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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Jan 10. 2021

돼지고기가 주식인 제주, 해장국은 죄다 쇠고기네?

제주 산지해장국, 소주 한 병 시키고 싶은 맛입니다

제주 국물 중 가장 흔한 재료는 돼지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삼겹살 랩소디’ 2편에 나온 것처럼 돼지의 변과 털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위를 활용하는 제주인 만큼 제주도를 대표하는 대표 국물요리는 거진 돼지 육수. 돼지고기 육수에 대파를 넣고 끓인데다 잘게 썬 모자반과 돼지 위, 살코기를 넣고 메밀가루를 풀어넣은 몸국이나 돼지 육수에 중면을 말아낸 일본 라멘같은 스타일의 고기국수 등은 부드러운 육향으로 여행자에게도 인기. 

맑은 감자탕 스타일의 접짝뼈국이나 질좋은 제주도의 고사리를 활용한 고사리 해장국도 별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제주 해장국'이라 이름이 붙은 메뉴는 거의 쇠고기다. 

돼지 육수를 사용하는 제주의 대표적 요리, 고기국수와 접짝뼈국

은희네 해장국, 모이세 해장국 등등 제주의 이름난 해장국은 거의 쇠고기 선지가 주재료다. 얼마전 포스팅한 ‘목포-제주 크루즈로 즐기는 일출 여행’에서 새벽배를 내린 후 제주항에서 가까워 찾아갔던 ‘산지해장국’ 역시 쇠고기 해장국이다. 대부분 제주 해장국은 쇠고기와 선지만 들어있지는 않다. 제법 양이 많은 쇠고기 양지에 큰 덩어리의 선지, 콩나물에 무 슬라이스 등 제주 해장국은 말이 소고기 해장국이지, 해장에 좋다는 모든 재료를 다 때려넣은 해장의 테마파크. 

콩나물에 쇠고기 양지, 선지 등 해장에 좋다는 건 죄다 들어있다. 산지 해장국이 아니어도 제주도의 대부분 해장국이 마찬가지일 듯

건더기를 마구 섞어 떠먹을 수 없을만큼 꽉 차있다 보니 보통 선지를 건져내 식혀 반찬처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대기는 보통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는데 싫은 분들은 미리 말해서 따로 달라고 하자. 청양고추야 취향 차이지만 다진 마늘은 반쯤 먹은 후 넣고 밥을 말아 먹는걸 추천한다. 

아, 제주 해장국집은 어딜 가도 새콤한 국물이 소면 말아먹고 싶어지는 물깍두기를 주는 것도 특징이다. 분명 해장국인데... 다 먹고 나니 왠지 소주가 한 잔 하고 싶어진다면 당신은 지극히 정상이라 생각하고 한라산 한병을 자신있게 시켜보자.

요즘 해장 할 만큼 술을 마시는 일이 별로 없다보니 해장국 먹을 일도 많지 않아 이런게 꽤 그립다. 코로나 방역 단계가 좀 내려가면 제주에 한 번 내려가 흑돼지에 소주 한 잔 하다 해장국으로 술 깨고 또 한잔 하며 책 읽고 음악 듣는 일상을 보내야겠다. 자유롭게 해장할 수 있는 사회가 어서 빨리 찾아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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