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한끼

양'선지'해장국(X)'양'선지해장국(O)

이름이야어찌 됐던시원하고 맛있는<중앙해장>해장국의 비밀을 찾아서

by Francis

얼마 전에 업로드한 글 ‘마음에 안 들어도 욕하면 안 되는 식당’에서, 나는 어깨에 힘 빡 주며 '

우리가 식당에 내는 밥값에 한 사람의 영혼 값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폼을 잡은 적 있다. 아, 물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음식이 기본보다 뭔가 부족하거나 잘못되었다면 그걸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쪼잔한 면도 나의 다른 모습.

uDSC08719.JPG 24시간 해장국집이라기에 투머치 하게 고급스런 가게, 중앙해장(출처: https://vinocorea.blogspot.com)

지난주 토요일, 해장 삼아 뭔가 따뜻한 국물을 먹고 싶어 강동∙송파 해장의 성지 삼성동 <중앙해장>으로 향했다. <중앙해장>은 지난 2016년 삼성동 한복판에 문을 연 곱창전골과 해장국 류의 신흥 강자다. 해장국집은 음식 자체도 그렇고 ‘빈티지한 노포’라는 스테레오타입이 있어 신흥 강자가 나타나기 힘든 업종이다. 그런데 <중앙해장>은 어떻게, 그것도 도시 한복판에서 10년도 안되어 강동∙송파 해장국계를 주름잡았을까?


이유는 역시 ‘근본’에 있다. <중앙해장>은 마장동에서 한우 부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한 ‘중앙 축산’에서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다. 서울 인근의 유명한 해장국집에 주기적으로 납품하다 ‘이제는 직접 해보자’는 아들의 권유로 식당을 오픈했다는 <중앙해장>. 좋은 재료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면 식당에 그거보다 더 좋은게 어딨나. 당일 도축한 양과 선지를 그날 삶아서 쓴다는 자신감의 문구는 ‘중앙 축산’이라는 든든한 뒷배 덕에 팩트로 다가온다.

57B17A33-DD42-4CA8-9887-D44832346E24.JPG 아... 좀 비싸긴 하지만 진짜 맛있다. 곱창도 잡내 하나 없이 부드럽고 국물도 끝내줌

네이버에 중앙해장을 검색해 보면 곱창전골에 대한 이야기만 잔뜩 나온다. 몇 년 전 부모님 모시고 가서 나도 맛볼 수 있었는데, 구수하고 은은한 맛이 지금도 생각날 만큼 잊혀지지 않더라. 곱창도 엄청 부드럽고 양념도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딱 적당하다. 하지만 혼자 먹기에는 해장국만 한 게 없지.

여기 양선지 해장국 하나요!


IMG_2461.JPG 요 고추 절임을 양념장이나 국물에 넣으면 기분 좋은 칼칼함이 올라온다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 그냥 놀면서 보낼 수는 없다. 먼저 양념장을 조합해 보자. 작은 종지에 겨자 소스를 ‘흔들지 말고’ 쭈욱 짜 놓는다. 그다음 겨자 옆의 고추절임 다진걸 한 티스푼 잔뜩 퍼 넣고 고추기름을 두어 방울만 떨어뜨리면 필살 양념장 완성. 여기에 선지나 내장을 찍어먹으면 알싸하고 칼칼한 게 착착 붙는다. 아, 왜 겨자 소스를 안 흔드냐고? 개취이긴 한데, 흔들어 짜낸 소스는 겨자맛이 강해 고추절임 맛을 모두 가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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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해장국 등장. 뜨끈한 뚝배기에 통통한 콩나물과 함께 잘 삶아낸 양과 선지를 넣은 후 양지 육수를 넣어 부글부글 끓인 후 파와 고추기름을 얹어낸 양선지 해장국. 먼저 뜨근한 국물을 한 숟가락 맛보니 그저께 먹은 술까지 다 깨는 것 같다. 자, 뜨거운걸 잘 못 먹는 만큼 이제 선지를 다 건져내… 어라? 그런데 선지가 왜 이리 조금이지? 예전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IMG_2465.JPG 일단 선지를 모두 퍼냈고 오른쪽에 보이는 에어팟 프로 정도의 덩어리는 이미 먹어 치운 후 사진. 그래도 적다 좀...

모름지기 선짓국이라 하면, 애기 주먹만 한 선지가 한두 덩이는 들어있어야 하는데 중앙해장의 양 선지 해장국에는 선지가 에어팟 케이스 만한 거 세 덩이뿐이다. 예전에 먹었을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사진을 찾아보니 해장국이 디테일하게 나온 건 별로 없더라.

좀 당황해서 종업원에게 ‘혹시 실수로 선지 뺀 해장국이 나온 건가요?’라고 물어보니… 그런 건 아니고, 그게 선지 정량이란다. 흠… 이왕 나온 거니 맛있게라도 먹자고 마음먹고 ‘그럼 유료라도 좋으니 선지를 추가해주세요’라고 이야기했다. 선짓국에는 선지가 왕창 들어있어야 기분이 조크든요.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좀 당황스럽다.


주말에는 손님이 많아 선지가 부족할 수 있어 추가는 어렵습니다


응? 해장국집에 선지가 떨어져? 강호동 비건 선언하는 소리 아닌가 이게… 하지만 ‘이건 종업원 잘못이 아니다’라고 마음을 다스린 후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음… 진짜 국물 하나는 끝내준다. 게다가 선지는 좀 적을지 몰라도 듬뿍 들어간 양 때문에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미련도 안 남는 맛있는 한 그릇.


그러나 나 이정민, 궁금한 건 절대 그냥 못 넘어가는 쪼잔한 남자지. ‘과연 그 선지가 실수가 아닌 정량일까?’라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오늘 점심 또 한 번 <중앙해장>으로 향했다. 배가 부르면 뭐든 맛있게 느껴지는 법이라 가게에 들어가기 전 사발면 한 그릇 때리고 10분 후 입장! 좌우 테이블에서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던 양지곰탕과 내장탕의 유혹이 있었지만 모두 가뿐히 무시하고 또다시 양 선지 해장국 주문. 과연 결론은 어떻게 날 것인가… 두구두구두구!

IMG_2481.JPG 딱 요만큼 들어있더라. 이게 정량인가 보다

음… 토요일 결과랑 똑같음. 그게 선지 정량이 맞나 보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보니 예전에는 조금 많긴 했던 거 같은데 최근은 전부 비슷한 비주얼이다. 맛도 토요일과 똑같네. 아, 잘 먹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2020년에 이어 2021년 한우의 도축 두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한우 선지가 점점 가격이 올라 그렇게 양을 줄인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뭐 맛있으니 됐다. 조만간 곱창전골에 소주나 마시러 다시 와야지. 종업원 여러분 귀찮게 해서 죄송~!



p.s #1 토요일부터 이 내용을 고민하다 오늘 문득 떠오른 사실.

나는 선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리 집착한 걸까… 휴……


p.s #2 <중앙해장>은 저녁시간에 오면 안창살, 살치살, 치맛살 등 구이를 맛볼 수 있다.

단, 한우 1++ 인 만큼 그 가격도 살벌하다. 1인분 6~7만 원 선(200g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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