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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Feb 24. 2021

강동구에서 함박스테이크가 먹고 싶다면?

돈카츠 맛집 이토야, 원래 이 집 메인은 함박스테이크

내가 이전에 ‘서울 촌구석 암사동에서 수준급 돈카츠와 카레를 만났다’에 썼던 것처럼, 암사동의 일식당 이토야는 수준급의 로스카츠와 히레카츠를 내는 신생 맛집이다. 살짝 후추와 소금 간을 해 살짝 튀겨낸 고기는 그리 오래 튀겨내지 않았어도 미리 수비드 조리한 탓에 안에 육즙이 몽실몽실 살아있다. 3천 원만 추가하면 맛볼 수 있는 채소와 재료를 다져 눅진하게 끓여내는 키마 카레는 훌륭한 돈카츠 소스이자 밥도둑이 되어준다. 그러나 이토야의 트레이드마크는 원래 함박스테이크 카레다. 다른 메뉴는 대부분 먹어봤는데 이걸 지나칠 수는 없지.


자주 들른 데다 저기서 돈카츠 히레카츠 시켜놓고 술판을 벌이기도 했던지라 주인이 금세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평소처럼 돈카츠에 소금을 따로 주려 해서 ‘아니요. 오늘은 함박 카레요’ 하니 ‘네가 드디어 이걸 시키고야 마는구나’ 하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짓는 사장님. 이토야의 고기는 수비드가 트레이드마크인데, 그게 불가능한 함박스테이크 고기는 어떨까나 싶은 기대감이 뿜뿜.

이런걸 아름답다고하는거죠.

일단 자태는 합격! 단단하게 뭉쳐놓은 밥 위로 두툼한 함박스테이크를 얹은 후 양파와 함께 볶아낸 소스를 얹고 그 위에 서니 사이드업을 이불처럼 덮어냈다. 별도의 나이프 같은걸 안내는 자신감… 역시 옆구리로 숟가락을 폭 넣어보니 쑤욱 들어간다. 단면에서는 거짓말 좀 보태서 육즙 폭포가 흐른다.

오 저 잘라진 단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육즙...

아래 깔린 밥과 함께 떠서 한입 넣어보니, 간도 좋고 육향도 풍부하다. 아, 이토야 함박스테이크 소스는 앞서 이야기했던 키마 카레에 양파 저민 것을 볶아낸 것. 애초에 메뉴 이름이 함박스테이크 카레였지? 이게 간도 좋고 고기의 느끼함도 잘 잡아준다. 파는 왜 얹었을까 싶었는데 살짝살짝 씹히는 게 또 별미다. 평소 같으면 후추를 뿌려 먹었겠지만 키마 카레 덕에 그럴 필요도 없다.


18,000원이라는 가격이 좀 비싸기는 하다만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음식이다. 메밀국수 같은걸 함께 시켜 둘이 나눠먹어도 충분한 양이니 참고하길. 아, 술안주로도 아주 좋음~. 식샤님처럼, 싹싹 비워냈다.

식샤님 코스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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