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다 쓰고 나니, 해장국에 소주가 마시고 싶어 졌다
철자가 틀리지 않는다면 가게 이름을 어떻게 부르건, 부르는 사람 마음이다. 내가 새마을식당을 새마을식↗︎당↘︎ 이라 부르건 새↗︎마↘︎을 식당이라 부르건 무슨 상관인가. 그러나 꼭 정확히 불러줘야 하는 이름이 있다. 이 집은 반드시 이렇게 읽어줘야 한다.
↗︎어머니!~↘︎ 대성집
상왕십리 부근 용두동의 대표적 노포 ‘어머니 대성집’은 반드시 이렇게 불러줘야 한다. 추운 겨울날, 홀린 듯 내비게이션에 ‘어머니 대성집’을 찍고 달려갔다. 해장국 하나요! 여기저기 후룩후룩 쩝쩝 해장국 들이키는 소리만 들리고… 주문한 지 5분도 안되어 나온 어머니 대성집의 해장국은 여전하다.
폭신하게 깔린 우거지 위에 잘 삶아내 잘게 다진 고기가 듬뿍 얹혀있다. 불뚝 솟아 나온 선지는 빙산의 일각. 보이는 것 말고도 두툼한 선지가 두세 덩이 넘게 더 들어있다. 지금부터 어머니 대성집 해장국을 먹는 법을 알려줄 테니 잘 듣도록.
일단 청양고추 조금과 후추를 후추 후추 친 후, 숟가락을 들고 맑은 국물을 후루룩후루룩 떠마신다. 국물 걱정 말고 쭉쭉 떠마신 후 고기와 우거지를 밥과 함께 뚝 떠 넣어 김치와 함께 푹푹 퍼넣자. 입에 여유가 있다면 선지도 조금 퍼넣고. 혀가 델 걱정은 접어두자. 밥을 토렴해 나오기 때문에 온도도 적당하다. 이제 잘 씹어 넘기기만 하면 술꾼은 모두 아는 그 기분이 덮쳐온다.
명치 아래가 뜨끈해지면서 속이 편안해진다. 속부터 몸이 더워지는 동시에 몸의 땀구멍이 간질간질해지면서 등줄기에 땀방울이 올라오면 절로 나오는 그 소리. ‘캬… 어머니!~’. 이래서 이 집은 ↗︎어머니!~↘︎ 대성집이다.
국물 걱정 말라했지? 어머니 대성집에서는 국물을 우거지와 다대기까지 포함해 실하게 리필해준다. 단, 리필 국물은 개 뜨거우니 주의. 리필 국물에 다대기를 풀고 좀 전에 후룩후룩 퍼먹은 해장국에 다시 부어주면 온도가 딱 맞다. 여기에 청양고추 다진 걸 넣어 다시 가열차게 퍼먹으면 된다.
신설동에서 용두동으로 가게를 이전한 지 2년 됐지만 그 국물 맛은 여전하다. 처음엔 좀 애매했지만 먹을 수록 진하고 나중에 생각나는 바로 그 맛. 슴슴한 김치와 무채 맛도 여전하다. 예전엔 기본으로 나왔던 조개젓은 없지만 어차피 날 거 안 먹는 난 뭐 서운하지 않음. 아, 다진 고기를 미친 듯 많이 추가해주는 ‘특’은 메뉴판에서 사라져 좀 아쉽네. 차를 가져가서 술을 한 잔 못한 게 아쉽다. 여기 내장 수육과 등골도 기가 막히다는데 그래도 어머니 대성집은 해장국이 간판이지. 지난주 마신 술까지 해장되는 그 느낌이라니.
오래간만에 맨 정신에 해장국을 마시고(?) 술 대신 커피 한 잔 하며 멍 때리다 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어머니 대성집’ 하면 해장국이 절로 떠오르는 것처럼, ‘이정민’ 하면 생각나는 게 있을까? 여기서 ‘콘텐츠 작가 이정민’으로 그 범위를 좁혀보자.
콘텐츠 작가 이정민은 첫 번째, IT나 AI, 바이오 등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적인 내용들을 일반 사람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풀어쓰는 걸 꽤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컴퓨터 공학 전공이긴 하지만 입학할 때 ‘전자전기컴퓨터 제어공학부’로 들어가 본의 아니게 교양 필수로 물리, 화학, 제어공학, 전기회로, 전자공학, 알고리즘 등 공학 전반에 대한 과목들을 죄다 수강에 재수강까지 하다 보니, 어려운 기술 용어들을 대하는데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리라. 아래 링크는 얼마 전 보릿고개에 고맙게 납품했던 콘텐츠. 훈민정음과 IoT 플랫폼을 내 딴엔 스무스하게 매칭해 설명했는데 고객 평가가 긍정적이었다는 후문.
두 번째, 어떤 생뚱맞은 소스를 던져줘도 그것을 필요한 주제에 맞게 잘 비벼 자연스러운 콘텐츠로 엮어내는 데는 자신 있다. 그걸 어떻게 증명하냐고? 지금 보고 있잖아. 남의 집 해장국 이야기를 엮어 콘텐츠 작가인 이정민의 강점을 설명해내는 콘텐츠를 능청스럽게 떠드는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신설동에서 용두동으로 이사를 가도 여전한 어머니 대성집의 그 국물 맛처럼, 내가 쏟아내는 콘텐츠 역시 회사에 소속되었던 시절이건 프리랜서인 지금이건 그 진득한 맛은 여전하다. 음.. 자뻑인가? ㅋㅋ
앞으로 내가 할 일은 내가 쓴 글의 국물 맛을 더욱 깊고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것이다. 이게 잘 돼야 메뉴를 늘려나갈 수 있는 건 백 선생의 골목식당이나 콘텐츠 작가나 매한가지. 한 달이 지날 때쯤이면 해장국 하면 우리가 떠올리는 것 처럼, 콘텐츠 작가 하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음.. 역시 자뻑이지만 기분은 좋구먼, 핫핫하!
p.s) 아, 참고로 내비게이션에 '대성집'을 치고 바로 맨 위에 있는걸 선택하면, 비슷한 위치인 왕십리에 있는 사철탕집으로 안내받는다. 이래서 그게 중요하다. 반드시 '어머니'를 함께 외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