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진담

가을, 마음이 적적했다.

전남 순천만 습지

by 길문

헛헛해서 간 것이 아닌데, 가서 보니 헛헛했다. 그래도 그저 감사하다. 그런데 뭐가 그리 헛헛할까. 사는 것이 별거라고. 그저 그런 것이거늘. 늘, 기대가 문제겠지. 아님, 뭔가 특별나고 다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그런데 그리 다를 게 뭐가 있던가. 이건 진즉에 깨달았어야 하거늘. 늘 그랬다. 지나고 나서 알게 되던가. 별나지 않은데 그 평범함을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여기까지 이렇게 온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미련, 아쉬움. 그저 받아들이고 살 것을. 이미, 미련이 남을 것을 알기에는 늦어도 한참 늦었다. 어찌해야 할까. 지금은 남는 미련보다 다가올 현실이 두렵다. 어찌할까. 그래도 나갔어야 하는데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음을... 내가 가진 평범함 그걸 보충받기를 원했다면 어려도 한참 어린것이다. 그나저나 이젠 어찌할꼬. 어떻게 해야 할까.

살다 보니 감성이 많이 무뎌졌다. 아니, 무뎌져 가는 게 사는 것이겠지. 어릴 때 그 감수성을 지금 느끼길 바라는 것도 어리석지만 아마 그런 느낌을 지금도 받길 원한다면 욕심이 지나쳐 아마 머리가 터져버릴 것이다. 지금은 그저 두렵다. 어찌할 거나. 어찌해야 할까. 누구도 손 내밀어 주지 않는데.


항상,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도 우습지만 스스로 손을 내밀 생각도 못 하고. 아니, 더 착잡한 것은 손 내밀 생각이 아니라 이제 손 내밀 대상조차 사라져 간다는 것. 정말, 두렵다. 이러다 말 것 같아서. 정말 두렵다. 어찌할 거나. 어찌할 거나. 그냥 먼저 가버릴까, 하다가도 용기는 없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서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볼 거나하고 살아가는 게 답이 아닐는지...

여행을 누구 보여주러 다니는 것이 아닌 바에야 그저 몸 가는 것처럼 마음 가는 그래서 느껴지는 감정을 한 올 한 올 보듬는 것이 답이 아닐까 한다. 때론 이런 생각보다도 그저 단순한 게 웃고 떠들었으면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될까. 가다 보니 하다 보니 어쩌다 보니 가게 되면 정말 좋은 것이겠지.


그렇다고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열정과 이 땅에 대한 더 많은 사랑이 아니거늘. 그렇다고 국뽕은 정말 싫고. 지금도 살아온 것처럼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진 것을 이제야 깨닫다니. 그럼에도 빌어먹을 한 번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간절히 바라본다. 이번만은 헛되지 않을 것을 그러지 않을 것을 간절히 빌고자 한다.

여기도 뭘 알고 정한 것도 아니고.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는데 그 감흥이 오래오래 간다. 이곳은 남들이 좋은 카메라로 멋지게 풍광을 선사해도 결코 부러워할 장소가 아니다. 어딜 가든 느끼는 감정이야 사람마다 당연히 다르거늘. 항상 휴대하는 폰 카메라로 비싼 미러리스나 DSR급 디지털카메라가 담아내는 깊은 여운이 아니더라도, 이미 내 마음속 깊은 곳엔 감히 카메라로 담아내지 못하는 살아온 여정이 남아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


하지만 그날 가서 그날 느낀 감정이나 생각들이 항상 똑같이 않더라도, 혹은 그때 현장에서 본 감흥보다 지금 이 순간 책상에 앉아 토해내는 감정의 부스러기들이 결코 아니 오히려 그날 그 감정보다 더 진함을 느낄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수밖에 없다.

서울이나 경기도에 연고를 둔 사람들이 이곳을 그저 들러보긴 쉽지 않다. 멀다. 물론, 기차로 순천역에 내려 버스로 방문했다 다시 올라가도 나쁜 방법이 아니거늘. 비록 이 순간 사는 게 별다르지 않고 그저 창밖으로 지나가는 그 흔한 모습일지라도 이 먼 곳까지 와서 그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일지라도 지금 마음 한구석 별다름이 느껴진다면 족한 것이 아닐는지.


어떨 때는 벌어지는 일상에 너무 많은 감정의 끈을 풀어놓는 것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님을 모르지 않지만 때론 순간 스스로의 결정으로 받아들였을 결과물이 시원찮아도 어쩌겠는가. 돌이킬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고. 점점 없어지는 확률만 탓하기도 어려운데 어찌할 것인가. 매번 같은 결과 달리 해석해봐도 늘어나는 것은 마음속의 미련뿐. 이게 정말 슬픈 것이다.

대낮에 갈 때나 아침에 갈 때나 해 질 녘에 갈 때나 다 보이는 모습이 다르거늘. 이런 풍경을 계절이라고 뭐 달라질 것인가만은 이곳은 결국 가을 그 끝자락이 보일 듯 말 듯한 시기가 가장 좋으리라. 언제부턴가 동감하는 능력이 떨어지거나 감수성이 부족해져 감을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것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서라도 여행이 좋은 것 같다. 아득히 먼 그런데 가보니 좋았다는 느낌.


어쩜 우리 땅 여기저기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아서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어리거나 생각이 아물지 못할 나이라면 이런 감정조차 느껴보겠는가. 이런 감정 모든 여행에서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저 좋다. 주차장에서 용산 전망대까지 그 거리가 그리 짧지 않지만 걷다 보면 아쉬워서 둘러보고 걷다 보면 짧은 것 같아 최대한 눈으로나마 담아보게 되는 곳. 이곳이 순천만 습지다.

억새면 어떻고 갈대면 어떻겠냐마는 이걸 갈대숲이라고 하는 거지. 이곳은 처음부터 한낮이나 여름은 아니지 싶다. 그저 떨어지는 단풍에 한 해가 이렇게 가네라고 볼 정도 감수성만 있어도 기꺼이 추워지는 가을에 적합할 것이다. 방문하기 가장 좋은 계절로. 떨어지는 낙조가 좋다는 그 감흥이 아니더라도 입구부터 전망대까지 걸어서 걷는 그 길이 좋았고 또한 용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그 경치도 좋았다.


아쉬움이라면 이런 경치가 언제까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익히 알았다는 그 느낌이 애초에 입장권을 내고 들어올 때부터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입장을 했으니 퇴장을 해야 할 거고. 이곳에 연고가 없으니 이제 남는 미련 탈탈 털고 떠나는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큰 꼬막이 맛있고 좋은 것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란다. 그렇구나. 식탐이 많아 입안 가득 씹어먹을 욕심만 가득한 내 머릿속을 탓하기 전에 작은 꼬막이 더 맛있다는 것을 늦게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그저 오가는 사람 많은 관광지라도 먹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 터. 그저 눈에 띄는 식당 들어가 지역 대표 음식 정도 먹고 올 여유는 애초에 그곳에 갈 때부터 마음에 품고 있었을 것이다. 나 포함해서 당신까지.


음식이 설령 풍요롭지 않아도 순천만 습지가 주는 아름다움에 더해 이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곳이라는 그 내용이 이미 사족이 되어 버렸다. 람사르 습지라는 말도 더해서 말이다. 이런 것은 다 그곳의 가치가 말해주는 결과일 뿐.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 오는 그래서 둘러보면 좋은 순천 그 도시가 기억이 없더라도 순천만 습지만큼은 기억 속에서 영영 잊힐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더 좋다. 순천만 습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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