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절망의 끝에서

2024년 1월 21일 밤 11시 39분

by 사월의 미도리

2024년 1월 21일 밤 11시 39분

어디서부터 입을 열어야 할까. 촉촉했던 뇌리 위에 퍼부어지던 수많은 검은 잉크들이 하나둘씩 몸 안에 퍼진다. 언제든 내 고막을 타고 혈관에 퍼지던 미지근한 바닷물, 마음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때도 시원하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바다 냄새가 코 끝에 느껴지며 비릿하다.

자기의 혀 위에 얼마나 많은 유리 가시들을 키우고 살아가는지 도통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습득한, 자기 방어본능의 반사적 반응이거나, 자라온 환경 안에서 불가피하게 학습된 애처로운 자기애일 수도 있다. 누군가 날카로운 아집을 휘두르면 그 가시가 타인의 눈과 귀에 꽂히고, 그 누군가로부터 어떠한 해명도 없이 가시들은 그저 농담에 불과하다는 몇 마디만 듣고서 스스로 가시를 빼내야 한다.

그 가시들과 한 가지 타협점을 찾은 건, 그 또는 그녀 또한 염분을 머금은 바다의 파도 위에 태어나 쉴 새 없이 내리치는 바람을 피하려 해보기도 하고 입안 가득 바닷물을 삼킨 채 파도를 맞고 쓰러지기도 했을 거라는 것. 내가 애써 찾은 이 타협점이 조금이나마 내 손에 온기를 품도록 도와준다.

검은 기름과 그 밑의 투명한 물, 그리고 자갈과 모레들이 뒤섞여 있다. 나는 검은 기름일까, 아님 물의 결정체일까, 그것도 아니면 뾰족한 자갈이나 모레일까. 나는 어디에서든 좀처럼 속하지 못하고 억지웃음을 친다. 내 웃음과 친절함에서는 악취가 난다.

내일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삶에 대한 잔인함과 원초적 분노에 머리가 지끈 아팠고 두통은 곧이어 좌절과 슬픔으로 이르렀다. 하얀 벽에 머리를 기대고 그저 아무 허공에 눈동자를 두고 심호흡을 했다. 숨이 뱉어질수록 이 모든 상황이 억울하고 숨이 찼다. 불친절함의 가시에 찔리길 반복하여 그 아픔이 무뎌진 듯한 내 피부에서 눈물이 흐르는 듯했다. 살아남길 원하는 모두의 열망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애틋하고도 잔인한 이 현장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조금씩 느리게 자기 자신을 죽여갔을지도 모른다. 나의 고통은 삶의 살얼음판 위에서 이해받을 수도 위로받을 수도 없다는 절망감, 그저 쉽게 내뱉어지는 가시 돋친 여러 말들에 찔려도 자동적으로 나오는 나의 억지웃음과 농담, 나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서 나던 악취, 이 모든 사건들과 이에 영향을 받은 나의 마음 결정체들이 한 덩어리로 병합되어 내 안에서 썩어가고 있다.

2024년 1월 22일 0시 51분, 일주일 뒤에 죽기로 마음먹었다. 7일 동안 나의 물건을 정리, 내가 꼭 전해야 하는 말들을 그 사람들에게 전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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