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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Feb 07. 2021

장점: 고객 맞춤형 호기심 대마왕

따지고 보면 세상에 재미없는 게 없다잉

나는 콘텐츠 작가다. 아니, 작가나 뭐 그런 거창한거는 아니고 일정한 원고료에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주제와 분량의 글을 써내는 '글팔이'에 가깝다. 앞서 ‘어머니 대성집과 콘텐츠 작가의 상관관계’에서 내 전문 분야를 ‘IT 등 기술 영역’이라 이야기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정확히 내 전문분야는, ‘고객님이 지금 내게 의뢰하는 바로  분야’다. 하나도 모르면 어떡하냐고? 모르면 어때. 얼른 공부하면 되지. 나한테 바라는 게 일반인의 이해를 돕고 기본적인 소개를 하는 거지 학술 논문은 아니지 않나. 회 등 날 음식을 못 먹지만 공부해서 ‘신선한 회 고르는 법’에 대한 에세이를 써낼 수도 있다.


홍보를 업으로 하는 사람의 철칙은 ‘자기가 홍보하는 브랜드나 제품을 연인처럼 사랑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사랑의 경험이 쌓이다 보면 다양한 잡지식이 쌓이고 세월이 흐르면 오만가지 분야에 관한 얇고 넓은 지식이 쌓이게 된다. 게다가 난 궁금한 건 못 참는 미어캣 스타일. 2020년 11월에 새로 산 맥북 프로 13인치가 있는데도 애플의 새로운 프로세서 M1 탑재한 맥북에어가 나오자 날름 질러버린 후 맥북 프로 중고로 파는데 엄청 고생한 것도 그놈의 호기심 때문.

2차대전 전범재판 당시 실제 상황. 가만 보면 이때 미국도 재판 겁나 대충 했다. 저런다고 전범을 봐주나

 151℃ 이상의 고온과 -271℃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생존하는 무적의 생물 ‘물곰’부터 2차 대전 전범 재판에서 일제의 A급 전범 도조 히데키의 마빡을 때리는 등 미친 짓을 해 전범 처벌을 면한 일본 극우 사상가 오카와 슈메이, 핵융합의 원리와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에서 정말 뫼르소가 뜨거운 햇볕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을까에 대한 번역 문제라던가… 세상에 재미있는 것과 궁금한 건 넘쳐난다. 나 같은 글팔이에게 이런 호사가 기질은 꽤 쏠쏠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시험이나 논문 같은 걸로 평가받을게 아니라면 세상에 재미없을 건 없다.


음악도 마찬가지. 나 중학교 때 댄스그룹 <노이즈>의 음반을 사려다 레코드점 아저씨가 잘못 알아듣고 소개해준 독일의 헤비메탈 레이블 아티스트 모음집 <Noise Metal Compilation>을 접한 후, 난 헤비메탈에 푹 빠진 메탈 헤드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메탈 헤드들과는 다르다. 일단 그 사람들은 메탈이나 록이 아닌 음악들은 잘 들으려 하지 않는데다 무조건 메탈이 짱인 '롹윌네버다이'들. 하지만 내 호기심은 음악까지 손을 뻗쳐 당시 서로 패 갈라 싸우던 ‘메탈리카 vs.  본 조비’의 싸움에서도 두 사이를 오가는 박쥐 노릇을 했고 한국 가요의 질적 향상을 이뤄낸 ‘하나뮤직그룹’과 ‘세시봉’ 시절 음악까지 찾아들었다. 자코 파스토리우스와 찰리파커 같은 재즈도 물론. 시간이 지나 케미컬 브라더스와 오비탈, 모비 등의 일렉트로니카는 물론 사이프러스 힐, DJ 샤도우, DJ 크러쉬 등 힙합까지 챙겨 듣게 되었다. 나름의 열린 마음이랄까? 음악이건 뭐건 최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이유 이 요망한 것!

최근에는 아이유의 ‘집콕 시그널’에서 아이유가 직접 부른 <Dolphin>을 듣고는 ‘오 마이걸’ 노래를 사서 듣고 있다. 다양한 신서사이저 음원들과 일곱 명의 청량한 목소리가 의외로 꽤 듣기 좋더라.


그래도 사람이 근본은 잘 바뀌지 않는 법.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이어폰에서는 몽고의 데스메탈 밴드 ‘Growl of Crown’의 <Albin>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원래 사람이 그렇지 않나. 새로운 것이 근본을 밀어내는 게 아닌, 차곡차곡 쌓이는 거니까. 그렇게 성장하는거겠지. 죽을때까지... 지금도 나는 스타벅스의 신메뉴가 궁금해 ‘딸기 라임 쉐이큰 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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