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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Oct 10. 2022

배추 없는 배추 된장국

냉장고 파먹기 #3: 적적해서 된장국을 끓였습니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있는건 무와 호박, 파 똥가리. 원래 배추가 있는줄 알았지만 일단 뭐 없으면 없는대로 찹찹찹 썰어넣고 냄비를 달굽니다. 

파의 흰 부분을 총총총 잘라 달군 식용유에 달달볶아 파기름을 냅니다. 뭐 이게 무슨 효과가 있는진 모르지만 그냥 해보는거죠. 이때는 약불. 파가 타면 쓴맛이 나요. 여기다 얇게 썬 무쪼가리를 넣고 볶아줍니다. 이건 별거 아니고…무가 잘 안익잖아요. 

어느정도 무가 달달 볶아진 것 같으면 물을 500ml 정도 넣어줍니다. 다시마 쪼가리 같은게 있으면 넣어 주셔도 좋고요. 팔팔 물이 끓으면 다시마는 빼내고 호박을 넣은 후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줍니다. 비율은 된장 1큰술에 고추장 1작은술 쯤? 조금 심심하게 드시려면 물을 더 넣으시던 된장과 고추장을 조금씩 빼시던지 해서 조절해 주세요. 

보통 집된장이 맛있다고 하는데, 사실 이건 ‘맛있는 시골 된장’일 때 이야기고요. 사실 집에서 요리할 땐 전 시판 된장을 더 좋아합니다.  맛이 일정하잖아요. 또 맛이 별로 없는 집된장만 쓰면 좀 쓴맛이 나기도 합니다. 만약 시판 된장이 없다면 저는 집된장 2: 쌈장 1의 비율로 섞어서 씁니다. 쌈장이 없으면 고추장도 좋죠. 

국이 된건지 잘 모르겠으면 작은 무 조각 하나를 건져 씹어봅니다. 무가 살짝 서걱서걱하다면 베스트. 취향에 따라 완전 흐물흐물해도 괜찮아요. 어차피 훌훌 마시는게 국이니까요. 칼칼한게 좋다면 청양고추를 조금 썰어넣거나 고춧가루를 넣어도 좋겠네요. 두부 같은건 없으니 생략. 냉장고에 남아있는 어제 먹다 남은 술안주를 반찬 삼아 한 끼 잘 먹었습니다. 

보통 밥 먹을 때 저는 국을 잘 챙겨먹지 않습니다만, 마음이 갑갑할 땐 꼭 배추 된장국을 끓입니다. 가슴속이 먹먹해서 밥이 잘 넘어가질 않아서일까요. 구수하면서도 달달한게, 뭔가 좀 위로가 되는 맛이기도 하고... 뭐 배추가 없을 땐 양배추를 넣거나 하긴 하지만 그냥 그대로도 괜찮습니다.배추의 달큰한 맛은 설탕을 조금 넣으면 제법 비슷해 지니까요. 


이러다 보면 언젠간, 다시 술 없이도 깊은 잠을 자고 국 없이도 밥을 잘 먹는 날이 오겠지요. 계절은 겨울로 향하고 있지만, 어떻게든 든든히 밥 한끼 한끼 잘 챙겨먹고 봄날로 가야겠습니다. 마지막은 이 노래로 대신해야겠어요. 



유자차

-브로콜리 너마저


바닥에 남은 차가운 껍질에

뜨거운 눈물을 부어


그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언젠가 문득 너무 힘들 때면

꺼내어 볼 수 있게


그때는 좋았었잖아

지금은 뭐가 또 달라졌지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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