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라도 그냥 때우지 마세요
그런 날이 있다. 뭘 사먹으러 나가기는 너무 귀찮은데 또 밑바닥부터 모두 만들어먹기도 번거롭고… 간단하게 반조리 식품을 먹자니 사실 이건 기분이 라면 먹는 느낌이라 왠지 상실감이 느껴진다. 요즘 HMR 식품이 맛있게 잘 나오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도 라면이나 반조리식품처럼 아쉬운 부분이다. 그럴 땐 기성품에 약간의 정성만 더하면 기분이 한껏 좋아진다.
특별한 재료가 없고 밥과 계란만 좀 있다면, 보통은 간장계란밥을 해먹거나 달걀 후라이를 밥에 얹어 고추장에 비벼먹거나 한다. 하지만 파와 소금, 간장 정도 기초적인 조미료만 있다면 분위기는 아주 달라진다.
먼저 후라이팬을 달궜다가 불을 최소로 줄인 후 잘게 자른 파 한웅큼 정도를 넣고 슬슬 저어 파기름을 내준다. 이때 흰 부분이 많이 들어가면 좋다.
적당히 파향이 올라오면 팬 한쪽 구성에 간장을 한 티스푼 정도 넣어 졸여준 다음 불을 최대로 올려 찬밥을 넣고 볶아준다. 밥이 얼추 볶아졌다면 볶은 밥을 팬 한 쪽으로 밀어내고 달걀을 깬 후 저어 스크램블을 만든 후 불을 끄고 잘 저어 섞섞해준다. 이때 후추를 좀 뿌려주면 굿굿. 간은 소금으로 맞춰주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밥을 그냥 그릇이나 접시에 툭 담지 말고, 밥그릇에 꼭꼭 퍼담은 다음 잘 눌러서 잠깐 기다린 후 접시 위에 모양을 잘 유지한 채 엎어주면 중국집에서 먹는 듯한 비주얼을 완성할 수 있다. 계란 후라이도 하나 해서 덮어주면 좋고. 삼분짜장 같은것도 한 봉지 뿌려주면 완벽하다.
풀무원 냉면 같은 반조리 냉면 역시 맛은 괜찮을지 몰라도 영 비주얼이 마뜩치 않을 때가 있다. 집에 무 채나물 같은게 있으면 물에 헹군 다음 면 위에 살포시 올려준다. 그리고 감동란 같은걸 사온다음 냉면 위에 곱게 올려주면 분식집 냉면 비주얼 완성. 먹다 남은 수육 같은걸 올려도 좋다.
그리고 진짜 꿀팁은 지금부터. 쪽파가 있으면 좋겠지만 아니면 대파라도 최대한 얇게 썰어 기성품 냉면 위에 뿌려주고 고춧가루도 솔솔 뿌리면 촵촵 붙는 국물맛을 볼 수 있다.
예전 브런치에 올렸던 글 ‘점심 한 끼에 진심을 다하는 이유’에서 밝힌 바 처럼, 비싸거나 좋은 재료가 아니어도 한 끼를 잘 차려먹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하는 가장 작은 시작’이라 생각한다. 식사를 때우는게 아니라 기분좋게 즐길 수 있으니까. 기성품만 뚝딱 데우거나 끓여먹는 것은 대충 때우는 느낌이 들어서 영 찜찜하잖아.
큰 노력도 필요 없다. 기성품 함박 스테이크에 계란 후라이 하나만 얹어도 얼마나 가슴이 웅장해 지는데... 여러 가지 요리 팁을 익힌 후 아주 약간만 정성을 곁들여 보자. 그것 때문에 그 날 한 끼가, 아니 그 날 하루가 즐거워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