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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타이완 찐친 오프라인서 만난 이야기

The story of John and my friendship

by Francis

저는 100% 한국파입니다.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까지 거의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번의 인도 여행을 빼면 서울과 경기도, 아니, 한국을 벗어나 생활한 적이 없습니다. 카투사로 군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요. 사회에 나와 일을 할 때도 외국과 엮이는 업무는 애당초 해보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대체 어떻게 ‘John’이라는 친구를 알아서 해외 음악 행사 초청까지 받게 되었을까요? 오늘은 제 두 번째 타이완 친구이자, 타이완 음악 평론가이자 MD, 프로듀서 'John Huang'을 만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저는 공연/음악 기자로 일하고 있지만, 제일 큰 벌이는 ‘텍스트 노동자’입니다. 텍스트 노동자는 말 그대로 기업에 필요한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기업 행사를 취재해 사진을 찍고 인터뷰하여 리포트를 하거나, 그들의 이슈에 관한 에세이를 쓰는 게 가장 큰 일이죠. 그러나 코로나 시기에 저를 비롯한 텍스트 노동자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어요.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려면 텍스트 노동자들이 담당자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내용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감염병 사태에서는 언감생심이죠. 저 하나 때문에 담당자가 코로나에 걸리기라도 하면, 최악의 경우 기업이 멈춰설 수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기업의 홍보는 중단되었고, 짬짬이 들어오던 음악 잡지 일은 줄어들기도 했지만,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중 Facebook을 통해 한국 음악에 관심이 많은 타이완 친구 'Kevin'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타이완 이름이 ‘정개문’인 ‘Kevin Jung’은 그렇게 첫 외국인 친구가 되어 메신저를 통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1년 타이완 공연장 리포트 건이 하나 들어와 Kevin에게 부탁해보니, 그가 아는 사람이 있다며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가 이 글의 주인공이자 ‘우당탕탕 트렌디 타이베이 기행’의 시작점이 된 ‘John Huang’이었어요. 첫 일이 끝나고 그와 간간히 음악 이야기를 나눴고, 그가 한국에 왔을 때 같이 술을 마시거나, 타이완 밴드 ‘Swallow Levee’의 내한 공연에 초청받기도 하는 등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타이완 친구가 소개해 가게 된 Swallow Levee의 공연
크. 최애 밴드의 라이브를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봤다죠!!! Elephant Gym~~

2024년 초, 타이완 가오슝 ‘Megaport’ 페스티벌 무대에 최애 밴드 ‘Elephant Gym’이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Elephant Gym을 처음 알게 된 게 2016년 메가포트 페스티벌 무대 Youtube 영상인 만큼, 바로 타이완으로 날아가기로 결정! 그런데 표를 구할 수가 없더라고요. 별 수 없이, 대만 하면 John이니까, 그에게 SOS를 쳤어요. 좀 민폐기는 하지만, 현찰을 현지 가서 건네면 되니까요. 그런데 John의 반응이 놀라웠어요!


응? 이거 취재 Press 발급 알아봐 줄 수 있어!

첫 타이완 친구와 타이완에서 한국 영화를~~~~

그렇게 전 타이완 ‘메가포트 페스티벌’ 리포트를 위해 취재 여행을 떠나게 됐어요. 이때 John도 만났지만 ‘Kevin’과 밥 먹고 영화까지 본 첫 만남이기도 했고요. 현장에서 잠깐 인사만 했지만, John 덕에 저는 처음으로 타이완의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게 되어 정말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이것만이 아니었어요. 두어 달 후 John은 ‘Trendy Taipei, 출발부터 시트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Trendy Taipei’에 저를 초청했고, 행사 내내 저를 챙겨주었어요! 올해도 John 덕에, Trendy Taipei 2025 취재를 갈 수 있게 됐고요.


흔히 ‘온라인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깊게 마음을 나누기 어렵고 추억을 쌓기도 쉽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친절한 그의 성격이 국적과 언어 등 자연적인 허들 덕분(?)에 생긴 저와의 ‘느슨한 연대’와 시너지를 일으켜 그런지, 불편하지 않은 좋은 관계가 되었다고 자위해 봅니다.

공식 일정이 끝나고 지인들과 만남에도 날 불러준 John~ Boris, 나땜에 지루한건 아니지?

John이 ‘제 조카가 공룡을 좋아한다’ 자랑한 제 이야기를 기억하는 게 신기하긴 해요. 하지만 그와 저는 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지, 서로 자세한 건 잘 모르고 굳이 알고 싶어하지 않는 ‘느슨한 연대’라 생각해요. ‘새로운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난 만큼, 자질구레한 신상 명세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Trendy Taipei가 끝난 후 몇 주가 지나 John이 <Mu:Con> 참여 차 한국에 온다며 연락이 왔어요. 한국에 왔으니 한국 음식을 먹여야지! 을지로 <락희옥>에서 거북손 찜과 보쌈을 먹은 후, 근처의 작은 호프집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술이 올라, 2024년 당시 생각하던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돈이 잘 벌리질 않아. 요즘 한국 상황도 좀 이상하고…
나도 계속 나이를 먹어서 감각과 열정이 떨어지나봐.


이야기하던 중, ‘I’m Getting Old~’라고 이야기하는데, John은 제 말을 끊더니 정색하며 이야기 했어요. 그래도 한국에서도 몇 시간, 타이완에서도 몇 시간 동안 술 마시며 별별 이야기를 다 나눈 사이인데 그가 남의 말을 끊는 건 처음 봤네요. 그런데 그게 감동이었달까요.


Age doesn’t Matter, dude.
Love music and believe in yourself.
Then you can achieve what you want.


어찌 보면 일상적인 말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감동 받았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둘 서로 나이도 모르는군요! 뭐 꼭 알 필요 있나요?

을지로 호프집에서 만난 John. 임마 보고 싶다. 곧 보자~


하핫~ 제길, 생전 처음 남자에게 심쿵했잖아요. 하마터면 ‘John 형~’ 하면서 안길 뻔…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그 호프집은, 지금도 지날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 어쨌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같은 해 태국 치앙마이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며 12시가 다 되어 헤어졌어요.


사람을 잘 믿고 마음을 다 주는 게 제 캐릭터인 만큼, 팬데믹 이후 몇 년 동안 ‘마음을 나눴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뒤통수를 세게 때리는 경우를 적지 않게 겪어왔어요. 그러나 왠지, John은 다를 것 같아요. 일단 둘은 ‘서로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계에서 일하고 있다’는걸 바탕으로 온라인에서 만난 것이 전부인 친구에요.

가끔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는 하지만 실제로 본건 대여섯번 되나? 그를 안지 4년이 넘었는데 1년에 한 두번 정도 만난게 전부? 그러나 그는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며 관계를 맺은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늘 내가 묻는 말에 친절하게 답해주고 저를 도와줬고, 제게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았거든요. :-) 서로 바라는 것 없이 줄 수 있는 것을 주며 행복한 관계. 이런 관계에서는 뒤통수를 맞을 일도 없으니까요. 올해도 절반이 지나긴 했지만, 전 또 2025년 TMEX에서 John과 만날거에요. 이번에도 그와 즐겁게 소통하며 우정을 쌓아가길 기대합니다. 임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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