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지지배배뱃!

커트 보니것(2016). 제5도살장. 문학동네

by 길문

지지배배뱃!

새들이 서로 이야기하다 그중 한 마리가 빌리 필그림에게 한 말이다. 지지배배뱃? 너 행복해?라고 들리다니. 정확히 알아보려 파파고로 돌려봤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뜻이었다.


"인생의 행복한 순간에 집중하라고, 불행한 순간은 무시하라고-예쁜 것만 바라보고 있으라고, 그러면 영원한 시간이 그냥 흐르지 않고 그곳에서 멈출 것이라고"(p.242).


이 책은 소설이다. 그런데, 소설답다. 소설이 소설이지 소설답다는 게 뭔 소리? 소설이란 '소설 쓰지 마' 혹은 '소설 쓰고 앉아있네' 할 때 그 소설이다. 이 소설도 그때 말하는 소설이다. 사실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실이 아닌 걸 우린 왜 읽을까? 소설가는 사실이 아닌데 소설을 왜 쓸까?


소설가는 트랄파마도어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도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란 말이다. 그러니 그들이 쓰는 글은 현실에서 올 수밖에 없다. 아니지. 트랄파마도어에서 왔을 수도. 그러니 시간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순서대로 흐르지 않지. 뒤죽박죽이다. 이건 그 행성 사람들한테 실례다. 뒤죽박죽이라니. 소설 속 내용도 뒤범벅이라 그도 트랄파마도어에서 온 줄 알았다.


지구가 머무는 태양계를 알아보려 보이저 1호와 보이저 2호를 '인간'이 쏘아 올렸다. 발사한 지 46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트랄파마도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들 우주선의 목표는 목성-토성-천왕성 등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 말에 이들 탐사선들이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하니 트랄파마도어는 태양계에 없는 게 확실하다.


그럼 태양계 밖은 어떨까? 우주의 생성과 기원을 밝히려 1990년에 허블망원경을 발사했다. 그래서 우주나이가 138억 년이고 우주의 팽창속도가 빨라진다고 밝혔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138억 년이란 건 어떻게 계산한 거지? 이 시간이 얼마 큼인지 모르겠다. 하루 24시간도 제대로 못쓰는데 주인공은 여기저기 시간여행이라니. 언감생심이다. 허블의 동생 제임스웹 망원경도 2021년 12월 25일 발사했는데, 그 목적이 새로운 천체나 행성을 발견하는 것이지만, 여전히 트랄파마도어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빌리 필그림이 납치되어 간 곳인데. 도대체 트랄파마도어는 어디 있을까?


커트 보니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발지대전투에 참여했다 포로로 잡혔다. 그 후 드레스덴에 끌려가서 제5도살장이라 불리는 곳에 수용되었다. 그래서 드레스덴 폭격을 직접 목격하기도 한다. 전쟁의 참혹함과 포로로써 생과 사를 넘나드는 경험이 소설의 밑바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비극을 극복하는 방법은? "끔찍한 시간은 외면해 버리고 좋은 시간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다. 아님, 트랄파마도어인들의 애완견이 되어 그들이 사는 방법인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인지하는 법을 배우던가. 그럼 행복도 슬픔도 비극도 달라지겠지? "뭐 그런 거지" 하면서.


작가가 드레스덴 참상을 경험하고 1960년대에 이 책을 출판하기까지 그 오랜 기간의 고통은 어땠을까? 작가이면서 작가가 주인공 빌리를 통해 어떻게든 자기 머릿속에 맴돈 "모든 것은 예정되어 있고,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자유의지란 없다는 이 엄청난 비관론"과 싸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발지전투와 드레스덴 폭격에 죽은 사람들보다 자기보다 생존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에드거 더비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에 천착하고, 그 많은 죽음을 보면서 울지 않던 그가 혹사당해 죽는 말에 그렇게 비통해서 울었을 것이다.


오늘도 여전히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멈췄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어딘가에서 우리 이웃이 생활고로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갑작스레 닥친 지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보다 더 심한 고통을 겪을 때, 뭔가 기시감이 들지 않던가. 그 익숙함. 뉴스를 통해 생산되는 무수히 반복되는 부조리한 현실이 때론 견디기 버겁지만 이미 익숙해져 '다 그런 거지'한다면 작가가 말하는 "뭐 그런 거지"를 잘못 오독한 것은 아닌지......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은 웃음이 나오면 웃으면 된다. 그게 카타르시스일 것이다. 이게 소설의 힘인데, 그래서 소설을 '소설 쓰고 앉아있네'의 그 소설로 생각하면 당신은 분명 트랄파마도어에서 온 게 틀림없다.



1. 오래 살 것 같지 않은 어머니를 뵈러 양로원에 간 빌리. 어머니는 "어쩌다......?"를 몇 번하시다 말을 끝내지 못하셨다. 그러니 빌리는 재촉할 수밖에. 어쩌다 뭐요, 어머니? 그러다 하신 말. "어쩌다 내가 이렇게 늙은 거니?"(P.63). 그런 어머니는 그 후로도 오래 사셨다.


2. (시간여행이 자유로운 빌리가 아내한테 청혼했던 시기로 돌아가서...) 빌리는 못생긴 발렌시아와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그녀에게 청혼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평생 동반자가 되어달라고 간청했을 때 그는 미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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