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진(2025). 스파클. 창비
소설을 읽고 제일 먼저 음악을 들었다. 작가가 소설 《스파클》을 쓰는데 큰 영감을 받았다는 그 곡 스파클(Sparkle). 일본 록 밴드 래드윔프스가 불렀다는 곡. 듣는 내내 어떻게 소설 내용과 느낌이 똑같을까? 소설이 주는 감흥과 일란성쌍둥이 같은 곡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 곡을 들으면서 느꼈던 감정이 소설 속에서도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다. 작가가 학교 선생인가 보다. 어찌 이렇게 아이들 감성을 잘 녹여낼 수 있지? 학생 중에 눈보라라는 이름이 실제 있을 것 같지 않지만, 학생인 그가 작가에게 추천해 준 그 곡을 차 안에서 듣다가 갑자기 시야가 눈부신 경험을 했다고. 그러니 눈을 감았다 다시 떴을 땐 구름 사이로 저녁 해가 찬연히 드러냈다는.
우리는 알고 있다. 뉴스로 접했어도 현실이 얼마나 참혹했음을. 며칠 간격으로 두 곳에서 벌어진 화재. 부모가 일하러 나간 집에서 남은 아이들이 음식을 해 먹다 난 불로, 추운 날씨라서 전열기로 난방을 하다 전기 과열로 집안에 있던 아이들이 세상을 등진 사건을 우린 알고 있다. 그랬기에 소설만큼은 다른 결론을 맺었으면 했다. 불행도 전염되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 바람을 작가가 알아들었는지, 노래 스파클처럼 내용도 스파클 하게 끝나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감동을 청소년만 느낄까? 햇빛이 사람을 가려 그 빛을 비추지 않는 것처럼 감동 또한 그렇다는 것을 작가가 입증했다.
완고하고 고집 센 할머니가 화재가 났을 때 '아들'인 동생 영을 먼저 구하려 했다는 오해가 풀린 지점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소설 구성이 탄탄했다. 그 위에 스토리를 얹으니 소설이 술술 읽혔다. 작가 심성으로 미뤄 보건대, 이와 반대되는 전개를 아마 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아름다운 소설이다. 작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대로 전달된 소설. 시작은 어느 소녀에게 닥친 불행이었다. 부모님이 맞벌이라서 일하러 나가고, 동생과 함께 라면을 끓어먹으려다 불이 났다. 그사이 깨진 유리조각이 한쪽 눈에 들어간 걸 알았더라도 대처가 가능했을까? 그렇게 그녀는 한쪽 시력을 잃을뻔했다. 그게 벌써 5년 전의 일이다.
눈은 누군가 남긴 각막으로 이식을 받았기에 급한 불은 껐지만, 화재로 인해 동생 영이 식물인간이 된 건 집안에 치명적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기들로 인해 아이들에게 사고가 났다는 부채의식으로 괴로워하다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되었다. 기장인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무급 장기 휴직을 선택하고, 엄마는 비행기 승무원으로 생계를 꾸리지만 한 번 깨진 가족 간의 유대는 회복 불능 상태였다. 배유리는 할머니가 자기를 구하지 않았을 거라는 오해까지 하게 된 데다, 동생에겐 미안한 마음으로 장기 입원 중인 동생을 제대로 찾아가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누가 자기에게 각막을 이식해 줬을까라는 의문은 항상 머릿속에 남아 있어 그녀는 학업에 집중할 수 없다.
같이 사는 아버지 바람은 동생 때문인지 유리가 의대를 갔으면 해서 의대 조기 준비반에 그녀를 보내고, 사실 유리는 아버지를 닮았는지 비행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건만. 엇갈리는 부녀간의 갈등이 해결책을 찾지 못할 때 시온과 연결된다. 그는 유리에게 각막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이영준과 함께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였다. 어리지만 두 남자 사이에 우정이 두터워서였을까? 영준을 그리워하는 글들이 기증자들을 추모하는 홈페이지에 올라오고, 이걸 유리가 읽게 됨으로 해서 자기에게 각막을 기증한 그 누군가에 대한 궁금함을 풀기 시작한다. 미지수 X 말이다. 그랬기에 유리와 시온은 제주도로 향하고.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기증자 영준이 수목장 어딘가에 묻혀있음을 알게 되었기에 떠난 여정. 어느 날 이식받은 오른쪽 눈(目)으로 보는 세상이 환영처럼 눈(雪)으로 보이는 것도 한몫했을 터. 그렇게 떠난 여행이 그동안 유리가 직접 대면하지 못했던 과거의 상처와 가족이 서로 보이지 못했던 진심을 접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유리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를 직시를 함으로써 자기 꿈도 인정을 하게 된다. 그러니 앞으로 펼쳐질 그녀 인생이 스파클, 점화되었으니 찬란하지 않을까? 빛나는 청춘 열일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