 있다는 걸 안다.
그게 내가 배운 자존감의 진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