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유

by 사월의 미도리

나는 나뭇잎 위에 그림자를 만드는 가로등 불빛의 낭만을 보기 위해 살고, 가득 담은 커피가루 위에 물을 부었을 때 코를 타고 전해지는 향기로운 행복을 위해 산다. 그리고 손목 안쪽 흰 살갗에 코를 대면 풍겨오는 향수의 아득한 흔적을 맡기 위해 산다. 어찌 보면, 살아가야 할 이유를 몸부림쳐가며 찾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호수변에 서서 택시를 기다리며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어둠과 가로등의 빛 사이의 장엄한 틈에 놓인 나뭇잎들을 보기 위해 살아간다.

걸음마다 내 숨소리를 묻었다. 녹색 잎사귀들이 햇볕 속에서 더위를 만끽할 때에도, 나의 녹색은 늘 음지에서 버티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내게 낯선 언어로 말을 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마음마저도 이방인이 된 채로 지내온 지 너무 오래되어, 그 생활에 익숙해진 나의 무기력한 발걸음. 정갈하게 지어지지 못한 보도블록들 위를 조심조심 걸으며 밤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또 내쉬며 바람이 부는 밤길에서 낭만을 찾으려 애를 썼다.

내가 버팀목으로써 삶을 지탱할 그 무언가를 찾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걸음걸음마다 땅의 공기가 나를 무너뜨리려 억누르고 있었고, 나는 날숨마저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조심스레 묻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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