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Dec 23. 2020

프로세서 갈아탄 M1 맥북에어 언박싱

언박싱이 뭔지 몰라? 무슨 놈의 언박싱이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지난 글 ‘내가 애플 공홈과 주식을 멀리하는 이유’에서 이야기한, 새로운 맥북에어가 어제 배달 왔다. 다행히도 이야기했던 배송일보다는 하루 먼저인 12월 22일 도착. 이것은 애플 생산 공장에서 패킹해서 바로 배달하는 것인데, 박스도 애플답게 꽤 센스가 있다. 

박스 양쪽 날개를 젖히면 제품이 튀어나오도록 설계했다

칼 없이도 쉽게 박스를 열 수 있게 패킹한 것은 물론, 박스 안은 제품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내부에 공간을 두고 고정되도록 설계했다. 뚜껑을 열고 날개를 젖히면 박스 안의 제품이 꺼내기 쉽게 튀어나오도록 한 배려도 마음에 든다. 

예전 맥북 에어랑 뭐 이건 패키지까지 똑같아서...
맥북 프로를 쓰다 보니 터치바 없으면 되게 허전할 줄 알았는데 또 그냥 물리키가 정겹네. 터치 지문인식 버튼도 그대로 있고

사실 이번 새로 나온 맥북에어는 기존의 13인치 맥북에어와 디자인도 완벽히 같은 데다 macOS Big Sur는 이미 가지고 있던 맥북프로에서도 체험해 본 것이라 별다를 것은 없다. 가장 많이 다른 것은 애플에서 직접 설계한 프로세서 M1을 탑재한 최초의 애플 컴퓨터 라인업 중 하나라는 것. 애플은 M1 프로세서를 맥북에어와 맥북프로 13인치, 맥미니에 탑재했다. 


프로세서를 바꾼다는 것은 컴퓨터 하드웨어를 만드는 업체에게는 굉장히 큰 도전이다. 애플의 첫 퍼스널 컴퓨터 ‘Apple II’부터, 애플은 모토로라의 프로세서를 사용했다. 이후 IBM의 공습으로 완벽히 주도권을 뺏기고 회사 존폐가 위기일 정도로 부침이 있은 후, 스티브 잡스의 복귀작인 첫 아이맥에도 애플은 모토로라의 CPU 아키텍처 ‘PowerPC’를 고집했다. 

PowerPC G5 프로세서를 탑재한 PowerMac G5. 이때도 발열 문제 때문에 수냉식 쿨러에 알루미늄 바디로 디자인했다. (출처: MacRoumers.com)

하지만 당시 PowerPC 아키텍처는 이미 대세가 된 인텔 아키텍처에 비해 그 성능과 발전이 매우 더뎠으며 미칠듯한 발열 문제도 개선될 여지는 없어 보였다. 애플은 이미 Mac OS X를 준비할 때부터 PowerPC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고, 2006년 고심 끝에 스티브 잡스는 인텔로의 이주를 천명했다.

WWDC 2006에서 Intel로의 아키텍처 이주를 설명하는 스티브 잡스 (출처: iMore.com)

 이제 애플 컴퓨터에 윈도가 깔리는 것은 물론, 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플랫폼 BootCamp까지 제공하면서 애플은 그동안 놓쳤던 수많은 팬의 마음을 돌려,  ‘전문가의 컴퓨터’라는 영역을 벗어나 대중적인 컴퓨터로 다시 한번 도약하게 된다. 그러나 PowerPC 아키텍처보다는 나았지만 CPU의 발열과 보안 에러 문제는 여전한 숙제였다. 게다가 인텔의 CPU 개발 계획에 끌려다니다 제품에 대해 신비주의 전략까지 희미해져 비밀에 쌓여있던 애플의 컴퓨터 제품 출시 스케줄은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이미 2018년부터 애플이 자신만의 CPU를 개발해 탑재할 것이라는 루머는 많이 돌았었다. 사실 있을 법한 일인 게, 이미 iPhone과 iPad는 애플이 직접 제작한 A1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었으니 컴퓨터 역시 독자적인 길을 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역시 예상대로, 2020년 11월 11일 팀 쿡은 애플이 직접 설계한 M1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을 내놓겠다는 소식을 WWDC 2020을 통해 발표했다. 내가 이번에 구입한 것이 이때 발표한 제품 중 M1 프로세서를 탑재한 맥북에어이다. 

애플이 자체 설계해 생산한 M1 프로세서의 성능을 모두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출처: Notebookcheck.net)

M1프로세서는 8코어의 CPU와 7코어의 GPU(8코어인 제품도 있음), 16코어의 뉴럴 엔진 전용 코어를 탑재한 프로세서로 무늬만 컴퓨터 공학과인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는, 발표하자마자 터져 나온 다양한 성능 평가가 훨씬 정확 하리리 본다. 일단 대체적으로는 기존 인텔 CPU에 비해 몇 배는 좋다는 것이 주된 평가였다. 


그런데, 대체 프로세서의 아키텍처가 바뀌는 게 얼마나 큰일이길래 이렇게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는 것일까? 컴퓨터 입장에서 프로세서는 일을 하는 주체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컴퓨터라는 한 나라의 언어가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프로세서는 제조사와 설계마다 모두 다른 신호체계를 가진다. 그래서 한 컴퓨터 시스템의 프로세서가 바뀌면, 바뀐 프로세서는 각 소프트웨어가 보내는 명령어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해 작동을 하지 않는다. 인텔 맥 이전 PowerPC 아키텍처를 채택한 맥에 Windows를 설치조차 할 수 없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PowerPC 프로세서가 Windows의 명령어를 하나도 알아먹질 못하기 때문이다. 

Codeweaver가 주도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WINE의 로고

물론 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되었다. 오픈소스 진영의 WINE 프로젝트 등 각기 다른 프로세서 아키텍처의 명령어를 통역해 Windows를 설치하거나 Windows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려는 노력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전문 통역가를 대동할 때도 대화가 늘어지는데, 실시간으로 수천 수만 개의 명령을 내리는 프로세서 중간에 번역기를 넣으면 당연히 제대로 쓰지 못할 정도로 느려질 수밖에 없다


애플이 자체 프로세서인 M1을 채택한 후  즉각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첫 번째 변화도 그것이다. 이제 애플의 자체 프로세서를 탑재한 맥은 다시 이전처럼 직접 Windows를 설치할 수 없게 되었다. 혹시 모르지. Windows에서 M1 프로세서의 기반이 되는 ARM용 Windows를 출시할지….

M1 맥북에어에서 실행된 iPhone용 스타벅스 앱

두 번째 변화는 iPhone이나 iPad의 앱을 애플 컴퓨터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도 없었던 iPhone/iPad 앱들이 M1 맥북에어에서는 다운로드는 물론 실행까지 된다. 시험 삼아 스타벅스 앱을 내려받아 실행시켜봤는데, 진짜로 잘 돌아가네 ㅋㅋㅋ


세 번째 변화, M1 맥북에어는 발열 역시 잘 잡은 모양새다. 보통 일반적인 노트북 컴퓨터에서 조금만 무리한 작업을 하면 올라가는 프로세서의 온도를 식히기 위해 내부 팬이 돌기 시작한다. 최근 인텔 프로세서는 발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일상적인 앱만 실행해도 드론 이륙하는 것 같은 팬 소리가 나고 조금만 빡센 작업을 하면 내부를 열에서 보호하기 위해 성능을 떨어뜨리는 ‘쓰로틀링’이 발동되었다. 그러나 M1 프로세서는 발열은 확실히 잡은 것 같다. 

외부 모니터와 외장하드를 연결하지 않으면 9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나온다. 온도도 현재 48도. 만져서 미지근할까말까 한 정도

초기 설치를 위해 여러 가지 파일을 계속 내려받고 Logic Pro X 등을 실행해 작업하면 이전 같으면 ‘위잉~’ 팬이 돌면서 프로세서 온도가 60도 이상으로 치솟을 텐데 M1 맥북에어는 프로세서의 온도가 45도를 넘지 않는다. 혹시 몰라서 LoL을 설치해 게임을 돌려보았지만 여전히 안정적이다. 배터리 역시 외부 모니터나 외장하드 등을 연결하지 않으면 9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표시된다. 


아직 여러 가지 더 해봐야 알 것 같지만, 일단 맥북프로에서 M1 맥북에어로 갈아탄 것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다. 아직 애플 M1 명령어에 최적화되지 않은 프로그램 역시 'Rosetta 2'를 통해 부드럽게 돌아간다. 맥북프로 13인치보다 고작 150g쯤 가벼운거지만 그래도 괜히 막 가벼운거 같고. 

이전 PowerBook 17인치에서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첫 맥북으로 갈아탔을 때도 아주 좋았는데 이번 애플 M1 맥북에어로 환승한 것도 뜻깊은 경험이길 바란다. 여하간, 이번에도 나는 사라는 애플 주식은 안사고 사과농장을 리뉴얼하고야 말았다. 


덧) 2020년 11월에 구입해 40일도 쓰지 않은 새것 같은 맥북프로 13인치 저렴하게 팝니다. 저를 아시는 분은 각종 연락 수단으로, 모르시는 분도 SNS DM 등으로 연락 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글밥 16년, 처음 써보는 내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