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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정원과 순천만 습지 어디가 더 좋았니?

아버지와 함께 한 순천 여행

by 길문

스카이 큐브? 마치 SF 영화에서 주로 다룬, 미래로 시간 여행을 간 듯한 생각이 잠깐 들었다. 재밌었다. 그런데, 갈대열차는? 뭔가 낭만적일 듯했는데, 이런... 바퀴 달린 전기버스 군. 갈대숲을 가는 버스. 국가 정원에서 순천만 습지까지 가는 길이 흥미진진했다. 국가 정원에서 습지까지 진짜 시간 여행은 아니지만, 장소 이동은 확실했다. 국가 정원 안에 있는 정원 역에서 문학관 역까지 4.6km를 15분 정도 타고 간다. 그 후 문학관 역에서 습지까지 1.5km는 걷거나 갈대 버스를 타거나.

예전에 없었는데, 순천만 습지가 가을과 겨울에 밀려드는 관람객으로 인해 공해와 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알다가 순천시가 해결해낸 방법이다. 포스코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해서 운영 중이라는데, 이게 대박이다. 왕복 30분의 환상여행, 이라고 하기에는 대기줄이 길었지만 그건 견딜만했다. 정말 다행인 게 고령의 아버지께서 대기하느라 힘들어하시면서도 즐거워하셨다. 작은 모노레일 기차라고 해야 할까. 달리는 내내 오고 가는 가을 풍경이 보기 좋았다. 가을 들녘이 주는 그 색감 하며...

아, 한 가지 아쉬운 점만 빼고. 습지는 너무 일렀다. 정말, 늦가을이나 겨울에 가야 제맛인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예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늦가을 아님 초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용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습지가 온통 형형색색은 과장이고, 주로 빨간색 계통으로 기억한다. 바다에서 붉게 보일만한 게 뭐가 있었을까! 특히, 갈대는 바람에 날릴 때 하얀 물결을 선사하는데, 오늘은 아니다. 갈대는 미련이 남았는지 여름을 좋아하는지 생생해 보인다. 젊은 갈대?

결론이 먼저 나왔구먼. 국가 정원 얘기는 언제 하려고?

국가 정원 동문 주차장에 도착하니, 이미 만 원이었다. 점심시간이 애매할 듯했지만, 국가 정원에서는 한 번 외출이 가능해서 주차장 옆 식당에서 해결했었다. 이런 점은 좋았지만, 정원 내에서 매점만 허용을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원 내에서 식사를 허용했다면, 불판에 고기 굽고 냄새를 피웠을 것도 같다.

국가가 조성하고 운영하는 공원? 이게 국가 정원인데, 이번에 처음 가본 곳이다. 울산에 있는 태화강 국가 정원이 두 번째로 만든 곳이라고 하니, 그럼 이곳이 첫 번째 국가 정원이다. 그래서, 자연적이라고 하기보다 당연히 인공적이다. 인공적인 게 나쁜 게 아닌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인위적이다. 생경하다고나 할까? 시간이 덜 가서 그런 것이겠지. 시간이 좀 더 흘러 고색창연해지면 좀 나아지려나? 결론은 아쉽다. 일본 정원이 주는 그 '선'적 미감은 어디로 가버리고, 터키 정원은 아직 공사 중이고 등등. 이곳에서 국가 정원박람회가 열린다는데 그때 이후면 좀 나아지려나?

개별 국가의 정원을 한 곳에 모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전체 정원 안에 호수를 만든다는 발상, 호수 정원만큼은 지금까지 머릿속을 채운 부정적인 생각을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호수 정원이 시각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가장 좋았다. 행운인 듯 호수 옆에 있는 프랑스 정원이 가장 시원해 보인다. 정원이 시원? 아마, 날씨가 더워서였을 것이다. 호수 정원 가운데 있는 봉화 언덕은 그냥 올라서 내려다보고 싶었다. 호수 공원은 세련되게 느껴졌다. 호수 정원 안에 봉긋봉긋 언덕들을 만들어 놓다니. 무슨 작품 같기도 하고.

각국의 정원들이 주는 설익은 맛이 떨떨 음해서, 옛날 인상적이었던 습지로, 아쉬움을 다 쏟아붓고 간 곳이 순천만 습지였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때가 때가 아니었다. 더위와 더불어 풋풋한 갈대에, 습지를 걷다 중도에 멈추고 배를 타기로 했다. 아버지께서 더위로 지쳐 보이신 것도 당연히 고려했다. 지난번 왔을 때 용산 전망대에서 보니 간간이 오가는 배가 그 배였는지는 이번에 알았지만, 그 배를 타보기로 한 것이다. 뭐,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그 풍광과 어찌 비교할 까만은, 물 빠진 뻘에서 물고기 잡아먹는 왜가리 등 새나 가까이 보는 게 낫겠다 싶어 기꺼이 배를 탔다. 그 배란 생태체험선을 말하는데, 순천시 해설사가 습지 설명을 해준다. 에어컨이 빵빵한 배 안에서...

왕복 30분 정도에 6km 정도 거리지만, 이곳이 강인지 바다인지, 바다도 아니고 강도 아닌 것을 알게 되다니. 강이니까 물이 흐를 수밖에 없으니, 배가 운항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뻘을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 어라, 사람이 있다. 그 뻘 한복판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이라니. 그 사람은 어떻게 저기를 갔을까? 걸어서? 뭘 잡으려고? 생각해 보니, 그 사람은 물이 들어올 때까지 거기서 낚시를 했었을 것 같다. 물이 들어와야 배를 타고 돌아갈 테고, 누군가 당연히 배를 타고 데리러 오겠지만. 가서 물어볼걸? 내가 그 뻘에서 걸어서 돌아갈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걸어보라고. 걸어질까? 뻘에서?

그렇게 배에서 망중한을 즐기다 다시 뿅 하고 공간이동. 국가 정원으로. 다시, 한 번 감탄! 이 아이디어, 스카이 큐브, 누가 냈을까? 그렇게 돌아왔는데, 역시나 시간 이동이 안되니 시간은 벌써 휑하고 가버렸다. 그래서 정원 서쪽은 대강대강 둘러보고.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국가 정원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정원보다 '꿈의 다리'였다. 그 다리는 정원 동편과 서편을 연결하는 다리인데, 다리 이름이 '꿈'이다. 뭐, 다리를 건너면 꿈이 이뤄지면 얼마나 환상적일까만 은. 그렇게 된다면야... 대부분 다른 사람들한테 가장 인상적인 게 뭔지 물어보면, 호수 정원을 말할 테지만, 난 아니다. 이 다리다. 이 다리에 설치된 그 많은 어린이 작품들. 이게 그 '꿈'이다. 잘 때 꾸는 꿈이 아니라, 아이들이 꿈꾸는 그 꿈.

설치미술가 강익중이 30여 개의 컨테이너를 활용해서 175m 길이의 다리를 만들었고, 이곳 벽면에 전 세계에서 보낸 14만 점의 어린이 조각 그림을 전시했다는 게 요체. 왜 좋았는지 그게 그거 때문이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보낸 그림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찾아보니, 보내온 그림들을 3인치 정사각형 작품으로 축소해서 터널 내벽에 일일이 붙인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다 세보고 다 봤다고? 그럴 리가. 그냥 몇 개 봤지만 감동적이었다. 거기에, 다리 외부에는 한글을 한 글자 한 글자 써서 만든 타일로 붙였다. 이해가 잘 안 되시겠지?


결론, 가을인 줄 알고 왔더니, 꿈꾼 것 같았다. 계절이 다시 시간 이동을 한 것처럼. 오호, 그러고 보니 시간 이동도 했구먼...


https://www.youtube.com/watch?v=KAQG04OJuP8&ab_channel=TheUnforgettable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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