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코바동가에 간다는데... 오늘은?

by 길문
산에 눈이 얼마나 왔을까?

아침을 먹으면서 귀동냥을 해보니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나쁜 소식은 오늘 일정뿐만 아니라 내일 일정까지 바뀐다는 것이다. 그건 비가 왔기 때문이다. 비가 온다고 산행을 못할 리 없지만, 산악지역에 비가 내리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아스투리아스 산악지역에 내린 비가 밤에 뭐로 변했을까? 어제 칸가스 데 오니스에서 영상 2~3에도 벌벌 떨었던 건 지금까지 거쳐온 도시들 기온이 그렇게 낮은 곳이 없었는데, 심지어 안달루시아 지역 낮 기온이 36~38도까지 올랐음을 감안하면 몸이 쉽게 적응을 하지 못한 것도 있다. 배낭을 가볍게 하려고 플리스 재킷 하나 안 가져왔으니 그런 것이지만, 버스는 이미 떠났다.


오늘 일정은 칸카스 데 오니스에서 21.5km 떨어져 있는 호수 에놀에서 시작해서 오르디알리스 전망대에 오르는 것이다. 그곳에 피코스 데 에우로파 국립공원을 만든 페드로 비달(Pedro Pidal)이 묻혀있는데, 기념비인가? 스페인 최초 국립공원인 피코스 데 에우로파가 1918년에 만들어졌는데, 그가 만들었다니. 외지인에겐 별로 중요한 건 아니고. 전망대에서 보면 밑으로 천 미터 정도 안~곤(Angon) 계곡을 볼 수 있으며, 해넘이로 유명하다 한들 그 전망대는 그림의 떡이 됐다. 그곳에서 2026미터에 자리 잡은 코탈바 산봉우리까지 갔다가 방향을 바꿔 1460미터에 위치한 대피소 내려오는 일정. 첫날 대략 일곱 시간 정도를 높이로 치면 954미터를 오른 후, 다시 550미터를 내려오는 그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에놀 호수에서 트레킹을 앞두고.

그럼 좋은 소식은? 내일 일정을 바꿔 코바동가로 간다고 한다. 원래 계획은 오늘 우리가 머물 베가레돈다 대피소에서 산을 오르고 올라 베가바뇨 대피소까지 가는 것이다. 해발 1150미터를 오른 후 다시 1230미터를 내려가는 일정으로 대략 10~11시간 걸리는 지난한 일정이 취소된 것이다. 그게 좋은 소식? 그걸 하려고 온 건데? 굳이 아니 진짜로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한 건 날씨는 불가항력이라서 어쩔 수 없으나, 원래 예정에 없던 코바동가에 간다니 이건 정말 좋은 소식이었다. 내게 말이다. 남들에겐 물어보지 않았으니, 모르겠다.

저 멀리 보이는 버스는 어디를 가는 걸까?

코바동가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트레킹 일정에 포함되지 않아 실망하던 차에 기적이 벌어진 것일까? 날씨 덕에 어쩌다 가게 된 곳이지만, 그 날씨 덕에 펠라요 군대가 이슬람 군대를 물리쳤다고도 하니. 날씨를 함부로 탓하면 안 될 것 같다. 펠라요 군대가 이슬람 군대와 싸울 때 사람들이 성모마리아께 간절히 기도를 드렸더니, 소나기가 내려 이슬람 군대가 힘을 쓰지 못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얘기가 전해오는 곳. 그러니 천주교 신자들에겐 성지가 된 곳이라는 것 외에. 우리는 이미 알지 않던가. 레콩기스타가 발화된 전투가 코바동가 전투라는 것을. 이 말인즉, 그 전투에서 승리하지 않았다면 스페인이란 국가가 없었을 테니. 스페인 국민들에겐 민족의 영산 백두산 같은 곳?

에르시나 호수를 거쳐 걸어가는 일행들.

오늘 시작은 에놀(Enol) 호수부터 걸었다. 그럼 거기까지 어떻게 가지? 숙소에서 거리가 21.5km 떨어져 있는 그곳을. 그것이 궁금했는데, 그건 밴이 해결했다. 여기선 그걸 택시라고 하는데, 무허가 영업을 하는 건지 차 외부에 어떤 표시가 없는 밴을 타고 이동을 했다. 이거 날로 먹는 것 아냐 그랬지만, 그럴 수밖에 없음을 점차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건, 처음부터 모든 트레킹 코스가 걸어서 가도록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간중간에 걸을 수 없는 혹은 지리적으로 끊어진 부분은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했다. 점과 점을 연결하면 선이 되는데, 오직 걷는 것만으로 그 선을 연결할 수 없으니, 교통수단이 동원된 것이다.

작은 기도처와 목동들 움막.

이번에 트레킹을 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소를 많이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걷는 내내 사방천지가 소똥이었다. 소똥이 많다는 건 소가 많았다는 거라서 가이드 카를로스에게 물었다. 얘네들 어디 갔냐고. 목동들이 산 아래로 이동을 시켰다고 했다. 산에 풀어놓고 풀을 뜯어먹게 한 후, 계절이 추워지기 전에 산 아래로 이동시켰다는 것이다. 그럼, 걷는 동안 들판이 휑했을 것 같다고? 천만에. 소가 차지했을 공간에 소의 숫자만큼은 절대 아니지만 말들이 있었다. 그리고 말들뿐만 아니라 간간이 개들을 만날 수 있었다. 들개?

날씨가 무슨 상관이람.

말은 맞는 것 같은데, 들개 하니 뭔가 야성을 드러내고 농가의 가축을 축내는 그런 개들을 의미하는 것 같아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럼 어떤 개들? 세인트버나드처럼 아주 큰 그들은 곰이 설령 그곳에 살았어도 맞짱을 뜰만큼 정말 큰 개들. 워낙 커서 범접하기 어려웠던 그들을 누가 키울까, 순간 궁금했다. 그러니 물을 수밖에. 주인이 없단다. 그럼 떠돌이 개?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냥, 그곳에 사는 개다. 그럼 누가 키우나 했더니, 누가 특별히 키우는 건 아니고 정부가 때가 되면 헬리콥터를 보내 특정 장소에 먹이를 투하한다나? 그럼 정부가 주인?

소와 말과 개. 피코스의 주인이다.

그럼 말은? 걷다 보면 마주치는 말들은 사람들을 전혀 겁내지 않았고, 오히려 다가와 우리 일행들에게 집적거렸다. 산에 말이 있어? 역시 궁금해서 물었더니 말들은 수출용이라고 한다. 수출용? 프랑스에 수출한다고? 승마용으로는 아니고 식용이라고 한다. 승마용이라고 하기엔 다리가 매끈하지 않아 물어본 건데, 프랑스에 전량 수출을 한다고 한다. 스페인 사람들은 말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니, 그런가? 말들과 개들이 순한 건 맞는데, 걷는 동안 그들과 함께한 시간이 꼭 즐겁지만 않았다. 말들이 우리가 점심때가 되어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앉아 있으면 다가와 머리를 자주 들이밀었으니 심심해서 그런 건지, 같이 먹자고 그런 건지. 그때 난감함이란. 말들이 외로웠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생각이 앞섰건 같고.

요놈이다. 나를 힘들게 했던, 모두를 밤새 힘들게 했던.

난 걷다가 만난 개 한 마리 때문에 혼쭐이 날뻔했었다. 에놀호수에서 대피소로 걷던 중 중간에 만난 그놈 말이다. 내가 목에 걸고 있던 스마트폰 줄에 흥미를 느껴 그걸 물고 놓아주지 않았었다. 첫날 묵을 별관(오두막)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챙기다 화장실에 가던 중이었는데 그놈이 유심히 나를 보더니, 정확히는 스마트폰과 연결된 줄을 보더니 내게 다가와 그 줄을 물었던 것이다. 여행을 떠나기 두 달 전에 개한테 발을 물려 무려 11 바늘을 꿰맨 참사(?)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겼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help을 외치는 방법밖에 없었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니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젊은 가이드 하이메(Jaime)가 다가와 도와주지 않았다면. 크게 별일이야 없었겠지만. 그 망할 놈의 개가 우리가 자던 오두막 입구에서 밤새 보초를 서는 바람에 다들 화장실을 들락거리지 못했다는. 거기에 밤새 짓기까지. 화장실이 대피소 본관에 있었으니. 그럼 그날 밤 사람들은 생리현상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별 수 있어? 별관 입구에서 볼일을 볼 수밖에. 다들 그랬으니 누구도 그걸 말하지 않았다. 다행히 밤새 비가 왔으니 흔적도 남지 않았다. 날씨가 구원(?)을 해준 것이다.

대피소와 맛있게 먹었던 빠에야.

사실, 숙소 시설은 좋지 않았다. 우리가 잠을 잔 곳은 20미터 대피소 본관과 떨어져 있었다. 저녁을 먹으러 본관에 들어갔는데, 그곳은 제법 대피소 티가 났다. 저녁시간이 같으니,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다들 영국인들인 줄 알았더니, 내 앞에 앉은 두 명의 여성은 독일에서 왔다고 했다. 자기들은 선생이고 안식년(sabbatical)이라 한 달 정도 스페인 북부를 여행 중이라고 했었는데, 잠시 그들이 부럽기는 했었다. 그들이 오늘 우리가 가지 않은 오르디알리스 전망대까지는 갔다 왔다고 했으니. 갔다 오는데 고생했다고 말하기에, 전망대에서 전망이 좋았냐고 물어보려다 그만 두었다. 좋았을 리가 없었으니. 일정을 바꾼 우리가 잘한 거겠지? 그날 저녁으로 나온 빠에야는 맛있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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