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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Jan 13. 2021

전주 백반집 토방에서 고로상 코스프레를

6천원 백반이면 토할 만큼 먹을 수 있어요

얼마전 전주에 급하게 내려갔다. 할 일을 마치니 이미 해는 어둑어둑해지고… 저녁이라도 맛있게 먹자는 마음으로 생각해봤지만 사전에 알아보질 않아서 딱히 떠오르는게 없었다. 검색해보면 죄다 두 세명은 가야 제대로 먹을만한 집들만 나오고… 고민하던 중 문득 ‘고독한 미식가’가 떠올랐다. 주인공 고로상은 시즌 7에서 한국에 출장을 오게 되는데 첫 번째로 들린 곳이 바로 전주. 이때 고로상이 한상 백반을 먹은 전주 막걸리골 부근 ‘토방'을 찾아갔다.

고로상은 어김없이 전주에서도 배가, 고파진다
고로상이 기웃기웃하는 이 곳은...(출처: 도라마코리아)

이곳은 가정식 백반이 주 메뉴다. 출장이긴 하지만 여행 온 기분을 내기 위해 가정식 백반이 아닌 제육볶음을 시켜본다. 그런데 내가 잠깐 또 잊고 있었다. ‘전라도는 이상한 곳이다’. 전라도가 전주와 나주의 앞자에서 나온 이름인 만큼, 전주도 이 원칙은 유효. 나오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아무래도 지역 탓도 있겠지만 토방의 손님들 구성 덕인 듯하다. 가만히 보니 주로 주변 시장에서 짐을 나르시는 분이나 공사하시는 분들이 계속 드나들며 식사를 하더라. 그러다 보니 함바집 수준으로 음식을 듬뿍듬뿍 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30초도 안 했는데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청국장과 김치찌개는 매일매일 바뀐다. 목요일은 민물새우탕이 나온다고...

밥을 비벼먹을 수 있는 사발과 고추장, 참기름은 테이블에 미리 세팅되어 있고 삼색 나물에 오뎅 볶음, 각종 쌈채소와 계란 프라이 등이 나온다. 미리 이야기하면 잡곡밥으로 밥을 바꿀 수 있다. 혼자 먹기 진짜 많은 청국장도 나오는데 구수한 맛이 짝짝 붙는다. 이건 그날그날 김치찌개와 교대로 낸다고 한다. 자. 일단 고로상을 따라서 밥을 비벼보려고 쌈채소를 잘라 넣고 나물을 넣고 청국장 건더기를 넣는 중 등장한 제육볶음. 거의 2인분 정도 된다.  

이것이 고로상이 받은 밥상. 아무래도 방송용이라 깔끔하게 하나씩 담아낸 감이 있지만... (출처: 도라마 코리아)

쓱쓱 비벼 입안 가득 밀어 넣다 보면 금방 배가 불러온다. 하지만 반찬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고… 역시 전라도 1인분은 한 명이 다 먹으면 죽을만한 양인가 보다. 점원 아주머니께서 그런 나를 보시고는 사이다 한 캔과 함께 누룽지를 가져다주시며 ‘소화제니 이것도 먹어요’ 하신다. 휴… 반찬 하나하나가 모두 맛있어서, '고독한 미식가’에서 고로상이 한 것처럼 두 번 비벼먹지는 않고 넉넉히 남은 제육과 반찬을 안주삼아 누룽지와 함께 소주 한 잔 했는데…  만사 다 귀찮아질 정도로 배부르네. 소주까지 시켜 먹었는데도 이 많은 게 모두 1만 3천 원이다.

고소하고 건더기가 풍성한 청국장과 쌈채소, 김가루와 고추장
6천원짜리 가정식 백반을 시켜도 고기가 넉넉히 나오지만, 돼지 불고기 백반을 시키면 혼자 먹기 버거울 정도 고기가 나온다

내가 시킨 것은 돼지 불고기 백반인데, 알고 보니 고독한 미식가에서 고로상이 시킨 것은 6천 원짜리  ‘가정식 백반’. 가정식 백반에도 제육볶음이 먹을만치 나온다고 하니 양이 적은 사람은 굳이 제육 볶음 백반이나 보쌈 백반을 시킬 필요는 없지 싶다. 다음번 전주행에서는 속을 싹 비우고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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