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오디션, 생각보다 회사 면접과 비슷하네
이제 밴드를 하고 싶은 마음을 정했고 여기저기 밴드를 수소문하다 보면 가입 오디션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밴드 생활을 하다 보면 밴드내 포지션 공석을 충원하려고 다른 연주자를 만나기도 할 것이다.이때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이 ‘이 밴드에 내가 들어가도 될까?’, ‘이 사람을 우리 밴드 일원으로 맞이해도 될까?’라는 질문이다.
먼저, 밴드를 구하는 입장이 되어보자. 밴드에 가입하고 싶다고 연락을 하면 합주실에서 만나 한 번 정도 함께 연주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이때 보통 밴드 측에서 자신들의 기존 합주곡 두 어개 정도를 연습해 오길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 어차피 구인 공고에서 밴드가 어떤 곡들을 하는지 정도는 파악했을테고, 그정도는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원한걸테니, 일단 해당 곡들을 가능한 원곡과 가깝게 꼼꼼히 카피해야 한다.
보통 지원하면 다들 마음이 급해지고, 길어야 한 두주 내에 만나 합주해 보기를 원할 터, 뭐 전문 연주자도 아니고 출근도 해야 하고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해 연습해 본 곡이 아니라면 영 시간이 빡빡할 것이다. 이때는 어려운 솔로나 필인 대신 박자와 섹션을 딱딱 맞추는 것을 포인트로 연습하는 게 좋다.
사실 밴드라는게 서로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단단해지는 사운드에서 오는 즐거움이 상당한데, 아무리 필인을 화려하게 연주하고 손이 빨라도 기본적인 섹션을 딱딱 맞추지 못하고 자꾸 박자가 나가거나 혼자 빨라지거나 느려지면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개인 솔로는 버벅거리지만 않을 정도로 쉽게 바꾸거나 적당히 넘어가도 사실 대세에 큰 지장 없으니 리듬과 섹션 위주로만 연습하면 충분하다. 이거 뭐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라는 것 같구만.
이렇게 같이 합주하면서 당신이 파악할 것은 각 멤버들의 행동이다. 밴드는 단순히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무용하듯 합을 맞추며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때 멤버 전원이 자기 연주에만 집중하고 다른 멤버들과 교감을 하지 않거나 연주가 미묘하게 죄다 따로노는 느낌이 든다면, 그 밴드는 재미 없고 지루할 확률이 아주 높다. 같이 음악 하자는 건데 연주로 교감하면 되지 않겠냐고? 연주가 엄청 치밀하게 잘 맞는다면야 뭐 일리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취미 밴드에서는 멤버간 친목도 중요한 요소. 사운드는 조금 모자라더라도 함께 합주하면서 화기애애한 모습이 있다면 오히려 연주를 잘하는 밴드보다 훨씬 재미있게 밴드 생활을 할 수 있다.
보통 취미 밴드들은 합주가 끝난 후 뒷풀이 삼아 밥이나 술을 먹게 되는데, 보통 ‘오디션’ 후 뒷풀이 자리에는 지원자를 부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자기들끼리 기껏 부른 사람을 평가하는 말을 하게 될테니… 하지만 합주가 끝나고 그쪽에서 같이 밥이나 먹자고 하면 반드시 한 번 따라가보자. 일단은 희망적인 신호이다. 이미 밴드 일원들이 당신을 마음에 들어한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뒷풀이에 초대받았다면, 이제부터는 당신이 갑이니 여유있게 밴드 구성원들을 관찰해 보도록 하자. 주사가 있다거나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있는게 아니라면 일단 밴드는 겉보기 큰 문제가 없다. 이 즈음 되면 보통 밴드 내 서열을 정하게 되는데, 여기에 큰 이질감이 없다면 그냥 두자. 어차피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로 적당히 서로의 위아래를 정하게 마련 아닌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밴드의 멤버가 되었다면, 그 다음부터는 밴드에 당신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 특히, 시간 약속은 반드시 지키자. 다들 음악이 업이 아닌 이상 어렵게 시간을 쪼개어 합주를 할 텐데, 혼자 바쁘다고 별 노력 없이 '오늘 저 합주 못나가요' 던지는건 밴드 멤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가능한 스케줄을 빨리 파악해 미리 합주를 못할 것 같다고 알려줘야 하는 것은 물론, 능력이 닿는 한 최대한 스케줄을 맞춰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어쩔수 없는 일로 합주 당일 연습을 나가지 못하게 된다면 정말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예의를 표해야 한다.
'나 하나 없어도 합주 못하지 않잖아?'라는 안이한 생각은 금지. 멤버 한 명이 지각하거나 합주를 나오지 못하게 되면 합주 자체가 어그러지게 된다. 오케스트라가 아닌 이상, 끽해야 4~5인조 정도 밴드에서는 멤버 한 명이 빠지는게 큰 공백이 된다. 합주 할 맛도 잘 안나고…
지금까지 밴드 오디션을 볼 때의 상황과 주의할 점에 대해 알아봤다. 사실 밴드 오디션은 회사 면접과 그리 다르지 않다. 떨지 말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면 그 다음은 멤버들의 결정에 맡기면 그것으로 끝. 만약 합격했다면 들어가서 열심히, 성실히 활동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면 내가 소위 '면접관'이 되어 밴드의 새로운 파트 구성원을 맡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다음 포스팅에서 이야기 해볼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