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에서는 술 안 마신다고 뭐라 하는 사람 없더라
이전에 업로드한 ‘타이완에서 한 잔 할 땐, 술집 ‘러차오’를 읽으셨거나 타이완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은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타이완의 20~40대는 의외로 술을 즐기지 않는다고 해요. 뼛속까지 한국인인 저는 처음에 꽤 놀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저녁에 만나면 으레 술을 마시잖아요? 식사 약속이어도 술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고요.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자유로워졌지만, 술을 전혀 안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면 억지로라도 몇 잔 하는 일도 여전히 흔합니다.
갑자기 궁금해진 저는(무려 이 글을 쓰기 위해!) 여행에서 알게 된 타이완 친구들에게 채팅으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총 세 명과 이야기를 나눴고, 각각의 답변을 하나의 인터뷰로 엮어 보았습니다. 인터뷰 대상은 총 세 명. 첫 번째는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전 한국 교환학생 케빈, 두 번째는 케빈의 소개로 알게 된, 제 여행기에도 자주 등장하는 존, 세 번째는 TMEX에서 알게 된 존의 회사 동료 리양입니다.
프랜시스(이하 ‘프랜’): 자, 다 같이 한 잔 하자. 내가 따라줄게. 리양은 위스키 좋아하지? 케빈은 우롱차가 낫다고 했고?
리양: 기억하네. 난 맥주는 정말 안 맞더라. 조니워커 말고 그냥 소주 따라줘. 노노, 소맥은 사양~
케빈: 응. 나 한국에서 교환학생 할 때도 모임만 있으면 술 마셔야 해서 좀 부담스러웠어.
프랜: 존은 나랑 상수역에서 소맥 잘 마시던데 그냥 줄까?
존: 오케이. 난 또래 타이완 사람들보다 술 잘 마셔. 남자지! (일동 폭소)
프랜: 한국에서는 보통 저녁 약속 잡으면 영화 보거나 수다 떨고, 밥 먹으면서 술을 마셔. 너희는 어때?
리양: 술? 타이완에서는 저녁에 술 마시는 일이 별로 없어. 주로 밥 먹고 차 마시거나 하지.
케빈: 맞아. 난 한국 생활해봤잖아? 저녁밥 먹으면서 거의 무조건 술 마시더라. 좀 부담스러워. 물론 억지로 먹이진 않지만.
존: 사실 난 타이완에 있는 날이 많진 않아. 그래도 프랜이랑 처음 만났을 때처럼, 바로 술부터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어.
프랜: 그럼 좀 심심하지 않아?
리양: 역시 한국인은 만나면 술부터네! 타이완 사람들은 저녁에 만나면 안 가본 맛집을 가거나, 한 명 집에 모여서 ‘우버이츠’로 좋아하는 음식 시켜 먹으면서 이야기해.
프랜: 그런데 식당에서는 술을 잘 안 팔더라? 편의점에서 사 오라고 하던데…
케빈: 그야 마시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관광지 식당들은 맥주 한두 종류 정도는 팔기도 해. 마시고 싶으면 편의점에서 사서 가져와도 되고.
리양: 맞아. 보통 허락해 주는데 주인에게 물어봐야 해. 식당마다 허가가 다르거든.
프랜: 타이완 사람들은 정말 술을 자주 안 마시는구나?
케빈: 맞아. 술 안 마신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존: 난 즐기긴 해~ (웃음)
리양: 오히려 누가 억지로 권하면 따돌림 당할걸? ㅋㅋㅋ
프랜: 그럼 술 약속이 생기면 보통 어떻게 돼?
케빈: 보통은 처음 술집에 가. 너도 브런치에서 쓴 것처럼 ‘러차오’ 같은 곳 자주 가지. 이자카야나 바 같은 곳도 가고… 내 친구들은 보통 2차까지만 하고 집에 가더라. 아무리 늦어도 새벽 1시쯤? 내가 한국에서 3차, 4차까지 간 얘기 하면 다들 깜짝 놀라. 그래도 한국 드라마 많이 본 친구들은 이해하기는 하더라.
리양: 맞아. 내 친구들은 술집 갔다가 클럽 가서 놀기도 해. 흥이 덜 식으면 편의점으로 가고.
프랜: 너 맥주 싫다며? 편의점은 맥주 천국 아니야?
리양: 타이완 편의점 냉장고 봤잖아. 맥주도 많지만 사와, 하이볼, 작은 사이즈 위스키나 고량주도 있어!
프랜: 한국 사람들은 타이완이나 중국 사람들 보면 “고량주 잘 마실 것 같다”는 편견이 있어.
존: 어르신들은 그렇긴 하지. 너도 봤잖아, 편의점에도 고량주 파는 거.
리양: 난 잘 안 마시지만 타이완 맥주 좋아하는 사람 많아!
케빈: 응, 우리 아버지는 고량주 좋아하시는데 친구들은 보통 맥주 마셔. 사와나 하이볼도 많이 팔고. 소맥에 비하면 사와나 하이볼은 완전 순한 편이지.
프랜: 그런데 메가포트 페스티벌 가보니 많이 마시던데? 술 관련 부스도 많고…
존: 아무래도 페스티벌은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까.
케빈: 난 가끔 좀 의아하더라? 음악 들으러 온 건지 술 마시러 온 건지… 길바닥에 뻗어 있는 사람들도 봤어.
리양: 맞아. 술 마시고 필름 끊기는 사람도 있더라. 적당히 즐기면서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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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세 명의 이야기를 엮은 가상의 인터뷰지만, 대체로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타이완에서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더라도 저녁 술 약속이 특별한 일이라고 하고, 한국처럼 1차부터 N차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는 거의 없다고 해요.
찾아보니 2023년 기준 타이완의 음주율은 11.4%로, 세계 평균인 42.7%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한국 평균 51%의 1/4 수준이죠. 그런데도 음주율이 아시아 최하위권인 나라에 금문 고량주, 카발란 위스키, 타이완 맥주… 왜 이렇게 맛있는 술이 많은 걸까요? 그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 맥주! 타이완 맥주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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