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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Sep 27. 2021

난생 처음 혼자 배달 음식을 먹었다

다시는 나혼자 즐겁자고 이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리라

그동안 의도적으로 나 스스로는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 부모님이 부탁하시거나 특수한 상황이 있을 때를 빼고는 내가 음식을 받아오거나 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지간하면 배달을 시키려 하지 않았다. 플랫폼 사업이나 뭐 그런걸 차치하더라도, 왠지 배달을 시키려고 하면 마음이 좋지 않았달까. 


그런데, 오늘 어찌어찌  출장을 왔다. 대전에서 일을 끝내고 다음날 포항으로 건너가는 일정. 밤에 뭐한 맛있는 것이라도 먹어야지! 대전 정부청사 부근에 숙소를 잡고 뭘 찾아보려니, 아무래도 혼자 출장온거라 마땅히 먹을 게 없더라. 족발 보쌈은 너무 많고, 혼자다 보니 고기를 구워 먹기도 쉽지 않다. 코시국이다 보니 밤 8시가 넘어 식당은 모두 닫았고… 그냥 편의점 음식으로 때울까 하다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고민하고 망설이다 결국 배달앱을 켜고 말았다. 


뭐 원래 알았지만, 앱 속은 별천지다. 먹을 것 없고 놀 것 없다는 대전에도 배달 앱에는 온통 맛집 투성이다. 배달 앱을 20분이나 보다 결국 정한건 클래식한 메뉴, 피곤할때는 고기지. 요즘 노안이 와서 아이폰12미니가 잘 보지도 않아 그냥 대충 돼지고기 세트에 슥슥 스크롤하다 걸린 불냉면과 벌집 소시지 추가.

주문 시켜놓고 한 20분 지나니 따르릉~ 전화가 온다. 숙소 아래서 패키지를 받으니 음식이 한가득! 어라 이거 뭔가 쌔한데? 내 방으로 가서 보따리를 풀어보니 오마이갓. 나 1인분 시킨거 맞나. 

버섯과 양파를 곁들여 구운 삼겹살 200g에 벌집 쏘시지, 김치와 마늘, 고추와 무절임, 파무침과 쌈채소 등 다양한 채소에 된장찌개와 밥, 거기에 겁나 큰 불냉면까지…. 일단 배가 고파 뵈는게 없어 다 펼쳐놓고 먹기 시작.

어우 쌈으로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구나. 적당히 식은 고기도 맛있네? 역시 출장에는 쏘맥이지. 불냉면은 좀 별로였지만, 이거 또 불어도 입가심하기 좋구만. 맥주 네 캔 만원에 충남권 소주 이제우‘린’ 사랑합니다. 대강 소맥을 말아도 아주 꿀처럼 넘어가는구나. 순식간에 음식과 술을 작살내기 시작. 좀 먹고 나니 정신이 돌아왔다. 아 내가 배달을 안시키는게 이런 이유였구나. 


일단, 직방 등 부동산이나 아고다나 에어비앤비 등 주택 플랫폼과는 달리 배달 플랫폼에는 음식을 양이 적어보이게 찍나보다. 비록 2만원이 좀 넘었지만 양이 영 적어보여 시켰는데 이게 왜 1인 세트지!!! 이건 낭비다. 2/3만 먹어도 배가 터지겠는데 일부러 적게 보여서 혼자서도 이렇게 비용을 지출하게 유도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것보다 더 무서운거. 이 플라스틱을 어떡하지? 아니 나 하나 먹는데 플라스틱 쓰레기가 이게 얼마야? 찬그릇 두개에 냉면그릇 하나, 파무침 그릇에 찌개그릇, 냉면 육수 그릇과 너무 배불러 손도 못댄 밥까지… 크고작은 플라스틱 그릇 일곱 개에 랩 포장은 셀 수도 없고…. 집이면 설거지라도 해서 배출하겠는데 여긴 비즈니스 호텔이니 그럴 수도 없고… 


음식물 쓰레기도 엄청 나오고, 잘은 먹었지만 내내 마음이 무거워 체하것다. 앞으로 혼자서는 배달같은건 시키지 말고 식당에서 먹던지 그냥 맘편하게 편의점 음식 먹는게 나을거 같다. 아무리 즐길 만큼 즐겨야 하는게 사람이라지만 (내자식일지 아닐지) 후손에게 똥을 싸지를 수는 없는거 아닌가. 

나 하나 즐겁게 먹은 쓰레기가 저만큼이라는건 문제가 좀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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