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브루어리에 테이블을 놓게 된 이유는 바로 나!?
타이완 사람들이 술약속도 흔치 않고 그다지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는건 이미 '현지인에게 직접 들은 타이완 술 문화 이야기'와 '타이완서 한 잔 할 땐, 술집 ‘러차오''에서 이야기했었죠? 그런데 궁금합니다. 술을 그리 즐기지 않는 나라인데, 왜 이렇게 맛있는 술이 많아요? 불공평한거 아닙니까. 특히 타이완 맥주, 특히 라거는 정말 반칙입니다요.
2024년, 타이베이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에 돌아와 편의점에서 사 온 핫 샌드와 함께 마신 ‘Taiwan Classic’의 맛은… 아직도 혀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 보통 혀가 저보다 기억력이 좋…)
지금은 민간 양조장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맥주가 국가 전매 사업이었대요. 그러다보니 타이완 맥주의 기본기는 정말 탄탄해요. 여러 맥주 중 제 최애는 단연 타이완 라거. 태국이나 베트남 라거가 날카롭게 벼려진 일본도같다면, 타이완 라거는 그 칼날을 부드럽게 감싸는 고소한 향이 매력적이었어요. 검색해 보니, 일본 자포니카 쌀과 타이완 인디카 쌀을 교배한 ‘펑라이’(蓬萊) 쌀을 발효할 때 넣어서 고소한 향을 뽑아낸다더군요.
특히 러차오나 관광지 식당에서 볼 수 있는 ‘18일 맥주’는 생맥주를 병에 넣고 유통기한을 딱 18일로 정해 유통하는 녀석.한국에서는 보기 힘드니 가면 무조건 마셔야 하는 메뉴입니다. 그럼 가장 맛있는 맥주를 마시려먼? 공장행이지!!~
2024년 4월, Megaport Festival 때문에 처음 타이완에 가면서 알아봤는데, 타이베이 브루어리 시음 투어는 영 시간이 맞지 않더라고요. 망설이다 결국 출국하는 날 무작정 브루어리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맥주 바는 영업 전. 매점은 문을 열었지만 앉아서 마실 공간은 없더라고요. 매점 밖에 테이블이 보이길래 브루어리 밖 편의점에서 산 덮밥 비슷한 것과 파이 쪼가리, 매점에서 산 파맛 과자를 놓고 앉아 점심 겸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좀 덥긴 했는데, 그래도 바람도 솔솔 불고 맥주 맛도 좋더라고요. 공장서 바로 나온 맥주라 그런가? 타이완 ‘Weissbier’로 시작해 더블 홉 라거를 거쳐 타이완에서 유명한 18일 맥주를 마시고 타이완 맥주의 근본 Taiwan Beer Classic까지 콸콸콸 마셨어요. 병이 늘어나니 매니저가 다가와 스마트폰을 들이댔습니다. 화면엔 이렇게 써 있더라고요.
지금 앉아 있는 자리에서 마시면 안 돼!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거긴 밤에 여는 야외 바 자리라 곤란하다고… 하지만 이미 취한 몸, 전 당당히 요구했습니다. “근데 술이 이렇게 남았는데요? 저 오늘 한국 가요.” 밑도 끝도 없는 제 반응에 매니저가 잠시 사라지더니 활짝 웃으며 저를 부릅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보니 계산대 바로 옆 . 평소 같으면 손사래 치며 사양했겠지만 이미 약간 알딸딸한 저는 맥주 한 병을 더 사서 앉았습니다. 뭐 사람들이 수근대는거 같긴 했는데요. 알게 뭡니까.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다른 손님들과 눈인사하면서 마지막 한 잔까지 비우고, 기분 좋게 타이베이 브루어리를 떠났습니다.
약 5개월 뒤, TMEX 2024 일정을 모두 끝내고 떠나기 하루 전 또다시 타이베이 브루어리로 향했어요. 여전히 시음 투어는 시간이 맞지 않고… 그냥 매점으로 직행하니 매점 매니저가 저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번역기를 꺼내더라고요. 거기에는 그렇게 써 있었어요.
야, 너 때문에 매점에 테이블 생겼어! 한 번 봐봐.
정말로 매점 안에 테이블이 생겨 있었고, 냉동식품까지 들어와 있더군요. 저는 속으로 외쳤습니다.
아… 나 덕분에 브루어리 정책이 바뀌었나보네?!
매장에서 파는 닭고기 요리를 데우고, 공짜로 준 땅콩까지 곁들여 술상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합니다. 아, 집어먹을 도구가 없네? 젓가락좀 없냐 물으니 매니저는 허둥지둥 당황하고... 고민하던 저는 뭔가 번득 떠올라 가방에서 이걸 꺼냈습니다. 바로 1회용 치실. 캬캬캬.
치실로 닭고기를 집어 안주 삼아 새로 나온 맥주들을 또다시 흡입하니 또 과음을……
타이완 사람들이 술을 많이 안 마신다고요? I Don’t Care~ 원하는 안주를 좋은 맥주와 함께 마실 수 있는 곳... 저는 타이완을 이렇게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기분 좋은 혼술의 나라’! 남들한테 어거지로 먹이지만 않고 주정 안부리면 되잖아요.
이제 TMEX 2024를 중심으로 한 타이베이 여행기는 이제 한 회를 남겨두고 있어요. 저 혼자 좋아서 방방 뛰는 이야기가 얼마나 매력적일지 조금 걱정되지만, 끝까지 재밌게 따라와 주세요. 아직 음악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남아 있으니까요.
(그런데 진짜… 타이완 술 얘기가 음악이랑 무슨 상관이죠? 에이. 음악은 술이잖아요. 다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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