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이를 떠나보냈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 다소 충격적인 사진이 있을 수 있습니다.
2021년 9월 6일, 아롱이를 떠나보냈다.
아침에 브런치 알람이 여러개 울려서 찾아보니 브런치 뷰에서 한 달 전에 아롱이를 주제로 썼던 글을 올린 것이 이유였다. 하필이면 이상하게 위 아래로 검은색 셋업을 입고 출근한 날이었다.
사람은 무엇이든 일이 벌어지면 끼워맞추면서 그걸 운명이라고 믿는 존재다.
이번주는 팀에서 새롭게 목표설정을 하고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주였다. 오전 내내 정신없이 업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에게 사진과 함께 카톡이 왔다.
“아롱이 갔어”
그 길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당장 실감은 나지 않았다. 그래도 5시로 예약한 장례식장으로 향하기 위해 반차를 내고 집을 들렀다가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실감이 나지 않는 나는 회사에서 웃으며 동료들에게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지하철을 타고 자취방으로 오는 동안 조금씩 슬픔이 몰려왔지만 아직도 실감은 나지 않았다.
자뷔방에서 준비를 하고 나오자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졌다. 너무나 클리셰적인 날씨였다. 약속한 판교 역에 도착해 가족이 몰고 온 차에 타자, 마치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은 아롱이를 안은 동생이 시야에 들어왔다. 겁이 났지만 살짝 쓰다듬어보았다. 그냥 자고 있는 아롱이 같았다.
장례식장에 도착해 염이 진행되는 동안 장례 도우미의 설명을 듣는데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염을 마치고 추모관에 얌전히 누워 있는 아롱이의 모습을 보자 눈물이 쏟아졌다. 눈을 살짝 뜨고 있던 아롱이는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누워있었다. 여전히 자고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 끝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하필이면 왜 장례식장 예전 이름은 “아롱이 천국”인지.
울먹이는 목소리로 거기선 친구들한테 틱틱대지 말고, 좋아하는 고구마 라면 치킨 실컷 먹으라고, 아파서 먹지 못했던 음식들 맘껏 먹으라는 말을 건넸다.
충분히 슬퍼하는 시간을 가진 뒤, 1시간 남짓한 화장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도 밖에는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다. 화장장에 들어가는 아롱이의 마지막 모습을 차마 찍지 못했다. 마지막 모습이 여전히 어른거린다.
화장을 마치고 나온 아롱이는 작고 예쁜 유골함에 담겼다. 아롱이 털을 담은 목걸이와 함께.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하늘도 슬퍼서 울고 있다고 할 수 있는, 클리셰 같은 멘트를 할 수 있는 날씨였다.
멀쩡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엉엉 소리내어 오열했다. 내가 한 번도 낸 적 없는 소리였다.
멀쩡하다고 생각했는데, 멀쩡하지가 않다. 정말 너무 힘들다. 이렇게라도 남기지 않으면 또 까먹을 것 같아서, 필사적으로 글을 적어내려간다. 펜으로 적은 글이었다면 눈물자욱으로 알아볼 수 없는 글이었을 것이다. 도저히 내일 출근을 할 자신이 없다.
2005.07.01 - 2021.09.06
마음의 준비는 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잘가 아롱아. 고마웠어.
많은 분들이 <나의 늙은 반려견에게>라는 글에 댓글을 달아주시는데 정말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건 비슷한 마음이구나 싶어서 따뜻해지는 시간들이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