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의 여름 메뉴, '냉짬뽕'을 먹어보았다
짬뽕을 시킬까, 아니면 짜장면을 시킬까? 짬뽕의 호오 유무와는 관계없이 중국집에서 모두가 갈등하는 영원한 고민이다. 내 브런치를 꾸준히 보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 만큼 나는, 누가 봐도 짜장파인데도 왜 중국집만 가면 그딴 고민을 하는지… 특별히 짜장이 유명하거나 한 집이 아닌 이상, 가끔은 짜장 대신 짬뽕을 시켜먹기도 하는걸 보면 뭔가 내 마음 속에도 짬뽕에 대한 무의식적 호감이 자리잡고 있는게 분명하다. 어디 한 번, 나의 짬뽕에 대한 好를 한 번 끄집어내 볼까? 흐음…
일단 첫 번째 짬뽕의 매력은 그 날서린 국물이다. 보통 닭이나 고기 등 밑육수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짬뽕의 매력 중 하나는 무게감 있는 국물이다. 돼지고기는 묵직한 맛, 닭은 구수하면서도 돼지에 비해 덜 느끼한 뒷맛에 구수한 무게감이 매력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잘 만든 짬뽕은 국물까지 완뽕했을 때도 느끼함을 찾을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고추나 후추의 매운맛 기반인 백짬뽕이건 고춧가루 기반의 빨간 짬뽕이건, 기본적으로 그 칼칼한 매운맛 덕일까. 아마도 야채를 센 불로 태우듯 볶아내는 그 ‘불맛’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짜장면에도 칼칼한 짬뽕 국물을 넣어서 비비면 느끼함이 확 줄어드는 걸 보면 내 추측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며칠전 페이스북 친구를 통해 ‘냉짬뽕’이라는 음식의 존재를 처음 인식했다. 음, 그건 뭐지? 그냥 짬뽕을 차게 식힌건가…. 그런데 짬뽕 국물을 차갑게 식히면 기름질텐데…… 그 맛이 미친듯 궁금해졌다. 마침, 군산에 다녀오다 집에 가던 길, 짬뽕 전문점 <뽕사부>를 발견했다. 일단 시켜보자. ‘냉짬뽕 하나요!’
일단 비주얼은 일반적인 짬뽕과 좀 다르다. 차가운 육수에 빨간 양념장 약 한 국자? 잘게 썬 오이와 양상추, 데친 숙주 나물과 함께 볶은 양파가 고명으로 얹어 있다. 검은 깨와 흰 깨 토핑까지 더하니 이건 전혀 짬뽕 같지가 않네.
일단 양념장을 섞기 전에 국물을 먹어보니… 그냥 냉면 육수와 큰 차이가 없다. 양념이 섞여야 제 맛이 나는걸까? 면과 소스, 육수와 건더기를 꼼꼼히 잘 섞어 주었다. 이 집만 그런지는 모르지만 면은 일반 짬뽕면보다 얇은, 쌀국수 비슷한 비주얼이다. 한 젓가락 먹어보니 얼음 가득 찬 육수 때문일까 면이 쫄깃하다 못해 좀 뻑뻑하기까지 하다.
음… 속초에서 한 번 먹어본 물회랑 비스무리한 육수. 그런데, 냉짬뽕도 짬뽕이라 그런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짬뽕의 ‘불맛’이 느껴진다. 흠, 짬뽕 육수를 식힌 건 분명히 아닌데… 재료를 뒤적이며 불맛의 근원을 찾아 본다. 해물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깐 새우와 물에 불려낸 마른 오징어도 고명에 들어있다. 하지만 이 재료는 불맛과는 크게 상관이 없어 보임.
다른 채소를 하나하나 맛본 결과 드디어 불맛의 근원을 찾아냈다. 바로 볶은 양파. 웍에 기름을 두르고 센불에 볶아낸 양파를 국물과 섞으니 불맛이 느껴지는구만, 오호!
한국에서 중국식 냉면으로 알려진 일본식 중국면 ‘히야시추카멘’(冷中華麺)과 비슷하지만, 그 볶은 양파가 음식의 느낌을 확 바꿔준다는 점이 재미있다. 더운 여름에 한 번쯤 먹어볼 만한 재미있는 메뉴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