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파워스(2022).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RHK
책이 주는 감동이야 그렇다고 해도, 책을 읽는 동안 이 책이 소설책인지 에세이인지 헷갈렸다. 소설인 줄 알면서 읽어 놓고 이런 부조화 현상이 뇌에서 발생한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저작 능력 때문이라고 밖에 달리 얘기할 방법이 없다. 작가에 대한 극찬이라고? 그렇다. 이건 그 넘어서인 것 같아서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방대한 지식 속에 한 올 한 올 엮어낼까?
우주생물학이란 분야가 이해가 되지 않은 거야 그렇다 하더라도, 천문학과 뇌과학과 환경보호에 대한 이야기가 종으로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횡으론 생명과 자연과 죽음에 대한 사유가 거침없다. 그렇다고 큰 목소리로 거친 표현을 쓰지도 않는다. 아주 조용하고 잔잔하게, 그것도 슬프게 결론을 내린다. 누군 열린 결론이라고 하던데, 작가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로빈을 희생시킨 게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건, 소설이라고, 소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는 게 익숙한 의료체계에서 이를 거부하고 홀로 아들을 키워가는 싱글 대디. 자폐아로도 익숙한 모습이지만 아빠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기후 변화라는 외생변수를 놓고, 우리가 현재 부딪치고 있는 자연 파괴에 대해 가슴 먹먹한 경종을 울린다. 그래서 소설임에도 자꾸만 에세이 같은 생각 들었던 이유이다. 거기에 아주 생경한 이야기들이 책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도로 위로 뛰어든 주머니쥐를 피하려다 임신한 상태로 죽음을 맞이 한 엄마의 아들답게 로빈은 조류학자를 꿈꾸면서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장애를 가진 아들 로빈을 약물치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아내의 친구가 권하는 '디코디드 뉴로피드백'치료를 받는다. AI를 통해 타인의 감정 진문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 이를 통해 평소 엄마의 두뇌 활동 패턴과 자신을 조화시키면서 감정을 조절하면서 아빠와 세상과 조금씩 소통을 해나간다. 이렇게 끝나면 소설이 아니기에, 소설은 새로운 반전을 맞는다.
세상이 조금씩 망가져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이를 온몸으로 저항을 하면서도 죽은 엄마와 산 아빠와 조화롭게 세상을 살아가는 와중에 실험과 관련된 재정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멈춰지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다시 원점인 듯 돌아가는 로빈은 아버지와 숲으로 돌아가서 아들의 치료를 약물에 의존해야 하는지, 멈춘 치료법 없이 자신을 조화롭게 적응해야 하는지 그 와중에 죽음을 맞게 된다.
사랑하는 아내와 뱃속의 아이, 여기에 로빈까지 잃게 된 시오. 그 사정을 아는 아내의 친구와의 암묵적 동의 속에 아버지 시오 또한 멈춘 치료 시스템을 재가동 함으로서 로빈이 엄마의 두뇌 활동과 감정을 경험한 것처럼 시오가 아내와 로빈의 감정을 따라갈 것으로 결론이 맺어진다. 그래서 열린 결론?
소설을 처음 읽을 때 쉽게 와닿지 않았다. 낯선 단어들과 익숙하지 않은 분야. 그럼에도 읽으면 읽을수록 싱글 대디 시오가 처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식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이 점차 소설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가 아빠라면 자기 아들 로빈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생각하고 점점 더 감정 이입이 되면서, 감탄하기 시작했다. 작가에 대해 말이다. 어떻게 이런 사고를 펼쳐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환경파괴와 자연, 그 안에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이렇게 농밀하게 서술하는가 말이다. 슬프면서도 할 말을 다하는 작가란......
천문학과 유년기는 공통점이 많다. 둘 다 어마어마한 거리를 가로지르는 항해다. 둘 다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사실들을 찾으려 한다. 둘 다 엉뚱한 이론을 만들고 가능성이 무한히 증식하도록 놓아둔다. 둘 다 몇 주마다 초라해진다. 둘 다 모르기 때문에 움직인다. 둘 다 시간 때문에 혼란해진다. 둘 다 언제까지나 시작점이다(p.99).
세상이 근본적으로 엉망진창이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 크면 그만큼 고통도 깊을 수밖에 없었다(p.203).
새들은 우리의 머리 위를 날아 지나갔다. 로빈은 두루미들이 멀리 사라질 때까지 가만히 보고 있었다. 어쩌다가 숲과 물과 하늘의 가장자리인 이곳에 왔는지 모르겠다는 듯, 겁먹고 작아진 모습이었다. 한참 만에 손목을 붙들고 있던 아들의 손가락에 힘이 풀렸다. ‘우리가 외계인을 어떻게 알겠어? 새들조차 알 수가 없는데(p.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