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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Jan 18. 2021

포지션 별 빌런 멤버.list

멤버 중 빌런이 없다 생각하면, 혹시 내가?

지금은 감염병 시대라 제대로 합주를 진행할 수 없지만, 취미 밴드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합주 날짜만 고대하며 한 주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꽤 됐을 거다. 그런데, 기대해온 합주를 망치는 밴드 빌런의 속성을 나타내는 멤버와 합주하게 되면 실망감과 함께 힘이 쪽 빠지게 된다. 지금부터 대표적 밴드 빌런 멤버를 정리해 보도록 한다. 순위는 무작위.


한 키 내려보자. 아니, 두 키 더?
노래방과 합주실을 착각하는 보컬


노래를 부르다 음이 올라가지 않을 때 갑자기 합주하다 ‘우리 이 노래 한 키 내리자’고 이야기하는 보컬들이 있다. 보통 두 가지 경우인데, 자신의 음역을 파악하지 못한 자신감이 과한 보컬들이 별생각 없이 노래를 골랐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또, 노래를 연습할 때 크게 불러 음역을 소화해낼 수 있는지 체크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합주곡을 갑자기 한 음 내리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일이다. 기타나 베이스의 경우 핑거링의 흐름이 아예 바뀌거나 원곡대로 리프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키보드야 키 트랜스퍼 기능을 이용하면 간단하다고 하지만, 내가 치는 음과 실제 연주한 음이 다르게 나오다 보니 합주하다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여차하면 합주를 위해 연습했던걸 죄다 다시 연습해야 하니 아무래도 기분이 많이 상할 수밖에 없다. 보컬들은 자신의 최고/최저 음계를 잘 파악하도록 노력하고, 합주곡을 정할 때  미리 노래를 크게 불러 노래를 소화해 낼 수 있는지 체크해봐야 한다. 꼭 하고 싶다면 노래방 같은 데 가서 몇 키나 내리면 합주할 수 있을지 확인한 후 사전에 멤버들에게 허락을 받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밴드 연주자들은 노래방 반주 기기가 아니다.


거 다른 사운드에 끼어들지 좀 맙시다!
클래식 피아노 치듯 왼손 연주를 하는 키보드


보통 밴드의 합주 밸런스를 잡을 때 가장 문제가 기타와 키보드의 볼륨 밸런스다. 기타와 키보드는 저음과 중음, 고음이 모두 섞여 있는 데다 음역대가 비슷해 함께 연주하면 기타나 키보드 중 한 명이 모니터가 잘 안된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각자 볼륨을 계속 올려대다 사운드 밸런스를 망치게 된다.

특히 클래식 피아노만 연주하고 밴드 경험이 없는 키보디스트들이 이런 일을 자주 겪게 되는데, 이는 주로 키보드의 왼손 연주 때문이다. 클래식 피아노는 보통 솔로 연주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건반의 전 영역을 사용해 모든 음역대의 소리를 다 내게 마련이다.  보통 정식 키보드 악보가 아닌 멜로디에 코드만 나와있는 보컬용 악보를 이런 분이 밴드에서 연주하면 오른손 왼손 모두 코드를 짚다 보니 기타와 많은 부분 사운드가 겹친다. 키보드는 이런 지적을 받지 않도록 키보드 부분이 자세히 채보된 악보를 구하거나, 노래를 유심히 들어 겹치는 소리를 연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키타는 이 맛에 쳐야지, 좌아아아앙~!
원곡 톤 생각 안하고 게인 100 올리는 기타


울부짖는 굉음과도 같은 드라이브 사운드는 어떻게 보면 일렉기타 최고의 매력이다. 특히 록 음악을 사랑하는 기타리스트라면 이 소리 들으려고 기타 친다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원곡에 맞는 드라이브 양과 톤을 잡아 드라이브와 크런치, 클린톤을 적절히 오가며 노래에 맞게 연주해야지 무조건 하이 게인으로만 연주하려 들면 밴드 멤버들은 시끄럽고 피곤한 데다 합주할 때 별로 재미도 없을 것이다. 원곡과 다른 소리를 내고 싶으면 그에 대한 설득력이라도 있어야지. 기타리스트들은 항상 노래에서 기타 사운드가 어떻게 바뀌는지 꼼꼼하게 체크해 어울리는 사운드를 내야 한다.


건반, A음 좀 쳐줘요. 나 절대음감이잖아
튜닝에 신경 안 쓰는 베이스와 기타


밴드가 합이 맞으려면, 노래를 악곡 순서대로 연주하고 섹션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 연습을 열심히 하고 합주를 깔끔하게 맞춰도 튜닝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말짱 황이다. 기타와 베이스 같은 현악기는 튜닝이 불안정한 만큼 쉴 때마다 수시로 튜닝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꼭 튜너를 빼먹거나 안 가져오는 기타와 베이스 멤버들이 있다. 튜닝이 맞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박자와 섹션에 맞게 잘 연주해도 뭔가 불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게 합주 전체 분위기를 망칠 수 있으니 튜너는 꼭꼭 챙기고, 정 빼먹었다면 합주실 사장님한테 빌리려는 노력이라도 해보자.

‘절대음감’ 운운하며 키보드에게 ‘E’나 ‘A’를 쳐서 튜닝하면 된다는 생각은 버리자. 귀로 튜닝했을 때 튜닝이 칼같이 맞기는 쉽지 않다. 미세하게 튜닝이 틀어지면 연주가 잘 맞고 개인 연습이 잘 되어있어도 묘하게 불쾌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냥 항상 튜너는 휴대하자.


스네어랑 크래쉬 좀 살살, 귀에서 피나요
힘 조절 못하고 쾅쾅 쳐대는 드럼


드럼은 밴드의 활력을 좌우한다. 드럼이 흔들리게 되면 밴드의 코어가 흔들려 섹션이 불안해지고 사운드가 흔들리게 된다. 이밖에도 악기 특성 때문에 합주 때 이슈가 되는 것이 드럼의 ‘볼륨’ 문제다. 드럼은 특별한 상황이 있지 않는 한 취미 밴드의 악기 중 유일하게 합주 때 마이킹을 하거나 앰프의 힘을 빌지 않는 밴드 악기로 드러머의 어택에 따라 볼륨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힘이 좋은, 흔히 말해 ‘빳따가 센’ 드러머다.

적당한 터치를 찾으려고 노력하는게 드러머의 숙명

 보컬이나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등은 밴드의 악기 밸런스에 따라 앰프의 볼륨을 조정하면 되지만 드럼은 답이 없다. ‘살살 치거나 세게 치면 되지 않냐’ 생각하겠지만 어택에 따라 음량뿐만 아니라 음색도 달라지다 보니 어려운 문제지만, 자신이 매번 치던 버릇대로의 힘을 볼륨에 따라 바꾼다는 게 아마추어 드러머들에게는 쉽지 않다.

힘이 좀 약하다면 다른 악기들이 볼륨을 조정해 맞출 수 있지만 스네어나 심벌 터치가 엄청 센 드러머와 합주를 한다면 다른 악기 볼륨 올리다 하울링 잔치를 벌이게 된다. 이럴 경우에는 드러머에게 평소에 적정한 어택으로 드럼을 치는 연습을 하도록 끊임없이 권유하는 수밖에 없다. 드러머와 소통할 때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앞서 예를 든 분들을 제목에서 ‘빌런’이라 표현했지만… 뭐 사실 모두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라서 생기는 문제들에 가깝다. 이러한 예들을 머리에 새기고 다른 멤버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동시에, 이런 실수를 줄여 즐거운 합주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명심하자. 자신의 밴드가 모두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이 빌런일 수 있다.


p.s 1) 잘못된 점, 개선사항 적극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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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 뮬의 'stevebuy'님께서 최고의 빌런으로 

            '지각 빌런' 꼽아주셨는데요.

             생각을 안한건 아니었지만 워낙 

           문제로 많이들 불편해하고 팀이 깨지는 

          일도 많아아예 따로 다루려고 합니다.

            'stevebuy'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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