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빗줄기가 떨어져 내리던 거리에서 누군가 인우의 우산 속으로 뛰어 들어온다.
“죄송하지만 저기 버스 정류장까지만 좀 씌워주시겠어요?”
당차게 인우의 인생 속으로 끼어든 태희, 서로의 눈빛이 부딪히고 청춘이 하나의 우산 속에 갇혔다. 사람들은 그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인우는 그녀의 이름도 연락처도 알지 못한 채 하루하루 애를 태우다 교정을 지나가는 태희를 발견하고는 전공인 국문과 수업이 아닌 조소과 수업에 들어가 그녀의 얼굴만 머릿속에 오롯이 새기고 있다.
“그거 알아요? 제가 태희 씨한테 마법 걸었어요. 물건 쥘 때 새끼손가락 이렇게 피라고요.”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던 태희는 컵을 쥘 때 새끼손가락을 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대학교 MT가 있던 날도 국문과가 아닌 조소과 MT로 발길을 돌린 인우는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흥얼거리며 해변을 거니는 태희를 쫓아 나선다.
“저 따라오신 거 아니에요? 난 나 쫓아온 줄 알았는데.”
이제 둘은 서로를 확인하며 나란히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혹시 왈츠 출 줄 알아요?”
그들은 서로의 손을 붙들고 붉게 물들어 가는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태희의 이끌림에 따라 왈츠를 추기 시작한다.
“나 대학 입시 준비할 때 틈틈이 만들었던 거야. 언젠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그때 주려고.”
태희는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라이터를 건넨다. 인우는 라이터를 켜고 피우지도 못하던 담배를 매개로 태희를 뿜어낸다.
“인우야, 나 뉴질랜드 가고 싶어. 거기 가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있대. 뛰어내려도 끝이 아닐 것 같아.”
산 정상에 오른 태희는 번지점프를 통해 날개를 달고 한껏 날아오르고 싶어 한다.
“그래, 같이 죽자.”
“아냐, 안 죽어.”
1987년, 나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있었다. 여름의 열기로 후더워진 공기가 혼령처럼 떠도는 교실은 내 목을 누른 채 숨통을 조여왔고, 탈출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던 중이었다.
담임 선생님의 생일날, 아이들은 담임의 환심을 사서 몇 시간의 자율이 아닌 자율학습 시간만이라도 자유를 누려보려 작당모의를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빗소리가 교실 창문을 두드리며 아이들을 저지하고 나섰다. 과연 누가 산꼭대기에 있는 학교 건물을 벗어나, 빗길을 뚫고 가서, 꽃다발을 사 들고 올 것인가. 그렇듯 무모하고 다소 저능한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선뜻 나설 이는 없어 보였다. 아이들은 모두 서로가 서로를 흘끔거리다 고개를 숙인 채 슬슬 눈길을 피하고 말았다. 나는 그저 책상에 엉덩이를 걸친 채 멀뚱히 주위를 둘러보다 여태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저 애도 나처럼 상태가 안 좋은 거구나.’
내가 그녀를 알아보았듯 그녀도 나를 알아보았다.
“우리밖에 없다.”
“그러게.”
가파른 언덕을 내려오는 동안 비는 더욱 세차게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교문을 나서는데 삽시간에 불어난 빗물이 무릎까지 차올랐다. 도시의 끝 산자락을 깎아 만들어 놓은 신설 학교 주변은 하수구 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을 리 없었다. 빠른 속도로 다량의 비가 쏟아지면서 미처 빠지지 못한 빗물은 고스란히 흙길에 고인 채 진흙탕을 만들어 놓았다. 젖은 신발이 철썩거리며 구덩이에 빠지곤 했다. 우산은 쓰나 마나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고 말았다. 젖은 청바지가 몸에 들러붙어 발을 떼기조차 힘겨웠다.
잔뜩 짜증이 몰려와야 할 그 순간, 이상하게도 나는 희열이 느껴졌다. 친구의 얼굴 역시 환히 웃고 있었다. 여름의 습한 열기를 저만치 물리며 빗물에 실려 대기를 타고 우리의 콧구멍을 스쳐 숨을 쉬게 하던 바람 한 자락, 그것은 분명 자유라 불리던 의미였다.
우리는 청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물살을 헤치며 꽃집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외진 곳에 꽃집은커녕 변변한 가게 하나 보이지 않았고, 시내까지 나가서야 꽃다발 한 움큼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근데 사실 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이기도 해.”
“그래? 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인데.”
때로 어떤 우연은 필연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끈끈한 유대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우정’이라 부른다.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 빗길에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버스에서 내려서는 태희, 다시 버스가 멈추고 뒤이어 인우가 내린다. 우산을 받쳐주는 인우를 거부하는 태희는 잔뜩 무언가에 골이 나 있다.
“이 우산 네가 가져가라고!”
“싫어. 니꺼 집에 가져가고 싶지 않아. 꼴도 보기 싫어.”
인우는 공중전화 부스에 대고 거칠게 우산을 내리치기 시작한다. 우산은 살대가 휘고 그들의 관계처럼 부서지고 만다. 빗속으로 떠나는 인우, 빗길에 남겨진 채 주먹 쥔 손을 파르르 떠는 태희, 한결같을 것만 같던 그들이 사랑싸움을 시작했다.
“고마워, 안 가고 있어 줘서. 오면서 계속 생각했어. 인태희, 가지만 말아라. 그래 있어라, 제발. 그럼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한다.”
“왜 따라 해. 나도 여기 서서 생각했어. 서인우, 다시 돌아와. 다시 돌아오기만 하면 앞으로 니가 하자는 대로 다 한다.”
비가 떨어져 내리는 밤거리, 결국 사랑싸움은 칼로 물 베기로 끝이 난다.
“이 우산 너 처음 만났을 때 썼던 우산이다. 알아?”
“어, 알아.”
둘은 부서진 우산을 들고 깔깔거린다.
“나 너랑 자고 싶어.”
......
“나도.”
어찌할 줄을 몰라 어색하게 마주 앉은 여관방에서 인우는 딸꾹질을 하기 시작한다.
“너 긴장하면 딸꾹질하는구나. 아님 흥분하면 하는 건가?”
서투른 청춘은 그렇듯 안타까운 시간만 흘려보낸다.
“걱정하지 마, 나 어디 안 가. 나 그대로 있을게. 지금 모습 그대로.”
태희는 인우를 가슴팍에 끌어안고 속삭인다.
그렇듯 영원할 것만 같은 그들에게 인우의 군입대는 찰나에 불과할 것처럼 여겨진다. 태희는 당연히 훈련소까지 같이 갈 거라며 혹시 좀 늦더라도 꼭 기다리라 한다. 용산역에서 태희를 기다리고 있던 인우는 약속 시간이 지나고, 결국 열차가 떠나도록 나타나지 않는 그녀를 한없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애가 내가 좋다네. 아무래도 취향이 이상한 거 같아.”
아르바이트 따위로 시간이나 축내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내게 희망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은 그저 사치에 불과할 뿐이었다. 간혹 행인 1이라든가 행인 2 따위의 존재들이 지나다 호감이라도 보일라치면 그저 가던 길 가시라 묵살하곤 했다.
“왜 그렇게 벽을 세우고 밀어내기만 하는데?”
“그냥 걔 만나. 이쁘고 상큼하고 좋잖아. 또 글래머고.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나도 몰라. 그러니까 정신 차리라고 내 뺨 한 대만 때려줘.”
그의 뺨을 때릴 수도, 온전히 그를 받아들일 수도 없는 상태로 서로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가 나를 바라볼 때면 심장이 딸꾹질을 해대서 그만 눈길조차 마주할 수가 없었다.
“너도 연애 그런 걸 해? 웃긴다.”
친구는 신기해하며 물었다.
“그러니까 와서 얼굴이라도 한번 봐야 되지 않겠냐?”
서울로 불러올린 친구와 함께 영등포역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늘 다니던 루트가 아니면 서울 지리를 잘 모르던 나는 친구를 데리고 우왕좌왕 헤매다 한 시간쯤 뒤늦게서야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핸드폰이 없으니 늦는다고 연락할 데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그는 하얗게 사색이 된 얼굴로 내 앞에 선 채 화를 낼 수도 반가움을 표할 수도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혹 사고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불길함과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무사히 도착한 데 대한 안도가 뒤섞이면서 슬슬 화가 치밀기도 했을 터이다. 많이 미안했지만 딱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한 웃음만 지어 보였다.
월미도로 향해 가는 동안에도 뒤처져서 뚱하니 걸어오는 그를 보며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타고 항구에서 떠밀려 오는 냄새가 코끝에 와닿았다. 어디선가 생선 내장이 애타는 내 가슴처럼 썩어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해는 정수리에 직선으로 내리 꽂히고 있었다. 신발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지열로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나 갈께.”
그는 내 눈앞에서 몸을 돌려 등을 보인 채 쌩하니 걷기 시작했다. 뒤통수에도 표정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주저앉고 싶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를 보내면 안 될 것 같아 뒤쫓아 가서 옷소매를 붙들었다.
“가지 마!”
“왜?”
왜냐? 그러게. 왜 내가 그를 붙들고 있는지 스스로 알아야 했다. 그래야 가던 길이나 가라고 돌려보내든지 붙잡든지 할 터였다. 하지만 그렇게 꾸물대고 있다가는 그가 이대로 영원히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아무튼 가지 마!”
“왜? 왜냐고? 친구 앞에서 들러리나 세우자고 나 부른 거야?”
그는 매서운 눈길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에 질세라 나도 화를 주체하지 못한 채 내질러버리고 말았다.
사랑하니까!
우리는 그날 월미도를 거쳐 다시 남산에 올랐고,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그렇듯 가당찮게도 남들 다하는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랑은 시작과 동시에 끝을 예감하기도 한다.
“이 지구상 어느 한 곳에 이만한 바늘 하나를 꽂고 저 하늘 꼭대기에서 밀실을 또 딱 하나 떨어뜨리는 거야. 그 밀씨가 나풀나풀 떨어져서 그 바늘 위에 꽂힐 확률. 지금 니들 앞에, 옆에 있는 친구들도 다 그렇게 엄청난 확률로 만난 거고, 또 나하고도 그렇게 만난 거다. 그걸 인연이라고 부르는 거다.”
첫사랑에 대하여 물어 오는 학생들, 첫 수업 시간은 늘 그렇듯 진부하기 마련이다.
“첫눈에 반했어. 어떤 비 오는 날.”
2000년, 인우는 그렇게 국어 교사가 되어 있다.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는 건 지금 니 얼굴이나 니 몸매가 마음에 든다는 얘기거든. 사랑은 그렇게 순간적으로 풍덩 빠지는 게 아니야. 그 사람을 알아보는 거지.”
고작 열일곱 살 제자 현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인우는 그 아이를 눈여겨보게 된다.
체육대회 날, 사제지간 2인 3각에 인우는 현빈과 어깨동무를 하자 태희와의 첫날밤처럼 딸꾹질을 하기 시작한다.
“근데 왜 숟가락은 디귿 받침이에요?”
국어 수업 시간, 태희와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현빈을 보며 인우는 더욱 혼란에 빠져든다.
원목의 인테리어는 견고하면서도 푹신한 소파의 쿠션으로 인해 안락함을 안겨 왔다. 하지만 때로 어떤 아늑함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카페의 문이 정면으로 보이는 테이블에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껄껄거리며 웃고 떠들어댔다. 문에 매달아 놓은 도어벨이 울릴 때마다 고개를 쳐들고 그곳을 바라보았다. 커피잔의 커피가 바닥을 드러내자 물잔을 손에 쥔 채 만지작거렸다. 열두 시, 한 시, 두 시, 세 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육중한 카페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도어벨이 요란스레 울리고 햇살 가득하던 거리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하늘에 검은 먹구름이 몰려와 비를 퍼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난데없이 쏟아지는 비를 피해 건물 밑으로 몸을 숨겼다.
나는 온전히 그 비를 맞으며 걷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서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냐, 아니라고. 내 눈에서 떨어지는 건 절대 눈물이 아니라 빗물이라고!
속으로 악다구니를 질러대면서도 비가 내려 다행이라 여겼다.
터미널에 도착하자 다시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공중전화 부스가 보이자 수화기를 붙들고 다이얼을 돌렸다.
“지금 집에 없는데요.”
“터미널인데 그냥...... 올라간다고 전해주세요.”
“네.”
공손한 형의 목소리 너머에서 듣고 있을 그에게 고하는 메시지였다.
“이 여자 유명한 여자냐?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
중고품을 널어놓은 좌판에서 태희가 인우에게 선물했던 라이터를 발견한 현빈은 왠지 낯익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임현빈, 이게 누구야?”
라이터에 새겨진 태희의 얼굴을 그리고 있던 현빈을 몰아세우는 인우의 감정이 격해 있다.
“너 도대체 누구야?”
학생들은 인우와 현빈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난 다시 태어나도 너만 찾아다닐 거야. 악착같이 널 찾아서 다시 너만 사랑할 거야.”
“근데 그 사람이 전생의 나라는 걸 어떻게 알아?”
“그건 알 수 있지. 내가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게 될 거 아냐. 그럼 그건 바로 너야. 너 아니면 누구하고도 다시 사랑할 수 없을 거니까.”
인우는 태희와의 밤을 떠올리며 현빈을 바라본다.
아내와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자신의 성정체성조차 불분명해진 인우는 결국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그러나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은 인우뿐 아니라 태희의 라이터를 손에 쥐게 된 현빈도 마찬가지다. 차츰 머릿속에는 태희가 인우를 처음 본 순간이 떠오르고 비 오는 날 우산을 받쳐 든 인우를 향해 뛰어들던 때를 기억해낸다.
인우를 만나러 용산역으로 향해가던 태희, 트럭에 부딪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인우의 곁으로 가지 못했던 그녀, 현빈의 전생이 삽시간에 그를 향해 덮쳐온다.
그리하여 현빈은 태희의 모습을 한 채 용산역에서 과거를 되새김질하던 인우 앞에 서게 된다. 마침내 그들은 서로를 알아보게 된 것이다.
“왔구나.”
“미안해. 너무 늦었지.”
“늦게라도 와줘서 고마워.”
인우와 현빈은 태희가 가고 싶어 했던 뉴질랜드의 카와라우 강 다리 한가운데 서서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손을 꼭 붙든 채 허공을 향해 한껏 날아오른다. 때로 어떤 사랑은 시작과 동시에 끝을 향해 치닫기도 한다.
“이번엔 여자로 태어나야지.”
“근데 나도 여자로 태어나면 어쩌지?”
“그럼 또 사랑해야지. 뭐.”
늘 그를 잊지 못하는 내게 언젠가 친구가 물었다.
"너는 왜 걔가 좋아?"
"걔는 날 알아."
그와 나는 말이 없었다. 별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서로를 알고 있었다.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고 부모나 형제, 친구라는 이름으로 지내거나 결혼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의식까지 치러보기도 했지만 정작 나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누가 누군가를 알아본다는 것, 그것은 밀씨가 나풀나풀 떨어져서 바늘 위에 꽂힐 확률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소중히 품어 안을 무언가이다.
처음 애써 눈감아버린 직관처럼 그와 나는 시작과 동시에 이미 끝나 있었다. 변변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나와 달리 내가 채워줄 수 있는 게 없을 만큼 많은 것을 가졌던 그에게 서로를 알아보았을망정 절벽에서 뛰어내릴 만큼의 용기 따위는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여름이 성큼 다가오는가 싶더니 다시 봄비가 내리고 있다. 창문에 들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아주 오랜만에 한가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정신없이 갖가지 일들에 매달리다 구멍 뚫린 시간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문득 떨어져 내리는 것들의 찬란한 향연이 그리워진다. 그것은 날개도 없이 날아오르던 인우와 태희의 혹은 인우와 현빈의 용기가 사무치도록 가슴을 저며오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 거라고 당신이 말했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에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