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해변에서

by 사월의 미도리

바닷물이 코끝까지 차올라 잠기고 싶었다. 그래도 쭈욱, 나의 한계에 도달한 듯, 온몸에 힘이 쭉 빠지고, 나의 나침반을 상실한 채 뼛속까지 습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나의 빈틈을 습기가 메우자, 뼈와 뼈 사이사이가 더 넓어지며 내가 더 이상 걷지 못하게 하려 했다. 한기가 나를 걷잡을 수 없이 오한에 떨게 만들 때, 습기 또한 내 몸속 곳곳에 차오르며 굴복시키려 했다. 마음이 무너져 바다에 가라앉는다. 다시금 파도가 거세지며 나를 집어삼킬 듯하다. 내가 믿었던 그 밤의 가로등은 늘 그 자리에 있을까.

때로 이 세상에서 나만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바닷속의 진공 상태에 홀로 고요히 지내는 것처럼. 사랑하면 할수록, 순수하면 순수할수록 더 힘들어지는 세상에서, 때때로 외부의 공기가 나를 바닷물로 질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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