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끝이 하롱 베이?

담장 너머 베트남 11

by 길문

용 가족이 하늘에서 내려온 이유. 옥황상제 때문이란다. 건국 초기 외적(or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했을 때 베트남을 막아주려고 옥황상제가 용 가족(?)을 보냈다. 적을 물리치고 입으로 에메랄드 3천여 개를 토했는데 그게 섬이 되었다. 나라를 구하고 다시 승천을 하려니 살던 곳보다 아름다워서 그냥 남았다. 여기까지 전설. 아니, 전설을 아무 데나 붙여?

붕괴 위험 때문에 더 유명해진 키스 바위(kissing rocks).

중국이 지배하기 이전에 베트남은 어떤 나라였을까? 지식이 짧아서. 아무튼, 용이 서양과 다르게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곳이다. 용이 승천한 것이 아니라 하강해서 정착한 만(灣). 용이 하강해서 볼일을 다 보고도 올라가지 않은 곳이 하롱 베이이다. 이곳이 1994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건 사족. 그러니 매년 500~600만 명의 사람들이 몰린다고? 가보니 그럴 만했다.

배에서 자거나 하루 크루즈를 하거나.

하롱 베이 여행은 여행사에서 알아서 해준다. 승선하면 제일 먼저 밥을 준다. 잘 먹고 힘내야 잘 논다고. 논다(?)는 나중에 알게 된다. 다도해 풍경이 익숙해질 무렴 승솟 동굴 보러 육지에 올라선다. 나름 볼만한 동굴이다. 삼척 환선굴 정도는 아니지만 섬에 동굴이? 다른 무엇보다 동굴 천장이 특이하다. 물결 모양이다. 그렇다. 파도가 만든 형상이다. 이건 정말 특이했다. 예전에 섬이 융기를 한 건가? 물속에 있다가. 천장을 보고 걷다 보니 사람들 시선이 한 곳으로 모인다. 그곳을 따라가 보니 박쥐 가족이 매달려 있다. 똑바로!

승솟 동굴 보기 위해 배에서 내려야 한다/동굴 주인공/바다가 만든 천장 형태.

동굴을 한 바퀴 돌고 나면 자연스럽게 자기 배로 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가다 보면 어딘가 내린다. 여기가 어디더라? 한국어로 말했으면 기억하련만. 남의 나라말, 베트남어라서 잠시 한 눈 팔면 난감하다. 가이드는 영어로 말했는데? 이구! 대나무 배나 카약을 타라고 했다. 당연히 카약이다. 짱안에선 강물이 여기선 바닷물이다. 작은 굴을 지나가면 아늑한 아주 작은 만이 나온다. 아늑하다. 파도가 높을 수가? 하롱 베이 전체가 잠잠했다. 날씨 탓인가? 어디서 보니 이곳에도 태풍이 온다고 한다. 당연히 태풍이 오면 배를 타고 유유 작작할 수 없겠지?

하롱 베이에는 크루즈 배만 있지 않았다.

30분 정도 카약을 타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데, 자세히 봤나? 여러 곳에 폼 잡고 앉아 있는 원숭이가 보인다. 그렇다. 하롱 베이 전체 섬은 무인도지만 사람만 살지 않을 뿐. 그럼 원숭이만 살까? 그건 모르겠다. 섬인데 원숭이는 저기에서 어떻게 사는지 가이드한테 물어볼 걸 그랬다. 원숭이한테 물어볼 수는 없으니. 혼자 타는 카약이 단체로 타는 대나무 배보다 놀기 좋다. 내 마음대로다. 배는 사공이 짱이지만. 잠시나마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바다에서. 별로 힘도 들지 않았다. 잠시 누워 하늘을 보기도 보고. 망중한!

티톱 섬 해수욕과 선착장/전망대에선 이런 풍경이 자연스럽다.

다음은 티톱 섬 방문. 티톱이 소련의 우주비행사였다는 것보다 여기선 해수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지만, 이 것보다 더 좋은 섬 전망대에 올랐다. 기대감에 금방 올랐다. 땀은 잠시. 경치는 좋았다. 점점이 박혀있는 것 같은 하얀 배들과 그 배들을 둘러싸고 있는 섬들이라니. 정말 탁월(?)한 선택이다. 이렇게 배가 많이 모여 있었다니. 몰랐다. 언제 어디서 다들 모인 것인지 말이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듯한 풍경. 이걸 사진으로 안 찍으면 바보다. 하롱 베이 루트 2. 우리가 선택한 코스다. 루트 4까지 있다는데. 이곳은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루트 1을 경험했다는 어떤 글도 읽는데, 다른 루트는 잘 모르겠다. 이 루트가 가장 대중적인 것 같다.

바다로 쏙 들어가려는 사내/정박한 배 위 섬 꼭대기 뭔 정자?

아 참! 달리 하롱 베이를 설명할 재간이 없다. 그러니 사진이나 촘촘히. 글재주가 없으니 말이다. 돌아오는 배 3층 계단에 앉아 하염없이 스쳐가는 섬들을 보고 있으니 어김없이 사위가 물들었다. 석양이다. 시간이 흐르긴 흐른 것이다. 오늘도 시간이 더디게 흘러서 좋았다. 선베드 보다 배 선수 계단에 앉아 하염없이 다도해를 보고 또 보고 여기저기 봤다. 섬들과 섬들 사이에 오가는 배들과 바다. 이것을 보러 온 것이지만 여긴 역시나 섬이 주인공이다. 용도 아니고. 섬!

여행 끝 어김없이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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