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는 베트남의 스위스라 불리는 곳. 해발 1650m에 위치해서 여름에도 시원하다. 이런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1922년부터 프랑스인들이 휴양지로 개발한 곳이다. 지리적으로 보면 사파는 크게 사파 호수 오른편(혹은 왼편) 현지인들이 주로 사는 곳과 사파 광장 주변 외지인들이 머무는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사파를 둘러보면 노트르담 성당과 사파 광장 주변에 주로 외국인 여행객들이 머문다.
광장에서 위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호수가 나온다. 안개 낀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운치가 있다. 걷는 방향 오른편으로 함롱산 정상이 보이고 주로 호텔이나 카페 등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사파 광장 쪽 못지않게 예쁘다. 호수는 생각보다 투명하지 않다. 녹조류 때문인지 물 전체가 녹색으로 보이지만 옥에도 티가 있으니. 익스큐즈! 조금 더 발품을 팔면 건물 외양이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이는 건물뿐만 아니라 오가는 사람도 달라지는 것 같다. 사파의 다른 얼굴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건 시장 쪽으로 갈수록 외국인들이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이걸 현지인 향기? 처음 G8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도 이곳에 있다. 더 걸어가니 나온 사파 재래시장이다. 이곳에 대한 첫 느낌은? 그저 사람 사는 '모습'이 가공되지 않고 뚝뚝 떨어진다. 사람 수만큼 많은 오토바이. 냉동고 없이 그 자리에서 썩둑 잘라 파는 정육점, 살아 움직이는 민물게들. 뭉텅이로 잘린 잉어, 숯불에 굽는 회전고기구이 행상, 채소와 과일 가게와 옷가게. 여기에 철갑상어 두 마리. 여기저기 수많은 약재상까지. 사파 시장은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 같았다.
넋을 놓고 보다 보니 사위가 금방 어두워졌다. 돌아가라는 계시 같아 걸어가는데, 호수에 비친 사파 야경이 아름답다. 오래전부터 프랑스 풍으로 건물들이 들어선 덕분인지 알록달록 야경이 드러날 리가 있겠는가만은 건물 밖에 설치한 조명 때문에 예쁜 거지만 낮에 본 풍경이 남아 더 예쁘게 느껴진다. 하노이 골목골목에 눈에 띄던 프랑스 풍 건물도 예뻤는데 현지인들이 프랑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좋은 감정이 남아 있기야 하겠는가만은. 그들은 프랑스에 어떻게 생각할까? 식민지배를 혹독하게 했다는데 말이다.
그렇게 걷다 보니 광장이 나왔다. 광장은 역시나 광장이다. 사람이 없는 광장? 첫날에는 그랬다. 그건 비가 왔기 때문인데 오늘은 달랐다. 날씨가 맑았다는 다른 말. 같은 건 같은 음악이 그날이나 오늘이나 흘러나왔다. 광장에서. 머릿속에서 맴도는 음정과 박자. 이것도 언젠가 잊히겠지만.
사파 광장에서 자주 눈에 띄는 소수 민족/ 거울을 보며 꽃 단장을 하는 여성. 오늘도 매번 잠시 멈춘 곳에 선다. 선 플라자 맞은편. 중국인 같은 한 무리의 사람들, 자유로운 복장으로 기웃거리는 서양인들에, 밤에도 배달 한 건 잡으려는 많은 오토바이와 운전자들. 오늘은 아이에게 소수 민족 복장을 입히는 젊은 아낙들이 눈에 많이 띈다. 첫날과 달라진 것이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그네들이 뭘 하려는지. 그들 엄마는 애들에게 옷을 입히고 한편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들은 어떻게 서로 구분을 할까? 그들은 당연히 알겠지만. 날씨가 좋아서 눈에 많이 띄는 소수 민족들. 오늘만 그랬을까? 누가 블랙흐멍족, 레드자오족, 몽족일지 모르지만. 이곳엔 12개의 산악 부족들이 산다는데. 유독 여성들이 그들 복장을 입고. 남자는? 춤추는 소년들만 그랬던 것 같다. 여기서 고백하건대 사파에 도착한 첫날부터 사파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그들이었다. 놓치지 않으려고 담은 그들을 사진으로 볼 때마다 알 수 있는(?) 마음이 올라왔다.
그날 광장 여러 곳에서 춤판이 벌어졌었다. 그때서야 정확히 엄마와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띈 이유를 알게 되었다. 젊은 엄마가 어린애들을 데리고 광장에 모인 이유가 이해되었다. 애가 애를 업고 엄마와 함께 전통복장으로 재롱을 떨고 음악에 맞춰 춤을 주는 광경. 유독 여아가 예쁜 옷차림으로 엄마 손에 이끌려 광장 인파 속으로 들어가는 건 의도된 행동이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잠시 들린 나그네가 할 소린 아닌 것 같고. 정작 그네들 삶을 모르지 않던가. 곧 떠날 사람이.
관객들은 후하게 감사를 표시했다. 사파 광장에서 소수 민족의 경연이 밤마다 이뤄진다. 첫날 노트르담 성당 앞 예쁜 여아부터 오늘 광장에서 춤추는 아이들. 좀 컸다고 우산 들고 춤추는 여성과 바닥에 둥글며 전통악기를 부는 남자아이들까지.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들처럼.
아이들은 예뻤다. 노트르담 성당 앞 꼬맹이들.
돌아오다 본 사파 호수, 그 야경도 예뻤지만 그곳 그들 삶은 사파 보다 더 예뻤다. 슬펐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