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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Feb 10. 2021

손쉽게 나만의 한정판 구하는 법 : 클라우드 펀딩

빅나인 2019 - 대구 인디 덕질 보고서와 서울.zip

사람들은 왜 한정판을 좋아하는 걸까? 일단 요즘 힙스터들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희소성이 있겠지. 나만 이걸 가지고 있다는 그 흐뭇함. 누가 그걸 알아보건 말건, 슈퍼맨이 바지 위에 팬티를 입으면 힘이 솟는 것처럼 ‘니들 이거 있어?’ 하는 뿌듯함과 만족감과 몰려오는 어깨뽕 그득한 기분이라니… 뭐 되파는 가격을 뜻하는 리셀 프라이스가 엄청 비싸다는 경제적 이유도 한몫하겠지. 


이런 한정판은 구하기가 단어 느낌 그대로, ‘겁나 빡세다’. 선착순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소위 광클을 하거나 새벽부터 죽 때리고 앉아 밤을 새워야만 했다. 앞서 포스트 ‘되팔렘 물건은 사지도 팔지도 맙시다’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기업이 아예 한정판 인기를 마케팅으로 적극 활용하면서부터는 추첨을 하거나 이벤트 행사 같은걸 진행해서 이제는 부지런하거나 시간이 많아도 한정판을 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리셀러들이 되파는 것들을 사자니, 너무 비싼 데다 그 도둑놈들 주머니를 불려주는 게 아깝기만 하고. 하지만 한정판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클라우드 펀딩’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최초의 클라우드 펀딩 서비스라고 알려진 kickstarter.com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펀딩한 제품들은 초도 물량을 펀딩한 사람들에게 최초로 공급하다 보니,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세상에 처음 나오는 제품들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게다가 1차로 펀딩이 끝난다면 그야말로 한정판 아닌가. 

허접한 제품을 과장하거나 이미 있는 물건을 클라우드 펀딩으로 포장해 거짓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거의 실패가 없는 클라우드 펀딩도 있다. 바로 책이다. 기업이 관심을 가지기 힘든 주제나 서브컬처 부분의 책들이 클라우드 펀딩을 위해 출반이 되는 경우가 늘었다. 아무래도 전문 출판 편집자가 붙지 않아 디자인이나 편집이 투박하고 매끄럽지 않기는 하지만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과 비교할 때 개성 있는 내용들을 만날 수 있고, 보다 특이한 디자인과 편집도 만나볼 수 있다. 최근 1년 동안 클라우드 펀딩으로 구입한 두 권의 책은 정말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는데 이 두 권을 소개해 볼까 한다. 

‘빅나인 2019 - 대구 인디 덕질 보고서’ 책과 샘플러 CD. 지금은 살 수 없다. 한정판 FLEX!

‘빅나인 2019 - 대구 인디 덕질 보고서’는 대구의 인디뮤지션이 한데 모여 시작한 인디 웹진 ‘빅나인고고클럽’에서 클라우드 펀딩으로 발간한 책이다. 이 책에는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주목받았던 ‘전복들’, 스케이트 펑크 밴드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독특하고 신선한 상상력으로 주목을 받은 김빛옥민 등 27 뮤지션의 인터뷰와 음악 리뷰 등을 담아낸 연보 또는 백서 형식의 기록이 담겨 있다. 

대구 뮤지션 김빛옥민의 인터뷰. 숫자 9에 아이덴티티를 준 디자인이 재미있다

사실 기획사 등 홍보 라인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디 뮤지션은 보통 지역의 라이브 클럽 등의 로컬 신을 중심으로  팬덤이 형성되고, 그 팬덤들을 통해 각 지역으로 전파되며 결국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루트를 따르게 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서울을 제외하면 로컬 씬이라 할 것도 그다지 많지 않고 그 결속력도 미미한 수준이다. ‘빅나인 2019 - 대구 인디 덕질 보고서’는 그동안 대구의 인디 뮤지션들과 그 관계자의 진정성과 노력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샘플러 CD도 정성스럽게 제작했다. 아주 잘 듣고 있음.

벌써 ‘빅나인-> 대구’라는 네이밍에서 느껴지지 않나. 얼마나 힘들게 대구 인디 신을 유지하고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음악을 알리려 노력을 하는지, 자신들이 활동하는 씬과 그 팬덤을 얼마나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책에 실린 뮤지션들의 음악을 담아낸 샘플러 CD도 즐겁게 듣고 있다. 


지난달 받은 SEOUL.zip. 지금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몇 권의 취소 분량을 팔고 있다고,

서울.zip은 지난 2020년 12월 펀딩해 며칠 전 받은 책이다. 지금은 코로나 19 덕분에 모든 게 멈추었지만, 2019년 한 해에는 서울에 외국인들이 1500만 명이나 찾아왔을 정도로 한국은 핫한 국가였다. 심지어 그 대부분은 서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책은 ‘그 사람들이 진짜 서울을 여행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힙한 지역의 도시 공동화에 대해서도 꼼꼼히 설명해 두었다. 

과연 그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서울이 진짜일까? 우리가 누리는 서울의 일상에 대한 대표적인 이미지는 명동 거리 쇼핑도, 비빔밥과 불고기와도 거리가 멀다. 우리는 보통 을지로 만선 호프에서 맥주를 마시고 성수동 카페거리에서 커피를 마신다. 홍대입구역 거리에서 버스킹을 구경하고 망원유수지에 따릉이를 끌고 가 바람을 쐰다. 

아... 필동 해물 가고 싶다. 

서울.zip은 진짜 로컬 서울러들이 즐기는 서울의 구석구석 문화를 담고 있다. 소위 ‘서울의 힙스터’들이 다니는 찐 핫플레이스의 정보와 그곳을 즐기는 법을 설명하고 그것의 모습들을 카툰을 통해 지면에 저장해 놓았다. 나고 자라지는 않았지만 내 인생의 90%를 살아온 강동, 천호, 암사 지역이 나오지 않은 건 좀 아쉽지만 코로나 19가 진정된 후 옛 추억을 회상하는 동시에 힙한 곳들을 여행하는 가이드북이 생겼다는 기억에 행복하다. 아… 필동 해물 가고 싶어…


하지만 클라우드 펀딩에 참여할 때는 신중하고 냉정할 필요가 있다. 보통 사람들이 실패하는 클라우드 펀딩은 ‘혹 해서 지르는 것’이다. 아무래도 클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프로젝트를 최대한 매력적으로 어필해 수많은 사람들이 펀딩을 하도록 유도하다 보니 내게 별 필요도 없는 제품도 갑자기 혹해서 지르게 된다.

이걸 대체 어따 쓰지...70$나 주고 펀딩했는데...

이건 내가 2019년 겨울 indiegogo.com이라는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보고 혹해서 펀딩한 것이다. 위의 동영상처럼, ㄱ자형 막대 부분이 움직이는 블루투스 장치인데, 스마트폰에 연결한 후 앱을 통해 그때그때 작동시키거나, 알람을 입력해 특정 시간에 움직이도록 할 수 있다. 원래 2020년 3월에 완제품 리워드를 받기로 했지만 코로나 19 여파로 끊임없이 일정이 연기되면서 결국 2020년 가을께에야 리워드를 받게 되었다. 당시 소개 영상을 보고 엄청 혹해서 펀딩을 하기는 했는데, 워낙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때 왜 혹했는지도 잘 기억 안 나고 저걸 당최 어떻게 써야 할지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아 현재 그냥 방치되어 있는 상태. 


조금만 고민해 클라우드 펀딩을 해보자. 책도 좋고 기발한 물건도 좋고 특별한 한정판 물건을 가지는 부심도 느낄 수 있는 데다, 잊을만하면  날아오는 선물 같은 기분은 덤이다. 언제 나는 내 책 클라우드 펀딩 해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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