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향기 풀풀!

담장 너머 베트남 12

by 길문

사람 몸에선 냄새가 난다. 그런데 향기라? 향수를 뿌렸을까? 오늘도 날씨가 습하다. 서울 기온도 30도를 넘나드는 여름이 기세등등하다던데, 여기선 일상이겠지? 미진한 숙제. 그렇다 숙제다. 이렇게 돌아가면 미련이 될 것 같아 배낭 양쪽에 물통 끼고 나섰다. 숙소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했으니 아니 이용할까? 돈 안 들이고 동쑤언 시장으로 나왔다. 섭씨 36도? 습도는 모르겠다. 상책은 모르는 것이다. 아는 것이 하책은 것은 알게 되면 받게 되는 게 있다. 스트레스. 그러려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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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는 시장 밖과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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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 시장은 원초적?

동대문 시장? 그럴 리가. 동쑤언이다. 어디서 이곳 시장은 도매시장 위주라고 혹은 짝퉁 시장이라고 했던 것도 같고. 대도시에 있는 시장이라 전에 봤던 사파 시장과는 역시나 달랐다. 사파는 원초적이었다면 여긴 나름 현대적이다. 시장 건물 내 정말 많은 상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사파 시장은 빈 공간이 보이기도 했는데 여긴 달랐다. 더불어 내놓은 물건들이 많다 보니 사람이 물건들에 치인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시장 건물 밖이 더 분주하다. 역시나 오가는 차량과 오토바이로 정신없다. 단순해진다. 길을 건너려면 단순해져야만 한다. 이건 종교가 바라는 높은 경지이다. 여기선 그냥 이룰 수 있다.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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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비엔 역 정면/ 역 옆편 모습

동쑤언 시장을 속성으로 마스터하고 후딱 다음 행선지로 옮겼다. 시장에서 감성을 찾기란 그렇고. 남들 찍어놓은 철도역이 감성 있어 보였다. 집 나간 낭만이 거기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감성 찾아 롱비엔 역으로 향했다. 지도로 보면 동쑤언 시장에서 가깝긴 한데 그곳에도 시장이 있어서 그런지 역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찾지 못해 빙글빙글 돌았다. 어쩜 이곳은 그냥 자연스럽게 형성된 곳 같았다. 시장이라고 이름을 붙이기에는 좀. 그렇게 헤집고 다니다 굴다리 밑으로 다시 돌아와서 결국 입구를 찾았었다. 헤맸던 이유는 오토바이와 쌓아놓은 물건들로 인해 역으로 가는 입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가기 전에 말이다. 어떤 일이 있었던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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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지나간 철길.

시장 뒤편 정신없는 교통량을 과감히 뚫고 걷다가 사거리가 나왔다. 건널 몫이 안 보여 그냥 대로를 건너갔다. 남들도 그렇게 해서 길을 건너 올라가니 철길이 나왔는데. 어라, 반대편으로 갈 수 없다. 그쪽으로 가야 롱비엔 역사로 들어가는 것 같았는데 다시 돌아와야 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감성은 카페에 있다고 한 것 같았다. 기차역 옆에 붙어 있는 카페. 베트남 커피 한잔 하면서 오는 기차 사진 찍으면 된다고. 그렇게 카페 앞으로 올라오니 바로 옆이 철길이다. 그런데 막아놨다. 그것도 달랑 줄 하나. 넘어가라고 줄로 표시를 했을까?


이건 들어오지 말라는 표지란 거야 금방 알았지만 남들도 거기서 사진을 찍었으니 살짝 넘어서 빠르게 사진을 찍으려는데 누가 뭐라고 한다. 욕은 아닌 것 같은데 알아 들었던 것 같다. 아니 알아들었던 것이다. 이런! 베트남어를 알아듣다니. 유창한 리스닝?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나가란 말. 이 말 같았다. 대견했다. 말을 알아듣고 고분고분 도로 카페 앞으로 왔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이제 철길 중앙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는 거였다. 안전을 위한 방지책! 그래야 했지만 여행자에겐 이건 쥐약이긴 하다. 철길이 주는 그놈의 감성 때문에 간 것인데. 찍지 못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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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오토바이는 힘이 쎄다.

그렇게 다시 왔던 길로 철길 밑으로 돌고 돌아 롱비엔이라고 쓰인 입구를 찾았다. 그렇게 찾은 입구를 통해 올라가 보니 역사는 역사였다. 그러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여느 기차역과 같은 기차역이었다? ‘여느’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으니. 확실한 건 소박했다. 여기서 하이퐁 등을 간다는데 언제 가보려나? 그렇게 감성과 조우를 하고 떠나는데 문득 든 생각. 어라! 이 철길 어디서 봤었는데. 그랩으로 잡은 차를 타고 오가며 봤던 그곳이었다. 이곳이 유명한 벽화거리였다. 철길 밑 대로벽면이 말이다. 4년 동안 덴마크, 프랑스 등 외국 화가들과 베트남 화가들이 모여 같이 그렸다던데. 승용차 타고 지나다 본 그림들로 만족해야겠다. 핑계는 더위 때문인데. 호탕하게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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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골목길 건물과 번화한 도로 건물 모습.

다시 역 입구로 나와 걸으니 그게 롱비엔 시장이었다. 공식적으로 이곳을 시장으로 부르는지는 아리송하긴 한데 가게 몇 개만 있는 풍경이 아니었다. 동쑤언 시장과 비교를 하면 오히려 이곳이 재래시장 풍모를 지녔다. 그래서인지 큰상가건물이 중심인 동쑤언 시장과 분위기가 달랐다. 시장 골목 옆 건물들이 고색창연하다. 서민들은 이런 곳에서도 살겠지 싶은 건물들. 그런데, 건물마다 식물을 키운다. 이건 사파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정책 때문인가? 발코니인지 베란다인지 이런저런 화초를 가꾸고 있었다. 프랑스 풍 알록달록 건물에 녹색 식물이라니. 건물 내에 화초를 가꿀 공간이 적어서 그랬을까? 아무튼, 걷다 보니 어느덧 호안끼엠에 다시 왔다. 또!

IMG_9758.JPG 삶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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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냄새가 나는가 했더니/ 없는게 없는 행상.

하노이도 대도시라서 그런지 볼거리가 많고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다. 동쑤언 시장과 롱비엔 기차역, 롱비엔 시장에서 호안끼엠까지 오가며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한 주체는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다. 나름 대로변에서 본 사람이나 골목길에서 본 사람이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이겠지만, 그들 몸에서 나는 건 땀 내 아닌 향기였다. 인공으로 만든 향수가 아니라 진한 노동이 배어있는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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