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도 반짝반짝 빛나게!

에쿠니 가오리(2003). 반짝반짝 빛나는. 소담출판사.

by 길문

이번 생도 반짝반짝 빛나게. 다음번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보자고!


우리 생이 모두의 생이 반짝반짝 빛나면 얼마나 좋을까? 제목 때문에 생각해 봤다. 누군가에겐 반짝반짝 빛나는 생이겠지만 누군가에겐 아니기도 할 테니. 이 책은 그냥 제목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주저 없이 선택했단 이유지만 좀 가볍지? 그렇게 읽은 책. 그렇다면 내용은? 음......


주인공 중 한 명이 쇼코다. 쇼코? 어디서 들어본 이름. 그렇군. 최은영이 쓴 2019년 소설 제목이 《쇼코의 미소》다. 같은 이름인가? 일본어를 모르니. 번역기를 돌렸다. 쇼코(翔子)? 발음은 뚜렷하게 쇼코로 들린다. 그럼 맞는 건가? 최은영의 소설에서도 그렇고 이 소설에서도 그렇고 쇼코가 그려지지 않는다. 전자는 단편이라서 그렇다고 쳐도 후자에서 쇼코라는 여성이 가능할까 싶다. 그래서 제목이 이런 여성이라면 반짝반짝 빛날 거라고 말하는 걸까? 반어법 같기도 하다. 아니라면 작가는 왜 주인공으로 썼을까?


소설엔 주인공이 세명 등장한다. 유일한 여성 쇼코와 남성 무츠키, 그리고 곤. 내용은 주로 쇼코와 무츠키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러고 보니 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잘못 읽었나? 작가는 소설에서 뭘 말하는 걸까? 심각하지 않은 소설은 심각하게 읽지 않는 게 정석일 것 같은데, 가볍게 읽었으니 된 거지만. 이건 내용이 짧아서 이기도 했다. 내용도 그렇고 분량도 짧고. 읽다가 이게 가능할까? 이런 생각도 들고. 이것도 이렇게도 사는 거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반짝 바짝 빛나게 사는 건지 작가가 그걸 말하는 건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힌트는 이리사와 야스오의 시 "반짝반짝 빛나는"에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같기는 하다? 시는 시고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 작가가 이 시를 읽고 제목을 따다 썼으니, 뭔가 의미가 있을 터. 반짝 반짝이라는 단어가 무려 15번 등장하는 시.......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눈물을 흘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는 울었다. 이렇게 끝난다. 사는 것이 그렇다는 건지, 결혼이란 것이 그렇다는 건지, 사랑이란 것이 그렇다는 건지, 남녀 간 '관계'라는 것이 그렇다는 건지.


주인공 무츠키는 동성애자다. 남자 파트너 곤이 있다. 그러니 곤도 동성애자일 텐데, 곤에겐 아내가 없다. 그런데 동성애자 무츠키는 아내가 있다. 흠! 어디선가 완전한 동성애자는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대체로 양성애자로 살아간다던데 아닌가? 그러니 동성애자 무츠키는 여자 쇼코와 결혼한 것 아닌가? 그들 결혼이 정말 절박하게 이뤄진 것 같지도 않고. 무슨 필연도 없으니. 결혼을 부추기는 분위기는 그렇다고 해도 결혼을 꼭 해야 하는 사회적 관습이 소설 전체를 긴장시키는 도구도 아니고. 여기에 더해서 쇼코는 조울증 환자이며 알코올중독자이다. 정신병에 알코올중독과 동성애? 뭔가 정상(?) 적인 관계는 아닌데, 뭐가 정상이라면 할 말이 딱히 없다. 섹스 없는 결혼? 그럼 결혼은 왜 했지? 쇼코는 곤과 남편 사이를 옆에서 부추기고. 더 잘 되도록!! 이건 바람직하긴 하다. 안 되는 것보다 잘 되는 것이 좋은 것이니까 말이다.


하나 확실한 것은 누군가를 진정으로 좋아하면 그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 다 좋아 보이지 않던가? "무츠키는 잠들기 전에 별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나도 따라서 베란다에 나가기는 하는데, 별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아니다. 별을 바라보는 무츠키의 옆얼굴을 보기 위해서." 이런 것이 사랑이니 쇼코가 남편 무츠키를 사랑하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섹스는 곤이랑 하도록 장려를 하고. 이건 정상이라고 보기엔 그 범주를 벗어난 것 같아서 반짝반짝 빛나나?


그냥 바람은 쇼코가 무츠키와 어떤 방식이든 애를 가져서 네 명이 한 가족이 되면 그것이 더 반짝반짝 빛날 것 같다. 애가 있는 정상인 가정과 관계는 좀 비정상적인 가족 이야기! 뭐 이런 소설 말이다. 그럼에도 뭐지?라는 궁금함은 이리사와 야스오 시집 제목이 말해준다. 시집 제목은 《행복하라 아니면 불행하라》 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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