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파먹기 #4: 막 맛있지는 않은데 가끔 먹고 싶은 그것
마땅한 반찬이 없어 냉장고를 뒤지다보니 감자가 한 알 있더군요. 채칼에 석석 썰어 기름 두르고 소금 양념에 잘 볶기만 하면 훌륭한 반찬이 됩니다. 음, 이번 것은 꼭 감자채전처럼 부쳐지긴 했어요.
감자 채를 물에 좀 담궈서 전분 기를 쪽 빼줘야 하는데 말야. 여튼 점심때가 되니 또 끼니 걱정. 그때 볶아먹고 남은 감자가 떠올랐습니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달걀도 있고 예전에 파스타 해먹고 남은 마카로니와 양파, 버터 토막도 보이네요.
먼저 시간 걸리는 것부터 합시다. 감자와 달걀을 삶아줍니다. 감자와 달걀의 비율은 뭐 취향따라인데요. 부드러운게 좋으면 달걀을 많이, 좀 든든한 느낌이 좋으면 감자를 많이. 달걀 없으면 굳이 넣지 않아도 됩니다. 감자가 없으면 달걀만 삶아도 되고요. 취향껏, 취향껏. 어차피 다 으깰거니 굳이 반숙이니 그런거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감자와 달걀이 익는 동안 양파는 잘게 채썰어 물에 담궈 매운 기를 빼줍니다. 마카로니는 따로 삶거나 달걀 삶는 물에 넣어 익혀도 됩니다. 이 역시 없으면 생략. 다 삶은 달걀과 감자는 모두 으깨줍니다.
핸드 믹서기를 사용하면 곱게 갈리지만 씹는 맛을 위해 포크로 쓱쓱쓱 으깨주면 쉬워요. 이때 버터를 넣어줍니다. 감자가 뜨거워야 버터가 쉽게 녹아 비벼지거든요.
세 가지가 섞였으면 여기에 양파 다진 것과 마카로니의 물기를 빼서 넣고 마요네즈와 머스타드 소스, 설탕과 후추를 넣어 다시 비벼줍니다. 대략적인 비율은 마요네즈 9: 머스터드 1: 설탕 1? 머스터드는 없으면 생략해도 됩니다. 소금은 따로 넣을 필요 없고 마요네즈 양을 가감해 간을 보세요.
이렇게 남은 감자로 간단히 점심 해결! 파우더 수프 같은걸 끓여서 함께 내면 괜찮은 한끼가 되죠. 감자 2/3개에 달걀 2알로 이렇게 냉장고에 감자 달걀 샐러드를 쟁여놓고 먹을 정도면 훌륭하지 않나요?
이거 매일 잘 먹어서 큰일이에요. 괜히 손맛은 좋아가지고…올해는 살을 좀 빼보려고 하는데 냉장고에 뭐 재료 같은걸 사놓지 말아야 하는건가… 그래도 이렇게 하루 한 끼 정도는 제대로 챙겨 먹으며 다이어트를 해야겠죠? 점점 ‘냉장고 파먹기’가 소중해지는 시간이 오겠어요. 다음엔 뭘 해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