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어쩌다 DJ

우리는 지금도 위험한 세계에 살고 있다

윤영배의 마스터링에 관한 지론을 이제야 이해하다

by Francis

뮤지션 윤영배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그는 ‘마스터링을 싫어한다’고 이야기했다. 뮤지션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운드를 끌고 가기 때문이란다. 처음에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전 하나뮤직 컴필레이션 ‘바다:하나 옴니버스’에 수록된 <길들이지 않은 새처럼>에서 그의 음악을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랬다. 정돈되지 않은 듯한 일렉기타와 베이스, 드럼 루프의 반복적인 라인 위로 희미하게 얹힌 보컬, 치다 만 것 같은 엔딩 솔로… 결국 이 노래를 정리해 준 것은 스튜디오에서 믹싱한 조동익과 마스터링 엔지니어라고 생각했다.


그를 두 번째 만났을 때도 마스터링이 싫다는 그의 인터뷰를 이해하지 못했다. 산업재해를 다룬 SBS 드라마 ‘닥터 탐정’에세 울려 퍼진 그의 노래는 ‘채울’이라는 OST 전문 가수가 그의 3집 타이틀곡 <위험한 세계>를 노래했다. 드라마와 잘 어울리는 노래. 그때 문득, 마스터링을 싫어한다는 그의 인터뷰를 곱씹게 됐다.

한진중공업 김진숙 노동자와 쌍용 자동차 파업, 용산 4구역 철거현장을 노래한 윤영배의 <위험한 세계>는 서정적인 패드와 코러스 편곡에 스튜디오에서 숙련된 '채울'의 노래가 더해져 원곡에 비장미가 희석된 웰메이드 BGM으로 변해 있었다.

윤영배의 진짜 메시지가 듣고 싶어져 찾아본 ‘온 스테이지’ 라이브를 보고서야 왜 윤영배가 그리 마스터링을 싫어했는지 어렴풋이 알게되었다. 아름다운 제주에 국제 패권주의의 상징인 제주 미군기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강정의 시위 현장에서 통기타 핀 마이크와 보컬 핀 마이크 두 채널로 노래하는 <위험한 세계>. 투박한 통기타 플레이와 다듬어지지 않은 어눌한 날것 그대로의 보컬은 동료와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함께 잘 살기 위해 철탑을 오르고 망루 위에 서있는 사람들의 모습, 우리와 함께 하는 갯것과 구럼비를 지키기 위해 서있는 농민들의 모습을 그 어떤 스튜디오 버전보다 선명하게 전하고 있다.


아직도 이 세상은 위험하다. 대한민국을 지탱해주는 것처럼 언론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 종사자는 어느새 100명 가까운 사람들은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최첨단 산업이라며 치켜세우는 IT 업계 노동자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며 밀어붙이는 사람들 덕에 과로사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코로나 19 사태의 구원자인 택배 노동자들은 인력 충원 없는 가운데 밀려드는 택배 상하차 분류와 배달량에 과로사로 생을 마감한다.

윤영배가 노래하는 '위험한 세계'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마스터링이 싫다는 그의 입장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왜 마스터링을 그토록 싫어했는지는 이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포장을 걷어낸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엿보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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