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6월 13일 오전 2시 11분
2024년 06월 13일 오전 2시 11분
무기력이다. 창문을 타고 성큼 들어와 내 얼굴을 마주한 건. 또다시 무기력이다. 주말에 빨래가 마른 뒤 월요일 오전에 입는 파란 스트라이프 셔츠와 회색 바지, 숨이 막힌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나의 시간 한가운데는 뻥 꿇려 있다. 나를 이루는 구심점이 비어 있다. 나사가 빠져 그냥 굴러간다.
신기루였나 싶다. 초점 잃은 눈동자와 힘없이 축 늘어진 어깨, 언제나 균형 잡지 못하는 심장 소리, 뼈 사이사이에도 습기가 찬 듯한 모양새. 난 이렇듯 흐린 하늘 밑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다. 네가 살고 있던 삶의 궤도 속으로 들어갔던 나, 내가 굴리는 삶의 쳇바퀴 속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왔던 너는, 신기루였나 보다.
내가 내 몸에 낸 상처의 실밥을 풀러 사흘 만에 다시 병원에 가고 있다. 난 이렇게 살고 있다. 언젠가 재가 되길 기다리는 것처럼. 상해의 공기는 다시 습하다. 선선한 봄바람이 일렁이며 산뜻한 습도를 유지하려나 싶었는데, 빨래는 또다시 잘 마르지 않는다.
나의 지옥은 언제 끝이 나려나, 나는 살고 싶다. 20대 초반부터 담아왔던 내 마음속 노을은 어느덧 흐릿한 허공이 되어 간다. 살면서 체득한 체념이 비 오기 직전의 먹구름이 되어 늘 장마처럼 내린다. 난 사람이 싫어졌나 보다. 사람을 사랑했는데, 사랑하고 싶었으나, 사람이 싫다. 하지만 사람이 그립다.
너는 어찌하여 나를 새하얀 봄날의 왈츠처럼 바라본 걸까. 대체 어찌하여 마음 전부를 떼어 사랑할 수 있었는가. 나는 사랑을 줄 수가 없는 사람이다. 나의 불안감에 갇혀 상대방의 사랑만을 바라는 이기적인 유리 인형이다.
그립다, 미치도록 잡고 싶고 사무치게 보고 싶은 그날들의 잔상이 아직도 나에게 남아있다. 글과 행동, 눈빛, 그리고 공기마저도 서로만을 바라보던, 눈이 멀어버린 것만 같던 따스함. 내가 요즘하고 있는 짓거리는 참으로 우습다. 알코올과 자존감 그 사이에서 피상적인 보여주기를 하고 있다. 언젠가 끝이 날까, 내 안의 무더위는.
네가 줬던 사랑은, 내 지위도 직장도, 모아 놓은 통장 잔고도, 내 입술 흉터도, 삶의 지대한 피로에 잠긴 목소리도, 그리고 나를 이루는 여러 숫자들에 모두 무신경한, 구름 위의 마음이었다. 네가 나에게 수놓은 복수란 이런 것일까. 영원히 찾지 못하는 무의 마음을 찾으면 찾을수록 나는 구렁텅이로 떨어진다.
불안하다. 내가 영영 잃게 될 것만 같아. 나를 사랑하면 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