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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 Feb 28. 2019

정희

전화상담일을 하다 보면, 말이 상담원이지 나를 감정의 배설구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하루에도 몇 명씩 대하게 되거든? 그래도 이젠 몇 년째 일을 하다 보니 그런 말들에는 제법 무뎌지고 익숙해졌어. 근데 내가 정말 약해졌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그럴 땐 속수무책으로 당해.


근데 그게 참. 말하면서도 내가 쪽팔리네.


왜, 그런 사람 있잖아. 남들 다 웃는 장면에서 혼자 안 웃고 남들 조용할 때 웃는 사람. 내가 요즘 그래. 어느 날엔가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데 주인공도 아닌 사람이 혼자 손톱을 깎는 장면에 괜히 혼자 감정이입이 돼서 오열하고 있는 거야 내가.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고. 옆 사람들은 수군대고. 그렇게 그냥 극장에서 나와서 펑펑 울었거든.


이게 뭐야 짜증 나게. 그럴 때면 차라리 아무 감정 없는 기계가 편하겠다 싶어. AI니 뭐니 떠들어대잖아. 나도 기계로 대체되겠지? 근데 그건 그것대로 또 슬플 것 같아. 그때가 되면 난 뭘 하며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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