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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grant lulu Feb 14. 2024

아침의 행복

feat. 카페오레

이른 아침. 아직 카페는 문을 안 열었지. 라테가 마시고 싶은데. 아침에는 식사 대용으로 그걸 먹고 싶을 때가 있지.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은 없고. 그럼 다른 걸 만들어 먹어야지. 편의점으로 향한다. 우유 하나를 집어 들고, 두리번거린다. 부드러운 크림 샌드와 달콤한 패스트리를 고른다.


집으로 돌아와 커피를 내린다. 원두를 곱게 갈아서 핸드 드립으로 내린다. 가루는 많이, 물은 적게, 비율은 이렇다. 모카포트가 있으면 이탈리아에서 아침을 맞는 기분이 드니까 이국적이다. 캡슐 커피가 있다면 손쉽게 에스프레소를 내릴 수 있으니 더없이 좋다. 나는 캡슐 커피가 없고 모카포트는 번거롭다. 하던 대로 올드 스타일의 브루잉을 한다. 커피가 진하게 천천히 침전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스불을 켠다.


밀크팬에 우유를 붓고 아주 약한 불로 서서히 데운다. 너무 뜨거워서 표면에 막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비닐 막이 입천장에 닿으면 미끌거리는 기분이 좋지 않고, 맛은 비릿하다. 따뜻하게 데워야 한다. 미지근하면 이맛도 저맛도 아니게 된다. 팬을 수시로 살짝 들어서 밀크를 흔들어준다. 전자레인지는 사용하지 않는다. 전자파는 우유층을 골고루 덥혀 주지 않는다.


커피를 큰 잔에 조용히 따른다. 우유를 그 위에 조심히 쏟는다. 둘은 잘 섞인다. 그리고 나는 마신다. 되도록이면 입구가 넓고 옆으로 퍼진 잔을 고른다. 커피와 우유가 큰 공간에서 헤엄치며 한데 어우러지게 풀어 줘야 한다. 두툼한 세라믹 잔이 좋겠다. 보온을 위해서라면.


진한 향미를 느끼고 싶을 때는 커피를 더 많이, 고소한 밀키함이 좋을 때는 우유를 더 많이 넣는다. 단것을 먹고 싶으면 흑설탕을, 찐득한 것을 좋아한다면 꿀을 첨가한다. 아, 더욱 고소하고 단맛의 풍미를 원한다면 락토 프리나 멸균 우유를 추천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다.


커피는 마음대로 선택한다. 꽃향기가 나는 것도 좋고, 쥬시한 것도 좋다. 카카오닙스나 초콜릿의 씁쓸한 맛 또는 견과류의 너티한 맛도 좋다. 비스킷이나 슈가의 스위트한 맛도 물론 좋다. 커피가 가진 고유한 뉘앙스를 즐겨보는 재미가 있다. 우유가 섞여도 커피의 플레이버는 본질을 잃지 않는다. 스페셜티 커피가 없다면 인스턴트 커피가 최고다. 애프터에 약간 짠맛이 나기도 한다. 스푼 가득 떠서 푹 집어넣는다. 커피는 진해야 맛있다.


마시기 전에 브루잉 커피 원액을 한 모금 맛보고 농도를 체크한다. 마신 후에는 남은 브루잉을 따뜻한 아메리카노처럼 한 모금 마셔 클린하게 테이스트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하면 커피의 무거운 바디가 먼저 들어와 자리를 잡고, 우유와 함께 고소하고 깔끔한 여운이 오전 내내 남는다.


단독으로 마셔도 좋다. 커피와 우유의 양과 농도를 적절히 배합하면 된다. 커피가 연하거나 양이 적으면 밍밍할 수 있다. 커피가 진하거나 양이 많으면 속이 아플 수 있다. 아침이니까 빈속을 달래며 마셔 주어야 한다. 부드러운 맛이 되도록 몇 차례 만들다 보면 자신의 감을 숙지할 수 있다.


빵을 곁들이면 아침 식사로 그만이다. 크루아상같이 담백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한 종류를 추천한다. 식빵에 잼이나 버터를 살짝 발라서 먹어도 좋다. 케이크나 마카롱처럼 찐득한 것들은 부담스럽다. 샌드위치는 배가 많이 부르다. 우유가 들어가서 커피 하나만 마셔도 풍족감을 느낄 수 있다.


오늘은 커피를 적게 넣고, 우유를 많이 넣었다. 매끈거리는 크림과 씹히는 식빵의 질감을 함께 맛본다. 패스트리의 설탕 가루와 박력분의 촉감도 느껴 본다. 그 안에 오늘의 메뉴를 따뜻하게 밀어 넣는다. 마지막 패스트리 한 조각에는 꿀 한 스푼을 떨어뜨린다. 점성은 높아진다. 아침의 행복은 이렇게 시작된다.


내가 아침에 즐겨 마시는 카페오레의 레시피이다. 프랑스어로 'café(커피) au(넣은) lait(우유)'. 이것은 간단하게 '우유를 넣은 커피'이다. '커피를 넣은 우유'라고도 할 수 있겠다. 두 가지의 비율에 따라 이름 붙이기 나름이다. 커피와 우유를 1:1로 넣는다, 프랑스 사람들은 아침에 사발처럼 큰 볼에 따라서 들이켠다, 크루아상이나 바게트와 함께 하는 프랑스식 아침 식사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있고, 실제로 그들은 그렇게 해 왔다.


그러나 나는 지금 한국에 있고, 정통 레시피를 맹신할 이유가 없고, 정형화된 요리법도 없지만. 내가 가진 재료와 환경 안에서 나의 입맛과 취향대로 만들어 먹고, 그것으로 나의 하루가 행복하면 그만이다.


가끔 나는 이렇게 아침을 행복하게 시작한다. café au lait, mon amour! 내 사랑, 카페오레!




카페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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