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진담

신선이 되는 한 가지 방법

전남 순천 선암사 승선교

by 길문

달마야 놀자(2001)란 영화가 있었다. 킬링타임용 영화로 기억한다.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 예술영화인가? 그러고 보니 만다라(1981)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이란 영화도 있었다. 나중에야 달마가 왜 동쪽으로 가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고, 주산지에 가서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란 영화가 더 좋아졌다는 기억 정도만 기억된다.


사찰이 배경이란 점만 빼면 주제가 다 각각이다. 심오하기도 한 불교, 대부분 명당이나 명소에 있어 찾게 되는 절들, 그런데 사람들은 절에 왜 가지? 어렵게 생각하면 정말 어려운 불교지만, 쉽게 생각하면 쉬운. 깨달아야 불교의 정수 이건만, 깨닫으려고 절에 갈까? 그냥 종교라서 덕이나 쌓으려고 합장하는 걸 텐데, 나야 물론 후자지만 말이다.

그래서 마음에 짐이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리 보러 갔으니. 이 말인즉, 다리가 오늘의 주인공이란 말씀. 대게 신라시대부터 따지면 1천 년이 넘은 절들이 즐비해서, 고찰 갔다면 그러려니 하지만 다리 보러 갔다면 좀 달라지긴 할 텐데, 여기 갈 때 문화재 관람료를 냈던가? 기억이 없다.


그 다리, 승선교(昇仙橋). 다리를 건너면 신선이 된다는 의미일까? 그럼, 얼마든지 건널 텐데. 호주의 하버브리지도 아니고,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카펠교도 아니고, 영국의 런던 브리지도 아니고, 프라하의 카렐교도 아니고,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다리도 아니고. 또 없나? 아, 프랑스 미라보 다리? 비교대상이 어마어마하다. 여긴, 그냥 달랑 다리 하나 놓여있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부산의 영도다리도 있군.

처음엔 선암사가 있는 뒷산 이름이 조계산이라서 선암사가 조계종 산일 줄 알았다. 설령 불교신자라면 조계종, 천태종, 태고종 등이 중요할 까만은? 그러고 보니 화엄종도 있다. 아니지. 진각종도 있네? 뭐 이리 종파가 많을까?


참선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선종의 6대조 혜능이 머문 산이 조계산이라서 조계종이라고 시작은 되었으나, 이름만 그럴 뿐 조계종은 우리나라 고유 종단이다. 원효의 가르침으로 시작된 선종과 의상의 가르침으로 시작된 교종. 개인적으론 참선을 통해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선종이 좀 더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텍스트, 교과서를 중심으로 부처님의 진리를 찾으려는 교종이 선종보다 덜할까?

주변 대부분의 절이 참선을 중요시하는 조계종 사찰이라서 태고종 총본산이라고 하면 뭔가 달라 보일 듯도 하지만 뭐 그렇다고 해서 선암사가 달리 보여야 할 이유는 없었다. 절은 그저 절이거늘. 여기에 직접 가서 본 들 문외한이 불교 종파의 차이 제대로 알겠는가. 어쩌다 가는 방랑객에게는 그저 똑같은 절이거늘. 그래서 절은 절일 뿐.


개인적으로는 불교는 '교'라는 단어가 들어가 자꾸만 종교처럼 생각되지만 오히려 철학에 더 가까운 게 아닌가? 천학 비재가 뭘 알 까만은, 절에 가는데 조계종 사찰이니, 천태종 사찰이니, 태고종 사찰이니 분별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서, 부처님 만나면 따봉이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 쳐다보며 살아온 아둔한 자라서, 혹여나 살면서 손가락 안 보고 달 보는 날이면 그때도 따봉이다.

오늘 주인공은 다리인데? 왠 삼천포? 이 다리도 역시 보물이다. 전국의 사찰에 흔하게 보물인데, 이 절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고 한다. 그 후 다시 만들어질 때, 시냇물을 쉽게 건너려고 만든 다리인데, 이게 명품이 된 것이다.


절 입구에서 걷다 보면 선암교를 그냥 지나칠 수 있다. 무심한 듯 지나치면 좋으련만. 그 가치를 모르고 가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단순한 아치(arch) 형의 다리. 이를 한자로 홍예(虹蜺)라는데, 어려운 한자이다. 당시에는 한자가 기본이니, 이를 아치형이라고 불렀겠는가?

이런 형태의 다리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숭례문, 광화문, 공주 무령왕릉 고분 등이 이 모양을 하고 있다. 평상시에 아치 모양을 음미하면서 본 적이 있을까?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지나다 봐도 아치형이라고 신경이나 썼겠는가?


얼마나 멋지기에? 이곳 다리 밑은 정말 사진작가들에게는 핫한 장소이다. 이곳이 바로 포인트이다. 이곳에서 보이는 누각, 강선루가 다리의 아치 모양으로 인해 절묘하게 어울린다. 평범해 보일 수 있는 다리가 그 다리를 구성한 평범한 돌들이 모여 비범하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 바로 선암사, 승선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생각해 봐라. 이런 다리가 어느 시골에 그냥 덜렁 있다고 생각하면 그 가치를 사람들이 쉽게 느낄 까? 이승과 저승에 경계가 있듯이, 세속과 사찰의 경계. 거기 승선교가 있다.

그럼 선암사는 어떤 절? 백제 성왕 때 아도 화상이 처음 사찰을 창건했다고 하고, 신라 진흥왕 때 아도 화상이 처음으로 만들어 비로암 (毘盧庵)이라고 하고. 그 후 875년 헌강왕 때 도선(道詵)이 창건하여 선암사라고 하였다는 설도 있던데. 확실한 것은 1088년 의천(義天)이 중창한 것은 맞는 것 같다.


왜냐하면, 선암사에 의천의 영정이 있다고 하니. 이게, 중요할까? 그럼 승선교는? 이 다리는 숙종 39년에 호암 화상이 6년 만에 완공했다고 한다. 승선교라? 호암 화상은 그래서 신선이 되었나? 정작, 만들어 놓고 한두 번만 건넜겠는가? 신선이 되는 방법이 이곳에 있다니, 이렇게 쉽다니.

그런데, 신선은 급한 일을 어떻게 볼 까? 볼 필요가 없을까? 신선이 사용했을 화장실. 정확히, 변소(便所). 요즘은 이런 단어 쓰면 촌스럽지? 변소는 토일렛(toilet), 화장실은 레스트 룸(restroom)? 그런 변소가 좀 독특하다. 사람이 배설하는 게 별난 일이겠냐마는, 인류가 진화하면서 배설하는 방법이 달라졌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으니, 신선도 그랬을 것이다.


이곳 해우소가 우리나라 유일한 '문화재'다. 변소인데 문화재. 정식 이름이 '깐 뒤"다. 고어로 써놓아도 이 정도는 해석이 되는데 이곳도 선암사의 명소다. 이곳도 변소라서 그냥 지나칠 것 같지만, 이곳에 들러 몸무게를 줄이면 이 또한 신선이 될 것도 같다. 아니, 신선과 동급이 될 것 같다. 시도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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