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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품이 요리로 변하는 사소한 꿀팁

한 끼라도 그냥 때우지 마세요

by Francis

그런 날이 있다. 뭘 사먹으러 나가기는 너무 귀찮은데 또 밑바닥부터 모두 만들어먹기도 번거롭고… 간단하게 반조리 식품을 먹자니 사실 이건 기분이 라면 먹는 느낌이라 왠지 상실감이 느껴진다. 요즘 HMR 식품이 맛있게 잘 나오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도 라면이나 반조리식품처럼 아쉬운 부분이다. 그럴 땐 기성품에 약간의 정성만 더하면 기분이 한껏 좋아진다.


특별한 재료가 없고 밥과 계란만 좀 있다면, 보통은 간장계란밥을 해먹거나 달걀 후라이를 밥에 얹어 고추장에 비벼먹거나 한다. 하지만 파와 소금, 간장 정도 기초적인 조미료만 있다면 분위기는 아주 달라진다.

먼저 후라이팬을 달궜다가 불을 최소로 줄인 후 잘게 자른 파 한웅큼 정도를 넣고 슬슬 저어 파기름을 내준다. 이때 흰 부분이 많이 들어가면 좋다.

적당히 파향이 올라오면 팬 한쪽 구성에 간장을 한 티스푼 정도 넣어 졸여준 다음 불을 최대로 올려 찬밥을 넣고 볶아준다. 밥이 얼추 볶아졌다면 볶은 밥을 팬 한 쪽으로 밀어내고 달걀을 깬 후 저어 스크램블을 만든 후 불을 끄고 잘 저어 섞섞해준다. 이때 후추를 좀 뿌려주면 굿굿. 간은 소금으로 맞춰주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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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밥을 그냥 그릇이나 접시에 툭 담지 말고, 밥그릇에 꼭꼭 퍼담은 다음 잘 눌러서 잠깐 기다린 후 접시 위에 모양을 잘 유지한 채 엎어주면 중국집에서 먹는 듯한 비주얼을 완성할 수 있다. 계란 후라이도 하나 해서 덮어주면 좋고. 삼분짜장 같은것도 한 봉지 뿌려주면 완벽하다.


풀무원 냉면 같은 반조리 냉면 역시 맛은 괜찮을지 몰라도 영 비주얼이 마뜩치 않을 때가 있다. 집에 무 채나물 같은게 있으면 물에 헹군 다음 면 위에 살포시 올려준다. 그리고 감동란 같은걸 사온다음 냉면 위에 곱게 올려주면 분식집 냉면 비주얼 완성. 먹다 남은 수육 같은걸 올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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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짜 꿀팁은 지금부터. 쪽파가 있으면 좋겠지만 아니면 대파라도 최대한 얇게 썰어 기성품 냉면 위에 뿌려주고 고춧가루도 솔솔 뿌리면 촵촵 붙는 국물맛을 볼 수 있다.


예전 브런치에 올렸던 글 ‘점심 한 끼에 진심을 다하는 이유’에서 밝힌 바 처럼, 비싸거나 좋은 재료가 아니어도 한 끼를 잘 차려먹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하는 가장 작은 시작’이라 생각한다. 식사를 때우는게 아니라 기분좋게 즐길 수 있으니까. 기성품만 뚝딱 데우거나 끓여먹는 것은 대충 때우는 느낌이 들어서 영 찜찜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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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노력도 필요 없다. 기성품 함박 스테이크에 계란 후라이 하나만 얹어도 얼마나 가슴이 웅장해 지는데... 여러 가지 요리 팁을 익힌 후 아주 약간만 정성을 곁들여 보자. 그것 때문에 그 날 한 끼가, 아니 그 날 하루가 즐거워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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