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두근두근거렸다.

[책 여행] 김애란(2011). 두근두근 내 인생. 창비

by 길문

책을 읽는 내내 두근두근거렸다. 결론이 어떻게 날 지 궁금했다. 내용으로 보면 단편으로 끝날 것 같은데, 이렇게 질질 끌다니. 표현이 부정적이지? 반대다. 이 책 보다 나중(2017)에 나온 《바깥은 여름》을 읽고, 도서관 단말기를 두드려 바로 빌린 소설이다. 이런 소설가도 있었구나. 작가 역량이야 남들도 익히 아니까 중언부언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감흥을 받다니. 학술서 암만 읽어봐라. 그건 지식을 다루는 건데, 소설은 아니다. 소설은 뭘 다루지? 상상? 그래서 소설을 읽다가 감동을 받아도, 이게 소설이라서 다행일 때가 많다.


이것도 그랬다. 읽으면서 슬펐다. 결론도 당연히 슬프지만, 주인공 아름이를 통해 묘사되는 세상이 비극적이지 않아서 더 슬펐다. 조만간 생을 마감할 어린 '어른'의 시선이 해맑다. 그래서도 그랬는데, 이런 아들을 둔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시선으로 아름이를 보게 되니 아주 슬펐다.


그런데, 웃기다. 텔레비전에 내가 안 나와, 라는 문장. 궁금하시면 책 읽어보시라. 다른 단편 소설 '달려라 아비'(2005)를 봐도 웃긴 장면이 간간이 섞여 있다. 작가의 역량인데, 이 기조가 전체 책을 좌우하지 않는다. 어쩜, 이게 인생임을 이 작가는 벌써 알다니! 웃픈 거 말이다.


사람들 중 일부가 자살을 한다.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꿈꾸겠지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다행히 적다(자살률은 높다!). 그래서 든 생각. 짧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기 생을 바라보는 주인공이라면, 자살을 생각했을까? 조로증에 걸렸는데 자살까지? 미련 때문에 그러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죽음이 눈앞에 보이는데...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찾아보니, 조로증은 선천적인 유전 질환이라고 한다.


그렇지. 조로를 후천적으로 바라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빨리 죽고는 싶어도 빨리 늙기를 바랄까? 어른이 빨리 되고 싶을 수는 있는데, 어른이 돼봐라. 그렇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지. 빨리 늙기를 바라는 사람의 확률은 조로증이 수백만 명에 1명일 정도의 확률처럼 아주 낮을 것이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속담이 있지 않던가. 이건 어쩔 수 없는 죽음에 관한 거지만, 늙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개똥밭에 굴러도 죽는 것보다 늙는 게 차라리 좋을 것이다. 흠, 아닐 수도 있겠는데? 이때 이승은 대부분 늙은 이승이 아니라, 젊은 이승을 말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살다 보면 우리의 의지로 어쩔 수 없는 일을 겪게 된다. 이 책은 그래서 그 어쩔 수 없는 '조로증'을 직접 겪는 주인공과 그와 관계를 맺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정도 시선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고, 그때 느낀 하나하나를 문장으로 완성한 작가라니. 분명히 어른이 애들을 낳아 기를 텐데, 출발 자체가 신선하다. 아들 아름이 부모보다 더 어른스러운 설정. 그렇지만 어린이다. 정신적으로 아름이는.


태권도 유망주 대수와 아이돌을 꿈꾸던 미라가 애를 가졌는데, 그 나이가 17살이다. 현실에서 이런 상황이면, 가정불화로 대개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나 아빠가 혼자 애들을 키우지 않던가. 아니면, 애를 낳고 그냥 버리던가, 죽게 놔두지 않던가. 이런 이야기는 이제 사회면 기사로도 흔해졌지만, 소설이라서 다행이다, 그때 난 아이를 씩씩하게 키워 지금은 부모 나이 서른셋, 아름이 나이 16살이다. 인생 100세 시대에 16년을 살다가는 인생이라니. 그런데, 그 애의 사고가 이미 어른이다. 두근두근거리며 인생이 어떨까 태어난 애가 어른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애가 애로 죽는 슬픈 소설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책은 몸은 어른인 아이가 어른은 어때야 하는지를 묻는 소설 같기도 하다. 아름이 부모가 애들 같기도 한 묘사뿐만 아니라, 아름이 눈에 어른은 어때야 하는지 묻는. 그래서 아름이가 던지는 궁금증이 하나하나 가슴에 와서 콕콕 박힌다. 이쿠, 아파라. "아버지가 어른이란 말속에서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 그것은 다름 아닌 외로움의 냄새였다(p.67)"라는 대목을 보면, 그렇다. 어른은 외로움도 알고, 괴로움도 알고, 그리움도 알고, 여기에 슬픔도 속으로 삭여야 하는 게 어른이가 보다. 그런데, 어디서 아마도 하늘에서 아름이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저씨, 남은 인생 행복하게 잘 사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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