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 왔으면, 기왕이면 찐 대만 분위기서 한 잔 해야지?
와… 왜 이렇게 친절하지? 중국어 쓰는 일본 같아!
생각보다 음식값이 싸네?
타이완 첫 느낌이 그랬습니다. 전에 가봤던, 중국말이 시끌시끌 들리던 베이징이나 상하이와는 달리 타이완 사람들은 자상하고 친절하고 그렇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좀 이상한 점이 있었어요. 전 세계에서 여행객이 몰려드는 대도시인데도 ‘반주’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타이베이 첫날에 갔던 꽤 유명한 타이완 훠궈 체인점 ‘石二鍋’에서도 맥주를 팔지 않았어요. 타이완의 밤거리를 느껴보려고 야시장에 가보니, 밤 11시쯤 파장 분위기였고요.
한국의 ‘부산’ 같은 느낌인 가오슝도 비슷했습니다. 숙소 근처에서 분위기 좋은 딤섬집을 찾아갔는데, 역시 술이 없더라고요. 사장님께 물어보니 “편의점에서 사다 마시라”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번화가든 동네 식당이든 어디서나 술을 팔기 때문에 술 약속을 잡을 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술집도 흔하고요. 하지만 타이완은 조금 달라요. 관광지가 아닌 이상 웬만한 식당에서는 술을 잘 팔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식당에서 술을 마실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외부에서 사 온 술을 따를 수 있도록 잔을 가져다주기도 해요. 다만 식당마다 사정이 다르고 주류 판매 자격 문제도 있을 수 있으니, 사장님께 물어보는 게 안전하대더군요.
이자카야, 서양식 펍, 바 같은 곳에서는 당연히 술을 팔죠. 그런데 “타이완까지 와서 굳이?” 싶잖아요. 기왕 온 김에 타이완식으로 한 잔 해야죠. 야시장이 그런 곳이긴 하지만, 타이완 야시장은 늦게까지 열지도 않고, 앉아서 마시기보다 음식을 조금씩 사 먹으며 구경하는 곳에 가깝습니다. 정말 타이완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한 잔 하고 싶으면, ‘러차오’가 제격입니다.
러차오(熱炒)를 직역하면 ‘뜨거울 열(熱)’, ‘볶을 초(炒)’입니다. 말 그대로 뜨겁게 볶아 나오는 음식이 많은 곳이지요. 보통 음식 가격이 100元(타이완 달러)이라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백원 술집’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물론 요즘은 물가가 올라 100 타이완 달러가 아니긴 하지만, 지금도 저렴한 편이에요. 타이완은 기후가 더워서인지 집에서 요리를 잘 해 먹지 않는데다 취사 시설이 없는 집도 많다니 저녁 식사를 러차오에서 해결하는 분들도 많다네요?
“러차오 대표 메뉴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조금 막막합니다. 메뉴가 워낙 많거든요. 제가 얼마 전에 다녀온 러차오 집만 해도 메뉴가 100가지는 되더군요. 한국인들은 주로 ‘파인애플 탕수육’, ‘수련 볶음’, ‘궁보기정’ 등을 주문한다고 하는데, 저는 번역기로 재료만 확인해 시켰는데도 맛이 괜찮더라고요.
저는 첫 러차오에서 ‘牛肉炒空心菜’, 즉 소고기 공심채 볶음과 맥주를 마시다, 연두부 튀김에 간장 소스를 끼얹은 ‘老皮嫩肉’을 시켜 맥주를 세 병 정도 마셨던 것 같습니다. 에어팟 프로를 빼고 주변 사람들을 구경하며 마시다 보니, 시끄러운 중국말도 의외로 정감 있게 들리고, 여행 온 기분도 한껏 나더군요. 술 마시며 떠드는 사람도 많았지만, 음료만 놓고 가볍게 식사하며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가족 단위 손님도 많았습니다.
안주 한 접시에 한국 돈으로 8천 원 남짓, 맥주는 5천 원 정도니 2만 원쯤으로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타이완에 여행 오셔서 현지 분위기에 푹 빠져보고 싶으시다면 꼭 러차오를 찾아가 보세요. 가능하다면 관광지보다는 동네 러차오로! 생각해 보니, 예전에 ‘온라인 타이완 찐친 오프라인에서 만난 이야기’에 썼던, 존이 날 불러냈던 ‘21号鵝肉海鮮’도 거위 고기가 메인인 러차오였던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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