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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Jan 07. 2021

내가 들어갈 밴드, 어떻게 찾을까?

이건, 취업과도 비슷한 문제입니다

이전 글 ‘자가진단: 내가 과연 록밴드를 할 수 있을까?’를 읽고 이제 마음을 먹었다면, 함께 뜻을 모아 연주할 밴드 동료들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친구들끼리 어렸을 때부터 밴드를 하기로 마음먹어서 의기투합한 게 아니라면, 같이 연주할 멤버들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함께 할 밴드 멤버들을 구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경로가 있다. 


자신의 연주 실력이 어정쩡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초짜 입장에서 가장 쉬운 것은 음악 학원에 등록하는 것이다. 사실 이게 돈이 좀 들어서 그렇지 가장 쉬운 길이다. 학원 입장에서는 학생이 계속 레슨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안정적인 수입에 유리하다. 밴드를 시작하면 대부분 자신의 실력을 올리는데 갈증이 있을 것이고 계속 레슨을 유지할 확률도 높을 테니까. 그래서 합주실을 가진 음악 학원은 어떻게든 레슨생이 밴드를 할 수 있도록 방법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지어 학원에서는 학생의 연주 레벨까지 고려해 결원이 생긴 파트를 채우거나 적정한 레벨의 팀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 이미 팀워크가 완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나만 열심히 따라가면 원활하게 밴드 생활을 즐길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밴드 커뮤니티’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아무래도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모인 만큼, 음악을 공유하고 밴드를 구성하는 인프라가 기본적으로 잘 되어있다. 보통 커뮤니티는 별도의 합주 공간을 만들어 그곳을 공유하거나 특정 밴드 합주실과 함께 운영되는 경우가 많으니 합주 장소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보통 커뮤니티 소속으로 몇 개의 취미 밴드가 운영되고 있는데, 그곳에 결원이 생기면 오디션을 봐서 들어가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드림시어터의 드러머 오디션. 물론 취미밴드는 이렇게 살벌하게 오디션을 보진 않는다

커뮤니티 내에 새로 팀이 만들어지는 것은 기존 팀이 사라지는 경우니 결국 공석이 있는 팀의 오디션을 봐야 할 텐데, 아무래도 자신의 실력에 따라 오디션을 볼 수 있는 팀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탈퇴한 멤버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수준의 멤버를 들이고 싶을 테니까. 


세 번째 방법은, ‘뮬’을 활용하는 것이다. ‘뮬’은 1999년 동명의 밴드 홈페이지로 시작한 밴드 관련 커뮤니티이다. 밴드 뮬은 그다지 이름을 얻지 못했지만 게시판들로 사람이 모여들고, 특히 이 홈페이지에 중고 장터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뮬은 음악 관련 커뮤니티로 명성이 높아졌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취미로 악기를 만지는 사람부터 프로 뮤지션까지 뮬 ID 하나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곳에서는 음악 관련 구인구직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데 ‘구인/구직’ 메뉴에는 프로 밴드는 물론 아마추어 밴드들의 멤버를 구하는 수만 개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곳의 게시판을 뒤져서 취향과 레벨에 맞는 밴드에 지원하면 된다. 


세 방법 모두 단점이 있고, 그 모든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학원을 활용할 때는 아무래도 누가 맺어준 밴드인 만큼 연령대나 음악 장르에 대한 배려가 섬세하지 않을 수 있다. 거절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것도 한두 번이지… 몇 번 거절하다 보면 나중에는 밴드를 소개받지 못할 수도 있고 괜히 까다로운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커뮤니티에서도 여전히 사람이 문제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인만큼 쉽게 친해지고 관계도 돈독해질 여지가 많지만 커뮤니티도 결국 사회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커뮤니티 활동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인간관계의 피곤함을 그대로 느낄 수도 있다. 팀끼리만 친해도 좋지만 또 교류가 있어야 무심한 사람 소리를 피할 수도 있고...  거꾸로, 너무 활달하면 또 오지라퍼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사람들을 따돌리고 조리돌려 쫓아내는 극단적인 경우도 보았다. 또 다른 팀의 험담을 해댄다거나, 결혼한 멤버들이 바람을 피운다던가 별별 문제가 다 생기는 만큼,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한 밴드가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다. 

뮬을 활용하는 방법은 인간관계 문제를 최소화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너무 경우의 수가 많아 팀을 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내 경우에도 다섯 팀이나 오디션을 보며 헤메 다니다 커뮤니티에서 지금의 팀을 만났지만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사실 내게 어울리는 직업을 찾는 것은 우리가 직업을 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취업을 위해 학원을 다니기도 하고 취준생 커뮤니티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냥 무작정 취업 사이트를 뒤져 회사에 지원하기도 하고. 이렇게 고생해 밴드를 구했다 치자. 그 이후 제일 중요한 것은 또 ‘사람’이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어떤 사람을 팀 멤버로 맞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려 한다. 이것은 결국 내가 밴드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팀이 원활하게 돌아가는지와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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