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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EX 2024에서 새로 만난 뮤지션들

한국 ASMRZ는 좀 실망.... 올해는 다르겠죠?

by Francis

2024 TMEX는 두 번째지만 출장으로는 처음 가보는 타이완에 대한 기대와 여러 음악 관계자들과의 만남 등등 심장이 뛰는 행사가 많았어요. 하지만 제일 심장이 두준두준했던 건 아시아의 여러 뮤지션이 벌이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이었습니다.


타이완과 아시아의 다양한 음악 만나는 JAMJAM Asia

이전에 쓴 글 ‘Trendy Taipei, 출발부터 시트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시아의 여러 나라 음악 이슈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듣는 경험은 음악 글을 쓰는 사람에게 너무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각 나라의 공연을 통해 직접 무대에서 바라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잖아요.


Trendi Taipei의 프로그램은 TMEX같은 네트워킹과 비즈니스적 콘텐츠 외에도 다양한 뮤지션의 무대를 볼 수 있는 것이 준비되어 있었어요. 바로, ‘JAMJAM Asia’! ‘JAMJAM Asia’는 각 나라의 뮤지션들이 음악 성격에 따라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대형 스테이지인 ‘Big Wave’와 ‘Groove’, 작은 클럽 규모의 스테이지인 ‘Vibe’와 ‘Flow’, 그리고 JAMJAM Asia의 상징적 행사장 입구에 설치된 야외 무대 ‘Echo’ 등 총 5개 스테이지로 거의 페스티벌 급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출연한 한국 뮤지션 ASMRZ에는 실망, 그러나…

어찌됐든 나도 한국인이라, JAMJAM Asia에서 거의 유일한 한국 팀 ‘ASMRZ’의 무대를 보러 스테이지로 향했습니다. 개그맨 김경욱의 부캐인 ‘다나카’와 유튜버 ‘닛몰캐시’의 부캐 ‘류헤이’가 만난 ASMRZ는 사실 저에게는 정말 관심이 없던 팀이었습니다. 음악도… 예습할 작정으로 노래도 미리 들어봤는데… 이걸 진지하게 음악으로 만들었다고 하기보다는 개그의 소재로 만든 정도?

아시아 시장에서 대박이 났다고 하는데, 아... 전 잘 이해가 안가더라는...

그런데 JAMJAM Asia의 제일 큰 무대인 ‘Big Wave Stage’는 ASMRZ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세상에… 잠시 여유가 생겨 검색해 보니, 아시아에서 그들이 유튜브에 올린 <잘자요 아가씨 Good night ojosama>가 싸이의 <강남 스타일> 급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더군요…


JAMJAM Asia는 무대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무대가 40분이었어요. ASMRZ는 저 노래 한 곡 MR을 틀고 라이브를 하더니, 사전에 모집한 ‘Good night ojosama 춤 따라 하기 컨테스트’로 무대를 채우더군요. 다른 노래가 없는데, 별 수 없었겠죠. <강남 스타일>도 그랬고, 예전에 <펜 파인애플 애플 펜>이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당연히 그런 일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저게 이렇게 아시아 전체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좀 당황스럽기도 하네요. 현장에서 만난 아시아의 음악 관계자들도 ‘한국에 다른 팀은 안 왔어?’라고 묻는 데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당시 내란 사태 직전이었던) ‘한국도 상황이 좋아지면 더 좋은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을 펼칠 수 있겠지?’라는 생각만 들더군요.


그래도, TMEX2024에서 만난 다양한 뮤지션들!

민망스럽게도, 다른 나라들은 정말 멋진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한국과 타이완, 일본의 다양한 팝을 커버하며, 한국에서는 트와이스와 뉴진스의 노래 커버 영상으로 알려진 유튜버 ‘164braces’와 일본의 기타팝 듀오 ‘Hakubi’가 각각 밴드 세트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태국의 파워팝 트리오 ‘Slapkiss’의 무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타이완 음악 유튜버 163braces와 기타팝 밴드 Mango Jump
태국의 파워팝 트리오 Slapkiss와 일본 듀오 Hakubi의 무대

발랄한 음악과 애니메이션 영상이 인상적이었던 타이완의 기타팝 밴드 ‘Mango Jump’와 한국어 번역과 독음 자막이 포함된 ‘我想和你一起’(너와 함께 있고 싶어) 뮤직비디오로 이름을 알린 ‘Wendy Wander’의 무대도 인상 깊었습니다.

트렌디한 음악에 키치하고 재미있는 콘셉트가 매력적이었던 Dinosaur's Skin

친구 John이 추천한 ‘Dinosaur’s Skin’의 무대 역시 놀라웠습니다. ‘백악기 멸종에서 살아남은 두 공룡이 웜홀을 통해 타이베이로 놀러와 공룡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시작한 밴드’라는 콘셉트의 그들은 다소 익살스러운 컨셉과 무대 매너와는 조금 다르게, 깔끔한 시티팝과 Chill하고 실험적인 사운드로 질리지 않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노래를 영어로 하다 보니, 처음 보는 타이완 밴드였어도 몰입하기 좋더군요.

타이완 아이돌 출신 뮤지션 ddkogi88

AKB48 타이베이 멤버 중 한 명으로 힙합이 가미된 팝 사운드를 들려준 ddkogi88 (a.k.a 林潔心)의 무대도 신선하게 인상 깊었습니다.

베이스 플레이도 멋있는데 잘생기기까지 했다 박수종 님!

클럽 규모의 무대는 세미나 등 일정이 많아 거의 가보지 못했는데, ‘Flow’ 스테이지에서는 ‘No Beer, No Life’에서 이야기한, 웰컴 파티 옆자리에 있었던 대만에서 활동하는 한국 베이시스트 ‘박수종’ 님과 대만 뮤지션 ‘郭子恆’(Jemmy Kuo)와 함께하는 무대만 볼 수 있었어요. 머리를 질끈 묶고 소주를 마시던 수종 님의 연주는 정말 유려하고 따뜻했습니다. 역시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었군요.


다른 무대에서 새로운 타이완 뮤지션을 또 만났다죠

TMEX 현장에서는 ‘Taipei Music Non-Stop’이라는 공연 무대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 무대에서는 Emily Pu 같은 팝 뮤지션도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지션은 血肉果汁機 Flesh Juicer였습니다.

시원시원 뻥 뚫린 사운드의 Flesh Juicer
역시 메탈은 써클핏!!!

'피떡과즙단'이라니 크! 팀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대만의 문화와 관습, 종교 등을 주제로 노래하는 Flesh Juicer의 무대와 함께 서클핏을 구성하고 빙글빙글 도는 관객들도 인상 깊었습니다. 역시 더운 날씨여도 록은 헤드뱅잉하고 서클핏을 만들어 뛰고 모슁해야죠!!


TMEX 2024는 아무래도 영미권 음악과 한국, 일본 음악 위주로 절여져 있던 제 음악적 경험과 ‘식견’을 확장시켜 준 고마운 행사였습니다. ‘음악은 미국과 영국이지!’라고 생각했었지만, TMEX 2024 행사를 돌아다니며 아마 이보다 더 많은 뮤지션의 공연을 보고 노래를 들었을 겁니다. 몇 개의 무대를 오고가며 느꼈던 전율은 지금도 몸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억이 선명하지 않아 언급하지 못하는 뮤지션들에게는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페스티벌에서 새로 만난 뮤지션의 무대를 열심히 보려 하고, 그들의 이름을 메모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2025년 TMEX에서도 얼마나 많은 뮤지션의 음악을 새롭게 만날지 벌써부터 가슴이 선덕선덕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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