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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저는 밴드를 너어무 사랑합니다.

by Francis
연주를 하기 전날밤 잠을 설치고 듣는 사람없이 우리끼리 감동했지만

어설프고 유치했던 그 노래에는 우리만의 꿈이 있었어
<우리들의 이야기> , 015B


처음 밴드라는 걸 해본 고3 가을, 이 노래의 가사가 계속 머릿속을 떠돌아다녔습니다. 이후 대학 동아리에서 본격적으로 밴드 생활을 시작한 이후 군대를 제외하면 한 번도 밴드 생활을 놓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졸업하고도 흔히 ‘직장인 밴드’라 부르는 취미 밴드를 계속 했고 대학 밴드 친구들과도 꾸준히 연을 이어가며 이런저런 노래를 함께 연주하기도 하고, 공연도 짬짬히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한 2017년부터는 새로 출발하는 취미 밴드 <허밍데이즈>에 오디션을 신청해 한 밴드를 꾸준히 해나갔습니다. 밴드의 키보드와 드럼 멤버가 결혼하기도 했고요. 코로나 판데믹 상태였던 2020년~2022년 중반을 제외하면 가능하면 주 1회 합주를 이어갔어요.


스포츠나 예술 등 다른 취미도 마찬가지겠지만 밴드는 음악으로 하는 소통입니다. 그런만큼 거의 매주 만나 보컬과 악기로 대화를 나누고, 끝나고는 술도 한잔 하며 계속 서로 마음을 이어갔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고환친구도 그러지 못할텐데, 매 주를 목표로 했으니 거의 한달 세 네번은 만난 셈이죠?그렇게 음악을 나누며 서로 인생을 공유했고, 어느 새 시간이 흘러 보컬 멤버와 베이시스트 역시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서로 나이를 먹어갔습니다.


가능하면 더이상 악기를 들지 못하게 될 때까지 밴드를 해나가고 싶습니다. 우리들만의 노래를 만들어 연주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더 다양한 음악을 합주하며 즐기고 싶다는 꿈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이렇게 서로 소통하게 해준 음악과 ‘밴드’라는 활동, 정말 고맙습니다.



P.S)

2017년부터 시작해 지난주까지도 이어온 밴드 <허밍데이즈>에게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억울하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밴드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연이 끊기지 않고 함께 해온 보컬이 내가 ‘밴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한 인물 중 하나였다는게… 좀 머리가 띵할 정도로 서운하긴 하네요. 내가 이리 뒤끝이 길어서 부담스러운건지도 모르겠군요.

그나저나, 나이 먹을 만큼 먹었으면서 꼴에 젊은 음악 좋아하는 기타를 받아줄 취미 밴드가 있을까요? 밴드 빨리 구하지 못하면, 안치는 기타들을 좀 처분해야겠어요. 보면 생각 나서, 가슴아플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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