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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rant lulu Dec 26. 2023

사랑하는 마음

feat. 커피 가루


원두는. 곱게 갈았다. 미분이 많이 나올 터.

그라인더의 뚜껑을 탕탕 치려다, 멈칫한다.

옛날에는 그랬다. 커피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그리고 한동안은.


그런데, 어느 날. 커피를 오래 하신 분이 하는 걸 보고 나도 바꿨다.

그분은 그라인딩을 다 하고도 컵을 도저에서 떼지 않고 탕탕 쳤다.

"왜 미분을 그대로 받아요? 맛이 없잖아요. 텁텁하잖아요."

"미분도 커피예요. 커피라면 다 받아서 내려요."

맛이 덜하겠거니 하고 커피를 건네 마셨다.


맛있었다.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고 나면 일정량의 커피 가루가 쏟아져 나온다.

그 나머지는 방앗간의 들깨 껍질처럼 풀풀 날리는 미분들이다.

본래 미분은 찌꺼기라서 커피 맛을 저해한다고 하는데.

미분을 아낌없이 내려도 맛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내가 커피를 모두 감싸 안고 내리면 그만이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내리면 맛있다.


내 그라인더는 뚜껑을 탕탕 쳐야 가루가 더 세게 나온다.

오늘은 곱게 간 가루가 사방에 날린다.


이쁜 것들~


커피 가루가 공간에 퍼지면서

나의 사랑도 퍼져간다.


맛있어져라~





coffee gri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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